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69

첫 노동위원회 사건

근로자에 대한 징계 건으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으로 간 사건에서 이겼다. 내가 징계 처분을 한 사용자측의 대리였기 때문에 근로자의 부당정직 구제신청에 대한 기각 판정은 우리 측이 이겼음을 뜻한다. 첫 노동위원회 사건이었는데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 민사에서는 승소판결, 조정 등으로, 형사에서는 불송치 등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건이 몇 건 쌓였지만, 나름 전문분야로 경험 쌓고 있는 노동 사건에서 처음으로 정식 결정을 받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노동위원회 부당해고등 구제신청은 심문회의 단 1번으로 판정이 나고, 당일 오후 8시에 문자로 결과가 전달된다. 잘 모르겠으면 '서면으로 정리해서 답변하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는 민사소송과 다르게 다음 기회가 없기에 철저히 준비해야 하고 심문회의에서도 많이 떨릴 수밖에..

로스쿨생 생각 2025.05.07

김철수 주니어로 이름짓기

MCU 시리즈의 인기가 식은지도 몇 년 되었다. 엔드게임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열기였는데, 그 이후 MCU 시리즈는 관심이 뚝 떨어져서 이젠 새 영화가 개봉해도 화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아이언맨이 인기가 많았는데, 아이언맨의 배우는 흔히 로다주라고 불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여기서 ‘주니어(Junior)’는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들의 이름 뒤에 붙이는 호칭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는 그래서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Senior)다. 이처럼 서구권에는 가족간에 이름을 물려주고 주니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좀 더 선대의 이름을 물려받은 경우라면 2세, 3세를 붙이곤 하는 관습이 있다. 현대에는 이 관습을 잘 안 따르거나, 따르더라도 현대적으로 변용한다고 하는데, 여튼 우리나..

로스쿨생 생각 2025.05.06

로스쿨 면접 문제 : 갈등 해결의 원칙과 절차(자작8)

A국의 남해에는 6개의 섬으로 구성된 자치연합이 있다. 이 지역은 푸른 바다를 기반으로 관광업과 어업이 번성하고 있었지만 최근 발생한 해양 석유 유출 사고로 바닷물이 오염되면서 자치연합 전체에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에 연합의 중앙 의회에서는 해양 복원과 긴급 지원을 위한 기금의 사용처를 두고 의견 충돌이 발생하였다. 섬 A, B, C는 관광업 중심 지역으로, “관광 회복이 빨라야 연합 전체 경제 회복이 빠르다”며, 자기들 지역에 우선적으로 해양복원 및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을 주장한다. 섬 D, E는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어민 거주 지역으로 “피해 당사자와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며 자기들 지역에 우선적으로 해양복원 및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을 주장한다. 섬 F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로스쿨생 생각 2025.04.30

로스쿨 면접 문제 : 논리적 귀속의 논증(자작7)

A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급 유리잔 세트를 구매하였다. 택배기사 B는 배달 도중 실수로 유리잔 박스를 떨어뜨려 유리잔이 모두 파손되었다. 택배를 기다리고 있던 A는 밖으로 나와 이 현장을 보았고, 분노한 A는 배달 현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였다. 이를 지나가던 주민들이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이 영상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고, A는 “화를 못 다스리는 사람”이라며 비난을 받았다. 그 후 A는 논란을 일으켰다며 직장에서 감봉처분의 징계를 받았다. 문제 1 - 제시문의 결과는 모두 택배기사 B의 실수로부터 시작된 사건의 연쇄 끝에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건의 연쇄 중 어느 지점까지를 B의 책임으로 규정하여야 하는지 설명하라. 문제 2 - 문제 1에서 답변한 지점보다 B의 책임을 더..

로스쿨생 생각 2025.04.19

사실관계가 독특한 판례들

판례 중에는 사실관계가 매우 독특해서 인상깊은 판례들이 있다. 주로 형법 판례가 그런데, 그 판례들이 이론적인 쟁점의 핵심 판례들이 되곤 한다. 인상깊은데다가 중요 판례기까지 하니 로스쿨생들은 그 판례들을 잘 알고 있어서 밈처럼 사용하곤 하는데, 모아보니 꽤 많다. 1. 한 조직폭력배들이 적대 관계 조직폭력배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들이 투숙한 여관을 습격했는데, 정작 호실을 착각하여 투숙하고 있던 무고한 일반인인 피해자를 흉기로 구타하였다. 피해자는 심한 외상을 입고 급성신부전증이 생겼으나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일단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급성신부전증의 경우 음식과 수분의 섭취를 철저히 억제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피해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입원 중 깁밥과..

