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4

경찰 불송치 결정과 이의신청 시기

지난 1월에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의 문제점에 관해 글을 썼었다. 형사소송법 및 관련 법령에 이의신청의 기간 제한에 관한 규정이 없어서 현 법 해석상으로는 불송치 결정 이후 언제든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이 기간을 정해둔 것과는 비교되며, 피고소인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제도 상 입법이 미비한 부분이다. 오늘 법학도서관을 지나고 있는데 신문 스탠드에 걸린 법조신문에 딱 1면 헤드라인으로 만났다. 역시 실무적으로 문제가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로스쿨생 생각 2023.04.11

직장폐쇄 임금지급의무 면제 효과의 법적 근거

들어가며 예전에 직장폐쇄 대상자에 관한 생각에서 말했듯이 직장폐쇄는 노동조합법에서 시적 요건 하나만 규정되어 있어 그 효과와 내용 등이 모두 해석론에 맡겨져 있다. 그래서 직장폐쇄를 하면 임금지급의무 면책효과가 발생한다고 모두가 인정하고 있음에도 노조법에는 법률효과인 ‘사용자는 임금지급의무를 면한다’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안그래도 직장폐쇄 자체가 마이너한 분야인데, 그 효과에 관한 이론적인 내용은 아예 관련 내용이 없는 듯 하다. 판례 및 교수저들의 내용도 직장폐쇄에 관해서는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 또는 직장폐쇄의 법적 근거를 중심으로 다룰 뿐, 직장폐쇄를 하면 임금지급의무 면제 효과는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방금 말한 것처럼 노조법은 직장폐쇄의 효과로 임금지급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기 ..

로스쿨생 생각 2023.04.09

[판사유감] 서평

법조인 중에서도 판사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역할인 것 같다. 단지 자신이 생각하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팽팽하게 부딪히는 주장들 사이에서 판단을 하기 위해 엄중하고도 멀리 있어야만 하는 것 같다. 마치 감정이라도 가지면 한쪽에 치우쳐진 판결을 하기라도 할 듯이 감정이 제거된 모습이다. 사실 그러면 요즘 말이 나오는 것처럼 AI가 판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상처럼 엄정하거나, AI와 같이 일체의 감정도 없는 사람이 아니다. 판사는 마찬가지로 사람이다. 법정에 선 사람과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고 후회할 때도 있다. 어쩌면 판사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그린 이미지가 아니라 사회와 괴리된 법조계와 법정에 대한 괴리일지도 모..

로스쿨생 생각 2023.04.08

챗GPT로 법철학 하기 2

챗GPT는 활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단순하고 포괄적인 질문을 하면 일반적이고 뜬구름잡는 얘기밖에 안 하지만 각종 상황을 가정하거나, 토론을 하게 하거나, 혹은 무엇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쓰게 하는 등 다양한 질문 기법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한번은 내가 로스쿨 교수가 되어 학생들과 토론하는 장면을 만들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나왔다. 나: 오늘 수업 주제는 "법원의 결정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가?"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로스쿨생 A: 법원의 결정은 사회정의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법률에 근거해 이를 판단하고 결정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나: 그럼 그 법률 자체가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로스쿨생 B: 그..

로스쿨생 생각 2023.04.02

용머리 해적과 신성 우주 보안관의 결투

◎ 챗GPT 활용해보고 나서 작문용으로도 썼는데 나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와서 기록. 일부러 생성AI의 기발함에 기대기 위해서 독특한 소재들을 사용했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관 내의 얘기들을 처음에 많이 풀고, 그 뒤로는 기본적인 뼈대만 잡고 진행했는데 스스로 플롯을 많이 진행시켰다. 1 한때 우주의 섬뜩한 해적단의 대장으로 불렸던 용머리 해적은 오랜 기간 동안 불법적인 거래와 무자비한 약탈을 일삼았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신성 우주 보안관과의 결투에서 결정되었다. 둘은 멀리서부터 마주친 순간, 서로의 눈에 불꽃이 튀어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용머리 해적은 단검을 꺼내어 보안관에게 돌격했다. 하지만 보안관은 신속하게 총을 빼내어 해적을 놀라게 하자, 해적은 단검을 던져 보안관의 총을 맞추..

