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제도로서의 법의 성질

Glox 2025. 1. 14. 00:06


법은 종종 도덕과 동일시된다. 사회적 담론이나 일상적 언어에서 "법을 지켰으니 문제가 없다"거나, 반대로 "법을 어겼으니 비도덕적이다"라는 판단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감각은 특히 형법 영역에서 직관적 설득력을 가진다. 살인, 절도, 강간과 같은 범죄는 그 자체로 명백히 도덕적 비난을 수반하므로, 형법 규범과 도덕규범은 상당 부분 중첩된다.

그런데 제도의 관점에서 보면 법은 도덕과 교집합이 있을지언정 도덕은 법의 본질이 아니다. 행정법, 경제법, 사회법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는 법이 부과하는 의무나 금지가 도덕과 직접적 관련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설정이나 영업 허가와 같은 선악과는 관계 없이 보다는 사회질서 또는 공공목적 실현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의 관점에서 법은 “제도가 추구하는 목표로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행정법, 사회법, 경제법은 그 자체로 도덕과 별개로 사회 질서(제도가 추구하는 목표)를 위한 것이고, 형법도 도덕과 관련이 있을 뿐이지 결국에는 안전이라는 목표를 위한 것이다.

법문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인 법해석학에서는 법을 제도적 장치로 봐야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법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법의 타당성을 분석하거나 입법을 하는 경우라면 법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산출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때그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입법한다면 정작 법이 목표하는 결과의 산출을 방해하는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는데도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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