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활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단순하고 포괄적인 질문을 하면 일반적이고 뜬구름잡는 얘기밖에 안 하지만 각종 상황을 가정하거나, 토론을 하게 하거나, 혹은 무엇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쓰게 하는 등 다양한 질문 기법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한번은 내가 로스쿨 교수가 되어 학생들과 토론하는 장면을 만들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나왔다.
나: 오늘 수업 주제는 "법원의 결정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가?"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로스쿨생 A: 법원의 결정은 사회정의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법률에 근거해 이를 판단하고 결정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나: 그럼 그 법률 자체가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로스쿨생 B: 그럴 경우, 법률을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그렇군요. 하지만 이러한 법률 개선이나 수정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다면 법원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회정의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요?
로스쿨생 A: 그러면 법원은 법률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인가요?
나: 맞습니다. 법원은 단순히 법률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규율하는 대상의 본래 의미나, 사회적 배경, 관행 등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스쿨생 B: 하지만, 그렇다면 법원이 개인적인 주관을 가지고 판단하게 된다면, 판결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 맞는 말씀입니다. 이런 경우, 법원이 내린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법원이 사회정의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더라도, 결정 자체가 부당하다면, 그 결정은 유지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사회정의를 고려하면서도, 법률에 따라 정당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법원은 법률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인가요?" 이 부분에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떠올랐다. 처분 당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다가 매매 등으로 하나의 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 그 건물에 지상권이나 다름없는 권리를 설정해주는 관행과 법적 확신이 우리 사회에 있었을까? 물론 내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란 개념이 나오기 전 사회를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아닐 것 같다. 오히려 기껏 지어놓은 건물을 법적인 문제가 꼬여 철거해야한다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판례에서도 '사회경제상 불이익'을 분명히 언급한다. 법적 문제의 해결이 법률 뿐만 아니라 조리와 형평 또한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이를 감안해서도 물권과 같은 권리를 주는 것은 법률 해석 이상의 문제다. 그 결과가 결국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문제다. 같은 법률을 적용받았는데도 이 판결이 나오기 전의 사람은 단지 우연에 의해 같은 내용의 판결을 받지 못했으니까.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 소위 관법지. 민법은 철학적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 더 깊이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번에도 마치 신탁을 받듯이 챗GPT로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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