로스쿨생 생각 2023.03.29

쓰레기 줍는 계정(로스쿨생 생각)

요즘 룸메와 같이 플로깅을 하고 있다. 플로깅은 조깅도 있어야 하니 완전한 플로깅이라고 할 수는 없고 쓰줍이다. 시간 좀 나는 날에 산책 할 겸 기숙사 근처 골목과 강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대략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인스타 계정도 만들었다. 무작정 '쓰레기 줍는 계정'을 떠올리고 줄이니 쓰줍계, 왠지 '게' 같으니 '쓰줍게'로 만들었다. https://www.instagram.com/ploggingcrab/ 우리 쓰줍게. 밴드 의 이석원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5집 를 작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작지 않은, 주체임을 깨닫는 것도 가능할것이다.기숙사 주변 동네는 원룸들과 오래된 주택들이 뒤섞여있다. 혈관처럼 복잡하고 좁은 골목들, 칠한 지 오래된 담벼락..

로스쿨생 생각 2023.03.28

민사재판실무 중간 후기

로스쿨 3학년 1학기에는 민사재판실무가 있다. 단순히 실체법이 아니라 실제 재판 과정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법리들을 배우고 적요한다. 2학년 2학기의 형사재판실무의 민사 버전인데 형사재판실무 때보다는 수강생이 좀 줄었다. 중간 후기라면 가장 큰 생각은 하나다. '진짜 많다' 민사법이 원래 변호사시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형사재판실무 준비하던 때와 비교하면 민사재판실무는 훨씬 많다. 강의 교재 판례들 정리해서 판례 1독하는데 2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도 한달 정도가 걸린 지금즈음에야 거의 끝이 났다. 판례뿐 아니라 기록 공부, 요건사실론, 기재례는 덤이다. 그래도 형사재판실무 때도 그랬듯이 막연하고 거대한민사법을 한번 이어보는 경험이 민사법 관점을 다르게 한다. 민법과 민사소송법의 연결은 커녕, 민법 ..

로스쿨생 생각 2023.03.28

챗GPT로 법철학 하기

특징 챗GPT로 여러 실험을 해보았다. 법률실무에 써먹을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아무 진지한 헛소리를 시켜보도록 해서 놀고, 각종 설정의 시나리오와 소설도 작성해 봤다. 아직까지 한국어 3.5기준으로 특징은 '그럴듯함'이다. 대화 내용의 생성방식은 그럴듯함인듯 하다. 내용의 그럴듯함이 아니라 말의 그럴듯함이다. 정합성을 내적으로 모순 없게 전개하는 내적 정합성과 대화와 외부의 사실을 비교해서 말의 진위를 가리는 외적 정합성으로 나눈다면 내적 정합성은 훌륭하나 외적 정합성은 많이 떨어진다. 챗GPT는 특정 일을 수행하기 위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연어 인공지능인 것이다. 그러니까 대화(Chat)를 나누는 인공지능으로서는 좋은 것 같다. 말을 잘 알아들으니까. 아마도 대화를 생성하는 방식은 학습한 데이터를..

로스쿨생 생각 2023.03.20

챗GPT로 법률실무 활용 도전하기

요즘 챗GPT가 인기다. 챗GPT가 헛소리해서 만든 웃긴 짤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인공지능과 노동의 미래를 고민하는 얘기도 많다. 그 중에서는 판례 학습을 통해 변호사의 영역도 대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사람만이 살필 수 있는 따뜻한 성찰' 같은 정신론적인 이야기는 제외하고 예전에 책에서 실제 적용 방법과 가능성에 대해 찾아보았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조금 회의적이긴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이런 인공지능의 학습 원리를 기존 사례들의 대규모 학습으로 규칙을 찾아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서 판례를 계속 학습한다면 사회 변화에 따라 기존 판례를 뒤집는 전향적인 법리 제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기도 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사례의 규칙성을 찾는 것을 넘어서, 기존 사례에서 외부로 드러난 규칙..

로스쿨생 생각 2023.03.17

근로시간 유연화와 인식적 전환

근로시간 유연화, 주69시간제. 최근 뉴스 헤드라인을 덮는 단어들이다. 다만 이를 둘러싼 이야기는 상당수가 제도의 고찰과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정쟁과 All or nothing식의 접근이 많다. 무조건 주69시간제가 되어야 한다고도, 무조건 지금의 근로시간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생가갛지 않는다. 다만 정교한 로드맵을 가진 변화라 하기에는 급격하다고 느껴진다. 예전에 노동법이 사회에 비치는 영향 이야기를 말했듯이 노동법제는 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인 곳에서부터 뒤바꾼다. 대부분의 법은 일정 영역의 사람만을 규율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은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노동법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규율한다. 그만큼 미치는 영향력이 큰데 결코 정교하기 정비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한 근로시간제 변화를 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