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45

고백 공격으로 해고될 수 있다

이전에 쓴 직장 내 괴롭힘 정리와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사랑에 관한 고백과 공격이 어떻게 한 단어를 이루게 되었을까. 공격이란 말이 암시하듯이 좋은 상황에서 쓰는 말은 아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데도 혹은 연애의 감정이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고백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백해서 혼내주자’라는 말처럼 희화화되고 있지만 단어 자체와 용례가 말해주듯이 이는 본질적으로 공격이자 괴롭힘에 가깝다. 풋풋한 행위거나 청춘의 실수 같은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성적 감정이 전혀 없는데도 고백하는 행위는 그 후의 상대방의 수습과 곤란함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7040444?sid=102 "유부남 상사가 만나자고"…여성 직..

로스쿨생 생각 2024.04.09

법률 문서에서 실현방법은 중요하다

현대 한국의 조약/협정의 역사에 관한 글을 읽고 있었다. 2000년대 이후 그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면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을 빼놓을 수 없다. 광우평 파동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촉발시키기도 했고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다. 관련 내용 찾던 중 법률 문서에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미국 육류작업장에 식품안전 관련 문제가 생기면 그 작업장은 중단조치에 쳐해질 수 있었다. 영어로는 may be suspended라고 한다. 두루뭉실하게 생각하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수입 쇠고기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쇠고기를 다루는 작업장은 중단조치 되는 것이고, 문제의 쇠고기는 수입되지 않을..

로스쿨생 생각 2024.03.17

의외로 범죄 피해자도 처벌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형법은 범죄 가해자를 처벌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가해자 처벌과는 별개로 범죄 피해자인데도 처벌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도로교통법 제49조(모든 운전자의 준수사항 등) ①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6. 운전자가 차 또는 노면전차를 떠나는 경우에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운전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 제15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 1. (생략) 제49조(같은 조 제1항제1호ㆍ제3호를 위반하여 차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과 같은 항 제4호의 위반행위 중 교통단속용 장비의 기능을 방해하는 장치를 한 차를 운전한 사람은 제외한다) (..

로스쿨생 생각 2024.03.07

술 마시고 말 타면 음주운전?

종종 도로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나 방송이 나온다. 그럴 때면 도로에서 말을 타도 되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오히려 말은 도로에서 타야한다. 도로교통법 13조는 차마의 운전자가 차도로 통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차마는 차+우마(牛馬)인데 우마는 교통 또는 운수에 사용되는 가축이므로 타고 다니는 말은 차도로 통행해야 하는 차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7. “차마”란 다음 각 목의 차와 우마를 말한다. 나. “우마”란 교통이나 운수(運輸)에 사용되는 가축을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술 마시고 말을 타면 음주운전이냐는 얘기도 따라붙곤 하는데, 음주승마는 음주운전이 아니다.(정확히는 현행법 상 처벌받는 음주운전이 아니다. 이는 후술.) 법..

로스쿨생 생각 2024.03.03

변호사시험 후기

변호사시험 끝난지도 벌써 한달 가량이다. 시험 끝나고 급하게 기숙사 정리하고 이사하느라고 정신 없었는데, 시험 경험 후배들한테 얘기해주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쌓였다. 기억을 되짚어 생각하는 변호사시험 후기 1. 시험기간 동안 정말 괴롭다.(멘탈 문제)로스쿨 3년 그 어느 때보다 변호사시험 기간 5일이 정말 고통스럽고 괴롭다. 아마 괴로움을 회피할 방법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사람이 힘들면 잠을 자거나 다른 일 하면서 잊는 것이 가능한데, 변시 기간 중에는 그럴 수가 없다. 자신이 다음 날 시험 분량 공부를 절대 다 끝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긴장, 두려움 상태로 하루 20시간을 그대로 깨있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심적 부담감을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견뎌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괴로..

로스쿨생 생각 2024.02.18

변시 모의시험 끝

변호사시험 10월 모의시험을 마쳤다. 이제 더 이상 모의시험은 없다. 다음 시험은 변호사시험이다. 걱정되면서도 지금까지 모의시험에서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니 쭉 해나갈 뿐이다. 3번의 모의시험 마치고 나니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다. 첫째, 자잘한 문제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올해부터 변호사시험에 CBT가 도입되니 CBT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 학교가 시범 학교여서 6월부터 CBT로 모의시험을 보아서 총 3번이나 CBT로 모의시험을 보았다. CBT 도입 후 답안 작성 속도 향상에 맞춰 문제가 자잘해지고 많아진 느낌이다. CBT 도입 얘기가 나올 때 출제 경향 예측하면서 답안 작성 속도가 빨라졌으니 핵심 논증 부분 외에도 그 이전의 전제한 내용들도 생략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써야하는 것은..

로스쿨생 생각 2023.10.28

사라져가는 사람들

내 기억이 시작되는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경상북도 봉화군이란 곳에서 자랐다. 우리나라 사람 중 상당수가 이름을 들어본 적 없을 것 같다. 경북 북부의 작은 군이니까. 거대한 도시인 서울에서 지낸지가 10여년이 되어 이 도시가 익숙해진 지금 생각해보면 믿기지 않지만 그 작은 도시도 어린 나에게는 충분히 큰 세계였다. 읍내 시가지는 서울의 한 동보다도 작지만 낮은 건물들 하나하나에는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읍내를 관통하는 작은 강 주변엔 저녁이면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반에 열 몇명씩 같이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고 분식집에는 줄을 기다려 꼬치를 사먹기도 했다. 자전거를타고 시자기 바깥으로 나가면 산을 지나는 도로를 따라 작은 주택들 옆을 지나기도 했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끝없이 ..

로스쿨생 생각 2023.08.31

민사재판실무 논거 판례 모음

그래도 한 학기 민사재판실무 준비하면서 민사법 판례를 적지 않게 봤다. 안그래도 넓은 민사법 범위에 개별 판례도 많으니 어느 정도는 중요도에 따라 판례를 선별해야 하는데, 민사재판실무 기말고사 사례형 문제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사례형 문제는 판례를 기반으로 출제되는데 수업 중 논거가 다수 제시된 판례를 기반으로 하고 관련 법리를 쓸 때 논거 하나 당 점수를 주는 형태로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설이긴 하지만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번호를 붙여 논거가 여러개인 판례는 사례형이든 객관식이든 도움이 될만한 판례이기도 하다. 민재실 기말 이후 학교 기말고사와 6모를 거치느라고 벌써 가물가물하긴 한데 관련 법리에서 판례 논거 다수 쓰는 문제가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여튼 다 정리하..

로스쿨생 생각 2023.07.15

민사재판실무 한줄 정리 판례 모음

민사재판실무에는 판례가 정말 많다. 나름 민사재판실무를 준비하면서 수업 판례들을 모으고 공부했는데 그 자료들만 수백페이지다. 그 중에 민사재판실무 담당 교수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판례는 정말 많기에 판례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논거 문장을 현출해야하는 판례, 키워드만 짚고 가는 판례, 내용 체크만 하는 판례로 잘 선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민사재판실무 뿐만 아니라 법학 공부 전반에도 도움이 되는 말이다. 동시에 ‘논거와 키워드 짚는 판례들도 많기에 완벽하게 암기할 수는 없다. 판례 요지와 문구만 보지 말고 판례를 전반적으로 살펴서 판례 취지를 이해하면 간단한 기억으로도 논거를 쉽게 현출할 수 있다’ 고 하셨는데 확실히 와닿는 말이었다. 한 판례가 왜 나왔고 왜 이런 결론을 냈는지 그 인상만 잘..

로스쿨생 생각 202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