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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사건의 쌍방 가해행위에 대한 민법 제496조 적용

민법제496조 (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금지)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상계는 당사자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서로 같은 종류의 급부를 현실로 이행하는 대신 어느 일방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그 대등액에 관하여 채권과 채무를 동시에 소멸시키는 것이다(2010다101394). 즉 내가 상대방에게 100만원을 빌려줬고, 상대방이 나에게 50만원을 빌려줬다면 갚아야 할 때 내가 100만원을 받고 거기서 다시 내가 50만원을 상대방에게 주는 대신 상대방이 나에게 50만원만 주는 것으로 할 수 있다. 이러면 복잡한 과정을 거칠필요 없이 계산이 간편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은 애초에 50만원을 공제하고 주므..

로스쿨생 생각 2025.01.04

주취감경에 대한 단상

주취감경 이 4글자 단어를 보면 대부분은 ‘솜방망이 처벌’을 떠올릴 것 같다.  “또 술먹었다고 감형해주겠지”,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질렀으면 오히려 엄벌해야 한다.” 같은 댓글은 뉴스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취감경에 대한 반감이 깊어진 것은 아마도 2008년 조두순 사건이 결정적일 것이다. 법원은 이 때 조두순이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하고 12년을 선고하였는데, 그 때문에 여론이 들끓었다. 이 때문에 사회에서는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술마시고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해서 감형받는다는 인식이 생겼고(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실제 통계는 인식과 다르다는 기사를 봤던 것 같기도 한데 감형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범죄자들이 심신미약 주장을 많이 할 ..

로스쿨생 생각 2025.01.03

담배꽁초와 손해배상소송

플로깅을 취미로 하다보니 담배꽁초를 매우 싫어한다. 원래도 담배꽁초 투기를 싫어했지만, 담배꽁초는 플로깅 하면 가장 많이, 흔하게 발견되고 또 쉽게 다시 생기기 때문이다. 이전에 빗물받이를 열고 그 안에 쌓인 담배꽁초들을 치웠을 때는 그 양에 충격을 받았다. 길거리에 투기된 꽁초들이 일정한 곳에 잘 모이면 훗날엔 담배꽁초로 지층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풀숲에도 떨어져있는 담배꽁초를 보고 양심의 문제 이전에 담도 크다는 생각에 글을 쓴 적도 있었는데, 담배꽁초를 투기하지 않고 잘 처리하는게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싫은가보다. 이번에는 담배꽁초 투기로 거대한 소송전이 벌어졌다. https://biz.sbs.co.kr/article/20000207682 해태제과·CJ대한통운, 담배꽁초 하나로 300억..

눈사람 판결

예전에 눈사람을 부수거나, 눈사람을 부수면서 다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법적 문제에 관한 글을 썼었다. 최근 11월 말인데도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큰 폭설이 와서 그런지 다시 눈사람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남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에 관한 논란과 논쟁이 벌어진다. 예전에 썼던 글처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남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것도, 눈사람을 부수면서 다치는 것도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 글을 쓸 당시에는 명시적인 판례는 없지만 법리적으로 그 결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정말 눈사람 파괴와 관련하여 판례가 없었을까 궁금해졌다. 자기가 만든 눈사람을 부순 것을 가지고 재물손괴로 고소하거나, 안에 돌이 들어있는 눈사람 부수다가 다쳐서 만든 사람에게 피해를 배상..

로스쿨생 생각 2024.12.01

기물파손죄란 죄는 없다

기물파손죄란 죄는 없다. 흔히 들어봤을 단어인데 그런 죄가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기물파손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것에 해당하는 죄는 있다. 다만 그 이름이 “기물파손죄”가 아닐 뿐이다.   우리 형법에는 재물손괴죄 형법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우리 형법에는 “기물파손죄”란 죄는 없고 “재물손괴죄”가 있다. 기물파손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 재물손괴죄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일상적 용어로 사용하는 “기물파손죄”과 “재물손괴죄”는 그 뉘앙스가 좀 다르다. 파손의 사전적 정의는 “깨어져 못 쓰게..

