내 기억이 시작되는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경상북도 봉화군이란 곳에서 자랐다. 우리나라 사람 중 상당수가 이름을 들어본 적 없을 것 같다. 경북 북부의 작은 군이니까. 거대한 도시인 서울에서 지낸지가 10여년이 되어 이 도시가 익숙해진 지금 생각해보면 믿기지 않지만 그 작은 도시도 어린 나에게는 충분히 큰 세계였다. 읍내 시가지는 서울의 한 동보다도 작지만 낮은 건물들 하나하나에는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읍내를 관통하는 작은 강 주변엔 저녁이면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반에 열 몇명씩 같이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고 분식집에는 줄을 기다려 꼬치를 사먹기도 했다. 자전거를타고 시자기 바깥으로 나가면 산을 지나는 도로를 따라 작은 주택들 옆을 지나기도 했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끝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