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사건사고

영아살해죄의 감경 근거에 관한 생각

Glox 2023. 7. 28. 23:1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2/0001911497?sid=100

 

'영아살해죄' 70년 만에 폐지...앞으로는 최대 '사형'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지난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진 지 70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국회는 오늘(18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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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원 영아 시신 냉장고 유기 사건이 화제가 된 이후 다수의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들의 존재와 이들 중 다수의 사망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아살해에 관한 논의가 커졌다.

 

형법  제251조(영아살해)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은 영아살해죄를 보통살인죄와 구분하면서 그 형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해 감경해주고 있다. 보통살인죄 대비 낮은 형량에 관해 비판이 많았고 다수의 영아사망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영아살해죄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다.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니 이제 영아살해도 보통살인죄와 같게 취급될 것이다.

이제는 영아살해죄가 폐지되었으니 상관 없어진 얘기지만 영아살해죄 조문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던 것이 있다. ‘영아살해죄의 처벌 감경의 법적 근거는 뭘까?’ 단순히 법 외적으로 영아살해죄 처벌 감경이 타당하느냐를 떠나서 형법 이론적으로 감경의 근거가 무엇인지 말이다. 기본 범죄가 있는데(보통살인죄) 그로부터 파생된 범죄가 처벌이 감경된다면 기본 범죄에 비해서 불법성이 낮거나(위법성) 비난가능성이 낮아야 한다(책임). 하지만 생각해 본 결과 정합적으로 감경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불법 감경 검토
촉탁, 승낙 살인죄처럼 행위의 불법성이 보통살인죄보다 작기 때문에 형량이 낮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즉 보통살인죄에 비해 법질서에 어긋나는 정도가 적다는 것이다. 만약 존속살해죄의 가중을 불법 가중으로 본다면 영아살해죄의 불법 감경은 존속살해죄의 반대 버전인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존속살해죄의 가중을 불법 가중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둘째 치고, 그렇다고 해도 영아살해죄는 존속살해죄의 반대 버전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론적, 당위 측면으로 보아도 그렇고 사실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먼저 이론적, 당위적 측면에서 영아의 생명이 일반인의 생명보다 그 가치가 낮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사실적 측면에서도 살펴보면, 존속살해죄가 불법 가중이라고 보는 근거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효 사상을 바탕으로 존속에 대한 공경이 사회의 관습이자 상규이므로 존속의 생명이 가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효 사상이 존속을 일반인에 비해 높인다고 해서 그와 반대로 아이의 생명까지 낮춰보는 것이 일반적 상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통적 사회에서 아이를 낮추어보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아이의 생명까지 낮추어보았던가? 전통 사회에서도 부모가 아이를 잃는 것을 큰 비극으로 보았다. 아이와 성인의 지위 관계의 차이는 있었다 해도 아이의 생명 가치까지 일반인에 비해 낮게 보았다면 크나큰 비극으로 치부하는 인식도 없었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존속살해죄의 가중을 불법 가중으로 보는 것보다 책임 가중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불법 가중이라면 존속의 생명을 일반인보다 더 큰 법익으로 본다는 것인데, 그보다는 우리 효 사상에서 존속살해라는 패륜적 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 비난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영아살해죄 감경의 근거는 책임 감경일까.

책임 감경 검토
책임이란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가 있더라도 그 행위자를 ‘나쁘다’라고 할 수 없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쁘긴 하나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라면 비난가능성이 낮아서 책임 또한 감경된다. 또한 비난가능성은 적법행위를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출되는 것이어서 책임은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을 기본으로 하고 형법 상 형사미성년자나 심신장애 등 조문을 두어서 특수한 경우를 특별히 다루고 있다.

