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3학년 1학기에는 민사재판실무가 있다. 단순히 실체법이 아니라 실제 재판 과정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법리들을 배우고 적요한다. 2학년 2학기의 형사재판실무의 민사 버전인데 형사재판실무 때보다는 수강생이 좀 줄었다.
중간 후기라면 가장 큰 생각은 하나다. '진짜 많다' 민사법이 원래 변호사시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형사재판실무 준비하던 때와 비교하면 민사재판실무는 훨씬 많다. 강의 교재 판례들 정리해서 판례 1독하는데 2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도 한달 정도가 걸린 지금즈음에야 거의 끝이 났다. 판례뿐 아니라 기록 공부, 요건사실론, 기재례는 덤이다.
그래도 형사재판실무 때도 그랬듯이 막연하고 거대한민사법을 한번 이어보는 경험이 민사법 관점을 다르게 한다. 민법과 민사소송법의 연결은 커녕, 민법 하나만 해도 양이 방대해서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어려웠는데 3학년의 경험인지 민사재판실무 공부 경험인지 사례를 보아도 민사법 쟁점 자체는 연결해서 뽑아낼 수 있다.
판례 1독에 오래 걸린 것도 그 이유다. 단지 판례만 파는 것이었으면 이보다는 빨리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판례 정리하면서 공백이 있거나 이해가 어려운부분은 기본서에서 체크하면서 그 영역을 구조화하고 있다. 판례를 판례로만 보지 않고 기본 법리의 파생으로 연결해두면 이해도 암기도 훨씬 잘 된다. 민법의 양이 너무 방사대하기에 이전까지는 동시다발적으로 게릴라전 하는 느낌이었다면 그래도 민사재판실무 대비하며 민사법 정리하면서는 일단 전선을 긋고 하나하나 점령지를 늘려나가는 느낌이다. 물론 제한 시간 내에 모든 곳을 점령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공부는 고생이지만 이해도 안 되고 의미와 목적도 모른 채 하는 공부와는 다르게 몰입하는 공부는 고생이 아니다. 사람의 발전 욕구를 상당히 잘 채워주는 게 공부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운동이나 다른 영역보다는 더 그럴 것 같다. 몰입 끝에 내 머리속에서 떠다니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구조를 가지고 연결되고 내가 한 단계 위로 뛰어오르는 느낌은 쾌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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