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사건사고

기안 방송 중 흡연의 처벌 여부

Glox 2024. 5. 4. 07:58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241/0003347607

 

‘기안84 흡연’ SNL코리아 “그 시대에 대한 풍자”…처벌 여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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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 84가 SNL 생방송 중 실제로 흡연한 것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 당연히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도덕 혹은 사회상규의 문제로 풀 수 있는 것에도 과도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무릎꿇을 것을 요구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법은 흑백논리도 아니고 불법성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규율하도록 규정한다. 그래서 '처벌'이라는 워딩까지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남의 심판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처벌은 없다

개인적으로 쓰레기 줍기 하면서 길바닥에 담배꽁초가 매우 많고 치우기 힘들어 흡연자들을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법은 흡연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적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것은 처벌까지도 가는 행위지만 개인이 흡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적 규제가 아니라 행정적 규제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제재와 처벌을 같이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정리해야 하는데, 국가가 무언가를 제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처벌인 것은 아니다. 처벌이란 원칙적으로 '죄'가 되는 행위를 해서 형사절차를 거쳐 유죄가 되어 벌을 받는 것이다. 즉결심판이든 정식 형사재판을 열든 형사절차를 거친다면 판사가 이를 판단해서 유죄를 선고해야만 처벌을 받게 된다. 그 외의 국가의 제재는 원칙적으로 처벌이 아니다. 만약 처벌을 받아서 돈을 내야한다면 '벌금'을 내게 되고 다른 명목으로 돈을 낸다면 행정적 제재일 수는 있어도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우리나라가 형사적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현행법 상으로는 흡연행위 자체로는 처벌하지 않는다.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을 해도 처벌받지는 않는다. 곧 서술하겠지만 금연구역 내 흡연은 행정적 규제라 형사처벌이 아니다. 그러니 기안84가 방송 중 흡연을 했다 할지라도 처벌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금연구역 내 흡연은 과태료 대상

우리나라의 흡연행위 규제는 원칙적 허용, 예외적 규제다. 길빵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길빵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현행법 상 길빵도 원칙적 허용이다. 흡연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일정 장소를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금연구역 내에서만 흡연을 금지하는 구조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
④ 다음 각 호의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ㆍ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으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실을 설치하는 기준ㆍ방법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⑤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주택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공동주택의 거주 세대 중 2분의 1 이상이 그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여 줄 것을 신청하면 그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표지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금연구역 지정 절차 및 금연구역 안내표지 설치 방법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⑥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표지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금연구역 안내표지 설치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⑦ 지방자치단체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가는 관할 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⑧ 누구든지 제4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4조(과태료)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 제8조의4제2항을 위반하여 금주구역에서 음주를 한 사람
2. 제9조제8항을 위반하여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사람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금연구역 지정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금연구역 내에서는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의 법적 성질에 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교과서적인 설명은 단순한 의무위반에 대해서 행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라는 것이다. 즉 이건 벌금형과 같은 형사처벌이 아니다.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의무위반은 범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해서 전과가 남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금연구역 내에서의 흡연은 과태료 부과 대상인데, 기안이 과연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했는지가 문제된다. 그래서 법상 규정된 금연구역들을 살펴보았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
④ 다음 각 호의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ㆍ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으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실을 설치하는 기준ㆍ방법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16. 연면적 1천제곱미터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

 

위에서 본 국민건강증진법 제 9조 제4항 제16호에 따르면 연면적 1천제곱미터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은 법상 금연구역이다. 이런 건물 옆에서 피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니 이러한 건축물의 실내에서 흡연할 경우가 문제될 것이다. 그런데 기안의 흡연 장소는 실내 방송 스튜디오였는데, 실내 방송 스튜디오는 사무용건축물이나 복합용도 건축물에 포함될 여지는 충분해 보이고,  방송 스튜디오의 일반적 규모를 생각하면 아마 저 규정에 해당하는 장소라고 보인다. 진짜 담배여서 사람들이 놀랐다고 하니 기안의 흡연 행위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제16호를 위반한 행위로 최대 과태료 10만원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불을 붙이지 않았거나 진짜 담배가 아니였다면 흡연하는 듯한 모습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 중 흡연이라서 문제다?

금연구역일 가능성이 높은 실내에서 흡연하는 것이 문제될 수는 있는데, 방송 중 흡연이 불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송이라고 해서 흡연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안그래도 작년에 관련 기사를 봐서 알고 있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825155600530

 

공중파에선 안보여도 넷플릭스에선 흔한 흡연…"규제 논의해야"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OTT(동영상 스트리밍)가 흡연이나 음주 장면을 담은 콘텐츠를 빈번하게 송출하고 있...

www.yna.co.kr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건전성)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법 상 방송에는 방송 화면 중 흡연 장면을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거나 이를 편집, 모자이크해야한다는 직접적인 규정이 없다. 당연히 방송 중 흡연했다고 해서 제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직접적인 금지가 아니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흡연 등의 표현을 할 때는 이를 미화, 조장하지 않도록 표현을 신중히 하라는 심의규정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OTT들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방송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의 적용대상이라 위 심의규정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SNL 코리아는 OTT인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는 것이므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즉 1) 방송 화면에 흡연 장면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금지 규정도 없고 2) 심의 관련 규정은 OTT에 적용되지도 않아 방송 중 흡연은 위법 사항이 아니다.

 

 

흡연 장면이 필요할 때는?

연극이나 드라마, 영화에 흡연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것들에 의문을 표한 경우도 있는데 물론 그 연기자들이 위법행위를 해가면서 연극이나 드라마 촬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야 당연하고, 가끔 실내 흡연이 나오거나 연극 극장 안에서 흡연하기도 하는데

 

 

이런 촬영용 소품 담배가 있다고 한다. 어느 글에 따르면 티나는 것도 아니고 허브 등으로 진짜처럼 만든 것도 있다고 하고. 미성년자 연기자, 비흡연자 연기자가 흡연하는 장면이 있을 수도 있는데 실제 흡연하는 것은 어려울테니 촬영용 가짜 담배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혹은 니코틴 성분이 없는 금연초를 사용한다고 한다. 기안 역시 진짜 담배가 아니라 이런 소품들을 사용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1) 기안84의 흡연 행위가 처벌 대상 X

2) 그러나 실내 흡연은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음

3) 방송 중 흡연이라는 것만으로 법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님, 촬영시엔 보통 소품용 담배 사용

 

 

여담

방송 중 흡연이 장려하고 긍정적 행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파악한 당국에서 과태료 조치를 내리면 충분한 일이지 큰 논란이 되는 게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법적 엄숙주의라고 해야 할까. 물론 실내에서 흡연한 행위는 법취지처럼 다른 사람에게 간접흡연을 일으키는만큼 사회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행위이다. 그러나 사회윤리적으로 당당히 비판할 수 있는 것인데도 잘못을 논하기 위해 먼저 법위반이 아닌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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