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사건사고

남이 내 땅에 무단으로 농사를 지었을 때

Glox 2024. 5. 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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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에 남이 무단으로 농사를 지으면 무조건 막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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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자신 땅에 타인이 자기 허락도 없이 농사를 지었는데도 그 농작물이 타인의 소유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맞다. 역사적 맥락이 있는 특수한 법리여서 그렇고 로스쿨 1학년 민법 시간에 소유권에 관해 배울 때 곁다리로 나오곤 한다. 


토지 위 물건들의 소유권

 

<민법>
제99조(부동산, 동산) 
①토지 및 그 정착물은 부동산이다.
②부동산 이외의 물건은 동산이다.

제256조(부동산에의 부합)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토지가 부동산인 것은 당연하고, 정착물이 무엇인지 문제된다. 정착물은 고정적으로 땅에 붙어있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은 건물이다. 건물은 토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수목(나무) 또한 땅에 고정되어 있으므로 정착물이고, 그 외에 담벼락도 정착물이다. 그러나 고정되지 않아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것은 정착물이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토지 위에 올려두었을 뿐인 큰 기계 같은 것은 토지의 정착물이 아니다.

이 정착물들 중에서도 독립성이 강한 것은 토지와 별개의 부동산이라고 보는데, 이 역시 대표적인 것은 건물이다. 그 외에도 소유권 보존등기 된 수목이나 명인방법에 의해 공시된 입목 등이 있는데 이는 낯선 것이니 넘어간다. 이렇게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들은 토지와 분리된 소유권의 대상이 되고 별개로 거래된다. 그러나, 그 정도로 독립적이지 않은 정착물은 원칙적으로 그 토지의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 토지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다. 이를 부합이라고 하며, 이 경우에는 그 정착물이 정착되기 전에는 타인 소유였어도 토지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된다. 물론 그 정착물의 전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61조)

명문의 취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 및 일반적인 해석은 ‘부합’은 분리할 경우 그 경제적 가치가 훼손되므로, 굳이 분리하지 말고 그 토지 소유자에게 부합된 물건의 소유권을 주어 갖도록 하고, 부합된 물건 소유자는 대신 돈으로 받으라는 것이라고 한다. 사회경제적 손해 방지를 위한 것이다. 분리할 경우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강한 부합은 타인이 권원을 가지고 설치해도 토지 소유자가 부합물의 소유권을 가지며, 그보다 약한 부합은 타인이 권원을 가지고 설치할 경우에는 위의 민법 제256조 단서에 의해 설치자가 부합물의 소유권을 갖는다.

요약하자면 토지에 부합된 정착물은 토지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고, 타인이 권원을 가지고(허락을 받았다든지) 설치한 경우에나 설치자에게 소유권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허가 없이 타인 토지에 농작물을 심은 경우
위의 부동산과 부합의 소유권 법리에 따르면 남의 땅에 농작물을 심은 경우 땅 주인에게 농작물의 소유권도 귀속되어야 할 것이다. 농작물은 땅에 고정된 것이니까 토지의 정착물이고 독립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토지에 부합된 것이다. 그렇다면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판례는 그렇지 않다.

타인의 농지를 가사 권원없이 경작을 하였다 하여도 그 경작으로 인한 입도는 그 경작자의 소유에 귀속되고 피차 자기에게 경작권이 있다 하여 동일한 농지를 서로 경작함으로써 결국 동일한 농지를 공동경작을 한 경우에는 그 입도에 대한 소유권은 위의 공동경작자의 공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67. 7. 11. 선고 67다893 판결

타인소유 토지에 농작물을 경작한 경우에도 그 생산물은 사실상 이를 경작배양한 사람의 소유가 된다.
대법원 1968. 6. 4. 선고 68다613,68다614 판결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자가 권원없이 경작한 입도라 하더라도 성숙하였다면 그에 대한 소유권은 경작자에게 귀속된다.
대법원 1963. 2. 21. 선고 62다913 판결

 

 


판례는 남의 토지에 허락 없이 농작물을 심었다고 하더라도 그 농작물의 소유권은 경작자에게 있다고 본다. 60년대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판례 법리다. 오히려 민법 일반론과는 다르고, 농작물의 소유권을 경작자에게 인정한다는 명시적인 법조문도 없다. 다른 정착물에는 적용되지 않고 농작물에만 적용되는 법리인데, 부합과 정착물에 관한 원칙에 예외를 두면서까지 이런 법리가 생긴 것은 사회경제적 맥락이 있다고 한다.

