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을 취미로 하다보니 담배꽁초를 매우 싫어한다. 원래도 담배꽁초 투기를 싫어했지만, 담배꽁초는 플로깅 하면 가장 많이, 흔하게 발견되고 또 쉽게 다시 생기기 때문이다. 이전에 빗물받이를 열고 그 안에 쌓인 담배꽁초들을 치웠을 때는 그 양에 충격을 받았다. 길거리에 투기된 꽁초들이 일정한 곳에 잘 모이면 훗날엔 담배꽁초로 지층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풀숲에도 떨어져있는 담배꽁초를 보고 양심의 문제 이전에 담도 크다는 생각에 글을 쓴 적도 있었는데, 담배꽁초를 투기하지 않고 잘 처리하는게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싫은가보다. 이번에는 담배꽁초 투기로 거대한 소송전이 벌어졌다.
https://biz.sbs.co.kr/article/20000207682
해태제과·CJ대한통운, 담배꽁초 하나로 300억 소송전
[앵커]담배꽁초 하나로 발생한 화재가 300억 원 규모 소송 전으로 번졌습니다.CJ대한통운과 해태제과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요.무슨 일인지 알아봅니다.최윤하 기자, 두 회사가 어떤 소송을 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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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하나로 소송전이 벌어졌는데 소송 자체는 2022년경에 제기되었으나 2024년 현재 그 규모가 300억원대로 확대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화재 피해자인 해태제과가 CJ 대한통운에 1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이 해태제과에 지급한 보험금에 대하여 CJ 대한통운에 150억원 규모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한 것을 합친 것이다.
사건에 관하여
1) 화재의 발생
충남 천안에는 해태제과의 천안2공장이 있었는데, 이 천안공장에는 CJ 대한통운이 해태제과의 물류 협력업체로 있었다. A씨는 CJ 대한통운의 하청업체 직원이었는데, 2021년 3월 23일 천안공장 외부에서 담배를 피고는 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그러나, 그 꽁초는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였고 인근의 쌓여있던 파레트 더미로 불이 옮겨붙어 공장은 화재에 휩싸였다. 불은 약 10여시간이 지나서야 진압되었다.
2) 해태제과의 소송
해태제과는 2022년 3월경 A씨가 소속된 협력업체의 원청업체인 CJ 대한통운을 상대로 50억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3) KB 손해보험의 소송
해태제과는 보험사인 KB손해보험으로부터 150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 원인, 즉 화재의 원인이 CJ 대한통운측에 있으므로 KB 손해보험은 자신들이 해태제과에 지급한 150억원을 CJ 대한통운에게 받기 위하여 150억원의 구상금 소송을 제기하였다. 해태제과는 150억원의 보험금으로는 손해액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소송을 한 것이었다.
CJ 대한통운의 책임
해태제과가 공장 화재로 인하여 큰 손해를 입은 건 사실이지만, 화재를 일으킨 건 A씨이다. A씨는 CJ 대한통운의 직원이 아니다. CJ 대한통운의 하청업체에 소속된 직원이고 CJ 대한통운은 A씨와는 적어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해태제과가 하청업체 직원인 뿐인 A씨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해봐야 손해를 벌충하기 어려운 것이야 예상 가능하지만 A씨와는 간접적인 관계일 뿐인 CJ 대한통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여러 근거가 있다. 우선 원청업체가 하청을 준 것은 최초의 도급관계(해태제과-CJ 대한통운)와는 별도의 문제이므로 기본적으로 채무불이행책임이 있을 것이다. 또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하청관계도 도급관계이고, 도급인은 수급인의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이 없다.(민법 제757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원하청관계가 순수한 도급에 가깝게 자율적이지는 않고 원청이 간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원청과 하청업체 직원 사이에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의 일의 진행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고 공사의 시행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한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하여 도급인은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78372 판결
즉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의 직원이 일으킨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해태제과-CJ 대한통운 사안에서도 CJ 대한통운과 A씨의 관계가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소송 규모의 확대
당시 기사에 따르면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 자체는 38억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해태제과는 소송 제기 당시에는 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그 뒤에는 147억원으로 규모를 확대하였다. 해태제과가 입은 손해에는 불탄 재산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공장이 멈추고 영업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손해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해태제과는 더욱 큰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CJ 대한통운 측은 과실 비율에 대하여 다투지 않을까 싶다.
A씨는 어떻게 되었나?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chungcheong/2024/07/14/Z4YFK3TH4RHO5BCMRWZZ66G5UE/
담배꽁초 버려 ‘38억’ 공장 태운 60대 ‘벌금 1000만원’
담배꽁초 버려 38억 공장 태운 60대 벌금 1000만원
www.chosun.com
A씨는 실화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항소심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형사적 책임이기에 벌금 1,000만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A씨가 해태제과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주어야 한다. 물론 일개 직원인 A씨가 전재산을 다 털어도 손해를 모두 배상할 수는 없겠지만 Cj 대한통운이 손해를 배상한 이후 하청업체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CJ 대한통운이 A씨에게 직접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하청업체 역시 A씨에게 전액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상
이전 담배꽁초와 실화죄 글에서도 담배꽁초를 그대로 버리는 심리에 대하여 담도 크다고 느꼈지만 자신의 과실로 공장이 불타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면 하루하루 어떤 심정으로 살게 될까. 이럴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그런 위험까지 견뎌가며 담배꽁초를 투기하는 심리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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