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여주법원과 도자기

Glox 2024. 8. 22. 23:16

 

재판 일정이 있어서 여주법원(정확히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이지만 여주법원으로 칭하겠다.)에 다녀왔다. 보통 법원은 딱딱한 공간이다. 법원 건물 안에 들어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미지도 그렇고, 실제로 들어와도 그렇다. 좋은 일로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내부 분위기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딱딱한 공간 속에서 뜻밖의 공간을 마주했다. 바로 도자기 전시실이었다. 여주가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주법원 건물 내에 도자기 전시실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마치 두 개의 전혀 다른 세계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뜬금없기도 한 것이었다. 이런건 보통 관광지에 두지 않나?

 

특별하게 연출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전시된 도자기들이었지만 법원 내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어주는 듯했다. 마치 그 도자기들이 법원의 딱딱함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려는 의도에서 놓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법원은 필요 이상으로 딱딱한 곳이었다. 예전에 법의 이미지에 관해서도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사람들은 법원을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가는 곳이라고 느끼고, 그 법원에서 판사들은 높은 곳에서 자신의 잘못을 심판하는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형사사건의 이미지고, 민사사건은 대등한 두 당사자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고 판사는 이를 듣고 판단하는 것이지 당사자를 심판하지 않는다. 우리가 행정 서비스를 받듯 법원도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들이 국민에게 열린 곳을 지향하듯이 법원도 엄격하고 필요한 것만 있어야 하는 곳일 필요는 없다. 지어진지 얼마 안 된 서울동부지방법원이나 수원고등법원은 법원 주변을 공원처럼 꾸며놓았다. 여주법원의 도자기전시실이 그랬듯이 법원 업무와 상관없는 여러가지가 건물 안에 더 들어오는 것도 법원의 열린 분위기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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