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챗GPT로 법률실무 활용 도전하기

Glox 2023. 3. 17. 02:36

요즘 챗GPT가 인기다. 챗GPT가 헛소리해서 만든 웃긴 짤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인공지능과 노동의 미래를 고민하는 얘기도 많다. 그 중에서는 판례 학습을 통해 변호사의 영역도 대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사람만이 살필 수 있는 따뜻한 성찰' 같은 정신론적인 이야기는 제외하고 예전에 책에서 실제 적용 방법과 가능성에 대해 찾아보았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조금 회의적이긴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이런 인공지능의 학습 원리를 기존 사례들의 대규모 학습으로 규칙을 찾아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서 판례를 계속 학습한다면 사회 변화에 따라 기존 판례를 뒤집는 전향적인 법리 제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기도 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사례의 규칙성을 찾는 것을 넘어서, 기존 사례에서 외부로 드러난 규칙이 아니라 그 기저에 존재하는 '형평'을 찾아내야 하는 것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성 AI는 이와 원리가 조금 다른듯 하다. 체험해본 바로는 확률적 가능성에 따라 뭔가를 조합해 구성해내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공지능이 법률실무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두 가지 양상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아예 변호사를 대체해서 법 문외한이 인공지능에게 요구해도 정확히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 때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는 법리를 아는 사람이 무언가를 찾거나 고민할 때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때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필요한 변호사의 수가 대폭 감소한다. 여러 변호사가 붙어야 하는 일을 한 변호사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양상 모두 법률실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두 번째는 같은 변호사 집단 내에서도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처럼 평소에 인공지능의 영향을 두 양상으로 나누어 생각했기 때문에 챗GPT 법률실무 활용 테스트에서도 접근법을 달리해 보았다. 첫 번째 접근은 의뢰인에 해당하는 법 문외한인 사람이 법률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법리에 대해 잘 모르고 사실만을 풀 뿐이다.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만을 말하지 않으며, 법률 용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챗GPT가 법률적 조언을 맞게 제공하는지, 법률 문서를 맞게 쓰는지 테스트해봤다. 두 번째 접근은 변호사나 공부한 사람 등 법률 지식이 갖춰진 사람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챗GPT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사실관계를 나름 법률적 문제에 맞게 간추려 챗GPT에게 제공하고 챗GPT는 내용 정리나 쟁점 추출, 법률 문서의 작성이 가능한지 테스트해봤다.

 

결과

* 곧 발표될 GPT4.0과 달리 3.5이고, 영어보다 떨어지는 한국어로 테스트 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1. 첫 번째 접근 

 1) 전반적인 부분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챗GPT는 법률실무에 활용하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 당연하지만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과 중요하지 않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오히려 제시된 단어들과 소재를 골고루 활용하는 것이 베이스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나온다. 

 

 2) 법률적 조언

 앞서 말했듯이 법률실무용 인공지능이 아닌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감안하고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일반론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생이 친구에게 조언해주는 것 같다. 구체적인 법리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이라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상식을 바탕으로 대답하는 느낌이다. 질문을 정확히 알아듣고 답변을 내놓는다 점에서는 매우 놀랍지만 그 대답의 내용은 사실 공허하다.

 

 3) 법률문서 작성

 이 부분은 별도로 양식 등을 학습시키면 괜찮을 것도 같다. 형식적 측면을 제외하고, 주어진 내용을 깔끔하게 배치하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내용은 엉망이고 원고와 피고가 바뀌기도 한다.

 

2. 두 번째 접근

 1) 전반적인 부분

사실을 요건사실에 맞게 간추리고 법률적 용어를 이용해서 명령하자, 결과물은 훨씬 더 법률'스러워'졌다. 즉 외형은 형식에 맞추어 작성된 법률 느낌이 나는데 내용은 여전히 엉망이긴 하다. 그래도 문외한인 사람이 보면 제대로 된 결과물 같은 형식이긴 하다.

 

 2) 업무 조언

 내용과 별개로 복잡한 사실관계 속에서 어디에 집중해야하는지 힌트는 될 수 있었다. 사실관계나 주장을 주고 요약을 시켜봤는데 내용은 당연히 결점이 많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막연히 돌고 있던 것들이 챗GPT가 내놓은 결과를 보고 반응해서 정리가 좀 더 잘 되었다. 이것도 나름의 조언이라면 조언이라고 할 수도 있다.

 

 3) 법률문서 작성

사실을 간추리고 법률적 용어를 이용해도 첫 번째 접근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생각

1. 첫 번째 접근과 두 번째 접근은 각각 인공지능이 넘어야 할 산에 해당한다. 두 번째가 아마 먼저 올 것이다. 이번 테스트 동안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간격이 꽤 크다고 느꼈다. 물론 이런 범용 자연어 인공지능이 아니라 법률사무용 인공지능이라면 현재 결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간격은 존재할 것이다.

 

2. 확실한 비서라기보다는 영감을 주는 친구 정도라면 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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