 1) 심신장애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형법 제9조에서 제11조는 책임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그 중에서 제10조 심신장애 규정이 책임능력에 관한 기본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아살해죄에 관한 일반적인 이미지에 따른 생각으로는 제10조의 심신장애가 책임 감경의 근거로 타당할 듯하다. 영아살해에 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분만 직후 혼란에 빠진 생모가 영아를 죽이는 경우다. 위에서 말한 수원 영아 살해 사건도 생모가 범인이었다. 분만 직후의 생모라면 심신장애 규정이 적용되는 데 이의가 없다.

92도1425 판례에 따르면 심신장애란 생물학적 요소로서는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해 심리적 요소로서는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는 것을 말한다. 그 중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란 실신, 마취, 혼수상태, 만취, 극심한 충격 등인데, 임신과 출산은 산모의 신체와 정신에 상당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실신에 준하는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 이른다고 보기 충분하고 그로 인해 사물변별능력이 감소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아살해죄의 처벌 감경은 심신장애로 인한 책임 감경의 반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 영아살해죄의 주체가 ‘생모’가 아니라 ‘직계존속’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위로 돌아가 영아살해죄의 조문을 읽어보면 영아살해죄의 주체가 생모가 아니라 직계존속이다. 즉 생부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영아살해죄를 저질러도 감경되는데 임신과 출산을 한 것이 아닌 직계존속은 심신장애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책임 감경의 근거를 심신장애의 반영으로 이해하면 직계존속의 처벌 감경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2) 적법행위 기대가능성
영아살해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치욕 은폐’,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부터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낮아서 책임이 감경되는 것이라고 도출할 수도 있다. 즉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법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라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치욕 은폐’는 강간으로 인한 출생이나 사생아인 경우,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은 사회경제적 문제로 육아가 불가능한 경우,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는 기형아나 장애아의 출산이라고 하니 그러한 사유로 인해 영야를 살해하는 것이 올바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사유를 듣는다면 일반적인 살인에 비해 비난의 정도가 낮아질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처벌이 감경된다고 보면 직계존속까지도 주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라는 시간적 제약이다. 일정한 동기와 상황이 있는데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 직후에는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이 낮다가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일까? ‘분만 직후’라면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다. 명문으로 ‘후’도 아닌 ‘직후’라고 해 두었다면 그 의미는 적게는 몇 시간, 길면 하루 내 라고도 볼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적 제약은 오히려 인간의 인지적 한계로 인한 심리적 제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내에 판단하기에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면 물론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은 낮겠으나 그것은 심신장애에 가까운 심리상태로 인한 간접적 결과에 가까울 수 있다. 제10조의 심신장애가 적용되면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은 당연히 적어진다. 결국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라는 조건이 추가로 붙으면서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합적이지 않게 된다.

기대가능성에 관한 다른 요소들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기대불가능성의 대표적 사유인 강요된 행위의 경우 시간적 제약이 없다. 강요 직후 혼란에 빠진 상태든 강요가 지속되는 중 마음이 평안해지고 판별능력이 정상이 된 상태이든 강요받는 상태라는 상황 하에서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어 책임이 조각된다. 형법 각칙에서 기대불가능성이 반영된 친족 간의 범인은닉, 증거인멸, 도주원조죄에 비해 도주죄의 형벌이 가벼운 것 모두 시간적 제약이 없다. 그저 특정 상황이 충족되면 정신 없이 했든 숙고 끝에 했든 적용된다. 

결국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의 관점에서도 정합적인 이해는 어렵다. 

 


개인 생각
영아살해죄의 주체가 직계존속이 아닌 생모였다면 감경의 법적 근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형법 제10조에 따른 심신장애의 반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주체가 직계존속이 되면서 통일적인 설명은 힘들고 여러 경우와 근거가 합쳐져 정합적이지 않는 설명만 할 수 있는 듯하다.

+ 도발적인 생각
법이론적으로 정합하지 않은 것은 차치하고 어쨌든 이 조문은 1953년 만들어져 2023년 폐지될 때까지 있었다. 법이 입법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당대의 관념에 정면으로 배치되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실제로 당시에는 영아에 관해서는 존속이 처분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불법 감경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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