국민 대부분이 농부이고 남의 땅을 경작하거나 소유권에 관한 개념 없이 옛날부터 경작하던 땅이니 계속 경작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던 때에, 땅 주인이 함부로 소작 관계를 끊고 소작인을 내보내려고 하거나 글 아는 사람이 마을 공동경작지를 서류 조작해서 자기 땅으로 만들어버리는 등의 사회문제가 자주 발생하곤 했다. 이런 경우 경작해오던 농작물까지 다 내놓고 쫓겨나면 그 가구는 사실상 생계가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적어도 농작물까지는 수확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한다. 또한 다른 사용에 비해 농작물은 점유 기간이 1년 내고 토지에 큰 영향을 끼치지도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토지 소유자에게 피해가 적다는 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맥락을 살펴보아도 60년대에 적용되던 얘기이지 현재까지 이를 유지할 이유는 딱히 없어보이므로 만약 대법원까지 관련 사건이 올라가면 전원합의체에서 폐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조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판례가 변경되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① 현행 법조문에는 무단경작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없지만 ②법적 권리 의식이 미약했던 시절 실제 경작하던 사회적 약자인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농작물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한 판례의 법리이다.


법적 포인트
1) 우선 농작물이 얼마나 자랐는지에 따라 다르다

 

원고가 과연 본건 토지 위에서 경작행위를 하여 본건 입도가 성숙하여 독립된 물건으로서의 존재를 갖추었다면 이에 관한 소유권은 응당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할 것이요
대법원 1963. 2. 21. 선고 62다913 판결

 

62다913 판결에서는 ‘성숙하여 독립된 물건으로서의 존재를 갖추었다면’ 이라고 조건을 달아두고 있기 때문에 해석 상 싹이 올라온 것 이상으로 키운 정도는 되어야 농작물로서의 독립된 존재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씨만 뿌려둔 상태라면 농작물의 존재 자체가 없고 경작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것도 없다. 이후에 농작물이 자랐을 경우가 문제된다.

2) 농작물을 함부로 수확하거나 토지를 갈아엎는 경우
어쨌든 농작물이 경작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한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토지를 갈아엎어버린다면 절도죄나 손괴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70도82) 함부로 심은 것이니 없애는 것도 토지 소유자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 법리 상 내 땅 위에 있을 뿐 타인의 물건이므로 함부로 없애버릴 수는 없다. 민사적으로는 타인의 물건을 없앴으므로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경작자에게 농작물을 수거해가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면 (현실적 손해는 별론으로 하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3) 토지 소유자의 보호
현 법리는 경작자의 농작물 소유권만 보호할 뿐 토지를 사용하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토지 소유자는 경작자에게 토지 이용에 관한 사용료 등을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용료가 큰 돈도 아닐 것이고 자기 토지를 사용하려는 계획이 어그러지는 것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토지 소유자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

 

나무의 경우
위 법리는 농작물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나무는 무단으로 심으면 부합 법리에 따르게 된다. 즉 정당한 권원으로 심었다면 남의 땅에 심었다 해도 그 나무는 심은 사람의 소유이고, 몰래 심었다면 토지 주인에게 나무의 소유권이 귀속된다. 이 기사를 보면 남의 땅에 몰래 배나무를 몰래 심은 사람이 그 열매인 배를 수확해 간 것을 이유로 절도죄로 처벌받았는데, 이는 배나무가 땅 주인에게 귀속되었고 그 열매 역시 땅 주인 소유이므로 심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열매를 가져가면 절도죄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2023도11885) 역시 토지 주인의 허락을 받고 그 토지에 나무를 심은 경우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적용되어 나무는 토지에 부합되지 않고 심은 사람의 소유라고 명시적으로 보았다.  

 

 

여담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다고는 하지만,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것이라 사법부에 의한 법창조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판례도 법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판례 법리가 언급된 가장 오래된 판례가 62다893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도 민법 조문과 법해석을 통해서 이러한 법리를 도출하지 않았고 경작해서 농작물이 성숙하면 경작자에게 소유권이 당연히 귀속된다고 선언할 뿐이다. 즉 이 판례 법리는 따지고 보면 법적인 근거도 없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관습법을 이유로 판결했으면 관습법의 남용이 될 지언정 법적 근거는 있었을 텐데 말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현대 사회에서는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가면 전원합의체에서 폐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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