로스쿨생 생각 2024.11.25

로스쿨 면접 문제 : 원칙과 규범의 정립(자작6)

A국에서 가짜뉴스(Fake News)가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로 대두되자, A국의 의회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는 법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때 법안의 일부 쟁점에 관하여 극심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데, 당신은 다음과 같은 주요 조항들을 검토하게 되었다. 입법조사처가 주요 조항에 대하여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안들을 제시한 상태이다. 1. 가짜뉴스의 정의 규정- 1안 : 가짜뉴스란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유포하여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2안 : 가짜뉴스란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유포하여 공공의 이익에 중대한 해를 끼치는 정보를 의미한다.- 3안 : 가짜뉴스란 명확히 허위사실로 입증되어 의도적으로 유포된 정보로, 의견이나 분석은 포함되지..

로스쿨생 생각 2024.09.25

로스쿨 면접 문제 : 갈등 상황의 해결(자작5)

A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이다. A사는 최근 환경 규제를 위반하며 대규모의 불법 폐기물 배출을 자행해 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사의 중간 관리자인 김 대리는 양심에 따라 이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김 대리는 A사와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 계약에는 엄격한 비밀 보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비밀유지계약(주요 조항)1. 직원은 회사의 경영, 기술, 법률 및 기타 중요한 정보에 대해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시, 직원은 회사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2. 직원의 위 비밀유지의무는 퇴사 후에도 5년간 유효하다. 김 대리는 회사의 불법행위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지만, 비밀유지계약 위반으로 인한 법적 리스크를 염려하고 있다. 김 ..

로스쿨생 생각 2024.09.24

식당 반려동물 출입 허용은 주인 마음일까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요즘엔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인지 식당이나 카페에 ‘반려동물 동반 가능’이라고 해놓은 가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동시에 식당에 반려동물이 들어오는 것에 관하여 식당의 위생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은데, 식당에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인 마음일까? 애매하기는 하지만 현행법상 불법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식품위생법과 반려동물의 출입https://www.ytn.co.kr/_ln/0103_202405260800023907 "몰랐어요"...반려동물 동반 식당·애견 카페 모두 불법?"반려동물 동반 불가하세요"주말 오전 강아지와 산책을 마친 A 씨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동네 카페를 찾아 방문했다. 그런데 출입과 함..

여주법원과 도자기

재판 일정이 있어서 여주법원(정확히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이지만 여주법원으로 칭하겠다.)에 다녀왔다. 보통 법원은 딱딱한 공간이다. 법원 건물 안에 들어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미지도 그렇고, 실제로 들어와도 그렇다. 좋은 일로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내부 분위기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딱딱한 공간 속에서 뜻밖의 공간을 마주했다. 바로 도자기 전시실이었다. 여주가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주법원 건물 내에 도자기 전시실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마치 두 개의 전혀 다른 세계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뜬금없기도 한 것이었다. 이런건 보통 관광지에 두지 않나? 특별하게 연출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전시된 도자기들이었지만 법원 ..

로스쿨생 생각 2024.08.22

법대생 짤 해설

“법대생 짤”이라며 돌아다니는 것들이 있다. 꽤 예전부터 보였던 건데, 당연히 인터넷에서 농담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웃고 넘기면 되는 일이긴 하다. 그런데 법학이 전문적인 영역이기도 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라 간혹 그 짤들 내용이 진짜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 전 짤들을 다시 본 김에 보고 든 생각을 정리했다. 당연히 유머를 진지하게 해설하는 것이라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다. 1. 책은 판례상 흉기가 아니래 동기들하고 하던 농담과 같아서 웃었던 짤이다. 법대생하고 싸움이 붙었다가 법대생이 민법 교수저(지원림서)로 머리를 때려서 경찰서에 갔는데 책은 흉기가 아니라고 들었다는 내용이다. 민법 책은 정말 두껍다. 공부할 때도 민법의 내용이 가장 많고, 복잡하기도 해서 민법 기본서는 모두 ..

로스쿨생 생각 202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