로스쿨생 생각 2025.03.10

당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라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판결문을 읽다보면 가끔 등장하는 문구다. 사실판단이 아니라 법리를 설시할 때, 어느 당사자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법리를 설시하고 이 법리가 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문구다.  문론 이 문구의 취지를 안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의 논쟁과 판결 속에서 축적된 법리라는 것이고, 그만큼 많은 근거를 가졌기에 흔들릴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나도 판결문 읽을 때 참조만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좀 낯설게 바라보면 이건 판결문에서 어느 주장을 배척하는 논거가 될 수 없는 문구다. 그 확립된 견해가 도전받는 것이 소송이다 아무 이유 없이 소송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로스쿨생들이 판례를 단순 암기하고 있다고 해도, 변호사가 된 후 “판례에 따르면 우리가 패소하는군요. 우..

로스쿨생 생각 2025.02.09

제도로서의 법의 성질

법은 종종 도덕과 동일시된다. 사회적 담론이나 일상적 언어에서 "법을 지켰으니 문제가 없다"거나, 반대로 "법을 어겼으니 비도덕적이다"라는 판단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감각은 특히 형법 영역에서 직관적 설득력을 가진다. 살인, 절도, 강간과 같은 범죄는 그 자체로 명백히 도덕적 비난을 수반하므로, 형법 규범과 도덕규범은 상당 부분 중첩된다. 그런데 제도의 관점에서 보면 법은 도덕과 교집합이 있을지언정 도덕은 법의 본질이 아니다. 행정법, 경제법, 사회법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는 법이 부과하는 의무나 금지가 도덕과 직접적 관련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설정이나 영업 허가와 같은 선악과는 관계 없이 보다는 사회질서 또는 공공목적 실현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의 관점에서 법은 “제도가..

로스쿨생 생각 2025.01.14

징계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의 개념

근로기준법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노동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너무 중요해서 조문 자체도 외워버렸을 조항이 바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다. 해고는 근로자의 삶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법적 조치이다. 꼭 해고에 이르지 않더라고 징계 등 징벌들은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그 중요성에 비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조문은 매우 추상적인 일반 조항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 등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는 법문상 구체적 정의가 없기에 결국 정..

로스쿨생 생각 2025.01.07

'기레기'라고 하는건 모욕죄가 아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8176.html “기레기”는 죄가 없다…대법, “기레기” 댓글에 “모욕죄 아냐”자동차 기업 홍보성 내용이 담긴 인터넷 기사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모욕적 표현이 담긴 댓글을 달았어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www.hani.co.kr 이 기사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번 돈 이후로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이 아니다', '기자한테 기레기라고 해도 무죄다' 같은 인식이 생겨난 것 같다. 판결 관련 기사는 읽을 때 조심해야 하는게, 제목만 읽고 꼼꼼히 읽지 않으면 판결을 오독한 것이나 다름 없고, 꼼꼼히 읽어도 판결 기사는 결론부만 강조하거나 그 결론부조차 제대..

로스쿨생 생각 2025.01.06

극우부패세력 판결의 추억과 모욕죄 최근 판결 동향

피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갑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게시하면서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갑을 모욕하였으나, 피고인이 갑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위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0도16897 판결 이 판례는 특별히 기억하고 있고 나름의 추억이 있는 판례이다. 로스쿨생들은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최판이라는 것을 본다. 최판은 ‘최신판례’의 줄임말인데, 보통 시험 전 3년간 선고된 판례들을 일컫는다. 최신판례들을 따로 보는 이유는 최근 선고된 판례들은 비교적 출제 가능성이 높고 복잡한 정도의 쟁점은 아니더라도 객관식 영역에서 사실상 OX를 묻는 지문으로 많..

로스쿨생 생각 202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