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사건 말고 개인적인 법률 질문으로 이 질문을 많이 받는다.
"A가 내 허락 없이 B에게 내 연락처를 넘겨줬는데 이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니야?"
로스쿨생 시절일 때도 들었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자주 듣는 질문이다. 직관적으로 내 개인정보인 연락처르 내 허락 없이 남에게 넘겨줬으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처럼 보인다. 그런데 단순히 연락처를 제3자에게 넘겨준 것만으로는 보통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다.
정확히는 연락처는 개인정보가 맞지만, 제3자에게 넘겨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다.
1. 개인정보란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말한다.
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나.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서, 그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개인의 전화번호는 개인정보임이 명확하다. 그 전화번호를 소유한 개인을 특정하는 것에도 무리가 없고, 적어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이다.
그러나 개인 연락처가 개인정보라고 해서 개인 연락처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무조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개인정보처리자의 의무
개인정보보호법 상 규제는 개인정보처리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법학적으로 깔끔하게 말하자면 개인정보보호법의 수범자는 모든 국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ㆍ제공 제한)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15조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제17조제1항 및 제28조의8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주체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보주체의 요청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5.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7.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공유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제15조제1항제2호, 제3호 및 제5호부터 제7호까지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의 조문에서 보듯이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과 제공에 관한 규정은 '개인정보처리자'를 그 주체로 하고 있다. 즉 이 법에서 저 조문들의 규제를 받는 것은 개인정보처리자인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습득하거나 가지고 있는 사람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를 목적으로'라는 요건이 명시되어 있다. 우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헬스장에 등록할 때 등등 이런 경우 제공한 개인정보를 받은 홈페이지 운영자와 헬스장 주인은 개인정보처리자가 된다.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정보처리자들에게는 범위를 초과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
반면 사적으로 전화번호를 교환한 사람들 사이에는 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에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전화번호를 넘겨주는 것이 처벌되는 경우를 보자. 이에 관한 처벌 규정은 개인정보처리자보다는 조금 넓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금지행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제71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9. 제59조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를 처리하는데 있어 많은 규제를 두고 있지만, 개인정보를 함부로 넘기는 것은 좀 더 넓게 보고 있다. 1)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2) 업무상 알게된 개인정보를 3)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 하는 경우는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때 1)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보다는 조금 더 넓다.
물론 위에서 본 개인정보처리자와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위에서 인터넷 홈페이지와 헬스장을 예시로 들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헬스장을 운영하는 사업체 그 자체가 될 수 있고, 그 직원들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업무 관련이 있는 사람들만 포함되는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어쨌든간에 개인 간에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 것은 그 전화번호 주인이 허락한 적이 없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문제가 되진 않는다. 업무를 목적으로 수집받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직원들은 일하다가 알게된 개인정보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그 사람들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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