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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R' 'Range.O' 메뉴판 읽다 포기…"결국 딸에게 맡겼다" - 머니투데이
#.50대 후반에 접어든 이모씨는 딸과 카페에 가면 곧장 자리로 향한다. 작은 글씨에 영어로만 적힌 메뉴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이씨는 "주문한다고 나섰다가 민망한 일을 겪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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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외국어를 남용한다는 이야기는 학창시절 수업 중 '문화 사대주의' 부분에서도 배운 적 있는 오랜 이야기지만 최근 선을 넘은듯한 모습에 화제가 되었다. 가게 이름이나 간판, 상표를 외국어로 하는 것도 아니고 메뉴를 외국어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외국어 간판 남용 현상도 이미 20년은 되었지만 최근 이것에 큰 화제가 된 건 메뉴를 외국어료 표기하면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주문조차 어렵기 때문이지 않을까. '소비'라는 소비자의 근본적 행위조차 불편하게 하는 모습이 거부감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댓글 등을 살펴보면 "간판이나 메뉴를 외국어로'만' 표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반드시 한국어를 병기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있다. 외국어 남용 문제를 좋아하진 않지만 과연 그런 것도 법적 규제가 있을지 조금 의문이었다. 그래서 살펴보았는데, 댓글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외국어 규제는 '간판'에만 적용
외국어로만 표기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댓글의 근거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에 그렇게 규정하고 있고 위반하면 처벌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근거만 봐도 이상하다. 옥외광고물법의 옥외는 屋外, 집 옥에 바깥 외자 즉, 건물 바깥이란 뜻이다. 간판이야 그렇다 할 수 있지만 메뉴판은 건물 밖에 설치되는 것이 아니다. 또 메뉴판은 안내지 광고물도 아니다. 이런 법들은 정의 규정이 따로 있으니 살펴보아야 한다.
옥외광고물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옥외광고물”이란 공중에게 항상 또는 일정 기간 계속 노출되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통시설 또는 교통수단에 표시되는 것을 포함한다)으로서 간판ㆍ디지털광고물(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이용하여 정보ㆍ광고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ㆍ입간판ㆍ현수막(懸垂幕)ㆍ벽보ㆍ전단(傳單)과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
2. “게시시설”이란 광고탑ㆍ광고판과 그 밖의 인공구조물로서 옥외광고물(이하 “광고물”이라 한다)을 게시하거나 표시하기 위한 시설을 말한다
간판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있으니 넘어간다 해도, 메뉴판은 옥외광고물에 포함될 수가 없다. 메뉴판은 가게 안에 들어가 안내 받으면 볼 수 있는 것이지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건물 밖에도 메뉴를 표기하는 가게들이 있지만 그건 이미 '간판'이다.
옥외광고물법
제3조(광고물등의 허가 또는 신고)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ㆍ장소 및 물건에 광고물 또는 게시시설(이하 “광고물등”이라 한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광고물등을 표시하거나 설치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하 “시장등”이라 한다)에게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여야 한다. 허가 또는 신고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 제1항에 따른 광고물등의 종류ㆍ모양ㆍ크기ㆍ색깔, 표시 또는 설치의 방법 및 기간 등 허가 또는 신고의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12조(일반적 표시방법)
① 법 제3조제3항에 따른 광고물등의 표시방법은 이 장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②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하여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倂記)하여야 한다.
간판은 이 법에서 광고물등에 포함되고, 제3조가 광고물등의 표시 방법에 대하여 규정하면서 그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서 드디어 한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광고물은 한글로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고, 외국 문자로 표시하는 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메뉴판의 표시에 대해서는 따로 규제가 없고 건물 간판 등은 한글로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처벌조항은 없다
그러나 건물 간판 등을 한글이 아닌 알파벳 등 외국 문자로 표시하여도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옥외광고물법
제18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3조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광고물등(입간판ㆍ현수막ㆍ벽보ㆍ전단은 제외한다)을 표시하거나 설치한 자
2. 제3조의2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한 광고물(입간판ㆍ현수막ㆍ벽보ㆍ전단은 제외한다)을 표시한 자
3. 제4조제1항, 제5조제1항 또는 제2항제4호를 위반하여 광고물등을 표시하거나 설치한 자
4. 제11조제1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옥외광고사업을 한 자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3조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광고물등(입간판ㆍ현수막ㆍ벽보ㆍ전단은 제외한다)을 표시하거나 설치한 자
2. 제3조의2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광고물(입간판ㆍ현수막ㆍ벽보ㆍ전단은 제외한다)을 표시한 자
옥외광고물법의 유일한 벌칙 규정인데 읽어보면 알겠지만 무허가, 무신고로 옥외광고를 한 경우이다. 단순 한글 미표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
다만 옥외광고물법 제10조와 제10조의3이 위 표기 원칙을 규정한 제3조를 위반하는 경우 시장등이 조치를 취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 대집행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잘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위 제3조도 그 자체가 준수기준이 아니라 '허가 또는 신고'의 기준인데, 간판 면적이 5제곱미터 미만이면서 4층 이하 층에 표시하는 간판은 신고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허가 대상 기준은 당연히 더 높아서 신고 대상도 아니면 허가의 대상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1) 메뉴판에는 반드시 한글로 표시하여야 한다는 규제가 없고, 2) 간판에는 한글 표시 원칙 규정이 있으나 적용 범위가 넓지 않고 강제력도 낮다는 것이다.
단상
외국 문자로 쓰인 메뉴판이나 간판은 그 이미지와 감성을 줄 수 있는 도구이다. 그러나 외국문자로만 메뉴를 표기하는 건 단순한 언어와 문자의 선택을 넘어 정체성과 소통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외국 분위기를 내는 컨셉은 특정 소비층에게 어필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배제와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가게는 단순히 물건만이 거래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일상을 경험하고 문화적 소통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 소비사회,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점은 지불 의사가 있는 소비자는 출신과 배경 등과 상관없이 모두 평등하다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내가 지불 의사가 있는데도 나의 일상 언어와 문자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건 소비사회의 본질을 역행한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가게에서 언어와 문자는 그 가게에서 파는 물건의 핵심도 아니다.
메뉴판은 소비자가 선택을 내리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 제공의 수단이다. 그런 기본적인 단계에서의 선택권 배제는 기분 나쁨을 넘어 정보의 불균형까지 연결될 수 있다. 사람들이 한글로 표기되지 않은 메뉴판에는 특히 불쾌함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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