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newsis.com/view/NISX20230721_0002385637
인터넷에서 몇 번 ‘출근시간 논란’으로 봤던 글들이다. 이 논란도 꽤 오래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예전에는 꼰대냐 아니냐 정도였다가 MZ세대 같은 유행어가 붙으면서 MZ세대의 특성과 연관짓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 반응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이 논란의 쟁점은 크게 2가지다. 1) 출근시간에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출근시간까지 업무 장소에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가, 즉 출근시간의 개념 문제가 있고 2) 회사가 출근시간보다 일정 시간 미리 오도록 지시한다면 그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의 문제가 있다.
1. 출근시간 ≠ 업무개시시간
일반적으로 출근시간은 근무처에 도착하는 시간으로서 작업준비시간을 거쳐 작업에 착수하는 작업개시시간과 같지 않은 점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도1855 판결
미디어가 MZ 세대의 이미지를 마치 “출근시간까지만 도착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있어서 웃긴 일이지만, 출근시간의 개념 논쟁은 이제 막 취업하는 Z세대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1992년에 결론이 났다. 출근시간이란 업무 장소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논란의 첫 번째 쟁점은 간단히 해결된다. 출근시간이라고 하는 시간에 업무를 반드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무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이는 근로시간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한다. 근로자가 출근한 이후부터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상태가 되고 이에 따라 위 대법원 판례의 문구도 해석해보면 작업준비시간 즉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 켜고 있는 상태라고 해서 사용자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컴퓨터가 켜지지 않아서 지시를 곧바로 이행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컴퓨터 켜지는대로 지시를 이행할 것이지 않는가. 즉 근로시간에는 출근 이후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 업무에 착수하여 업무하는 시간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2. 출근시간 10분전에 일찍 오도록 강제한다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출근시간≠업무개시시간이니 이를 구분하도록 해보자. 그렇다면 출근시간은 만약 근로계약을 ‘근로시간은 09:00부터 18:00까지로 한다’라고 했을 경우 09:00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일반적인 업종이라면 출근시간은 09:00처럼 고정되어 있지만 업무개시시간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업무준비시간이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업무개시시간은 매번 유동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특수한 업종이라 업무개시시간이 정확히 고정되어야 한다고 해보자. 즉 일이 생겼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할 수 없고 반드시 착수해야 하는 특수한 업종인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면 회사는 ‘출근시간은 9시지만 9시부터는 반드시 일을 해야 하니 10분 일찍 와서 준비해라’라고 할 수도 있다. 업종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는 그 미리 오도록 한 10분을 근로시간으로 계산해서 임금을 줘야 한다.
이는 위에서 본 근로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10분간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면 그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상태인 것이고, 그 근로자는 10분간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약서상 출근시간은 9:00이라 해도 실제 법적인 출근시간 기산은 8:50으로 하게 된다. 따라서 회사는 매일 10분간의 근로시간에 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연장근로 제한 문제에도 하루 10분의 근로시간이 산입된다.
원고가 이 사건 마트에 근무하는 동안 매일 08:00경 출근함으로써 근로계약에서 정한 출근 시간보다 1시간씩 상시로 조기출근을 해왔고, 조기출근 시간에 제과제빵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실제로 근로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며, 이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2012년 7월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의 조기출근 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창원지방법원 2017. 8. 23. 선고 2016나6778 판결
이는 근로시간의 의미에 따른 당연한 일이기에, 실제로 근로계약에서 정한 출근시간보다 미리 출근하도록 지시해서 업무준비 등 업무를 하였다면 그 시간만큼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
다만, 미리 온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산정되는 것은 회사에서 지시하는 경우이고, 자신이 자발적으로 미리 온 경우라면 근로시간이 될 수 없다. 회사는 출근시간 이후부터 근로자의 근로 제공을 수령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이지 그 전부터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려 해도 그건 근로자 일방의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중에 연장수당 같은 걸 신청하려 해도 인정되지 않는다.
즉 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의 근로시간은 08:00부터 17:00까지로 되어 있고, 피고 병원이 원고에게 근무시간보다 빨리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양산지방고용노동청에 출석하여 ‘병원 측에서 조기출근을 지시한 사실은 없고 본인이 의사로서 책임감으로 일찍 출근한 것이며, 7시에 출근하여 1주일에 1~ 2일 정도 산책을 하기도 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매일 조기출근하여 실제 연장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울산지방법원 2023. 5. 24. 선고 2022가합10947 판결
개인적인 생각
법은 문화를 강제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 출근시간까지 근무지에 도착하면 되지만, 그보다 일찍 와서 일하는 이유 중에는 그런 사람들을 성실한 사람으로 보는 문화가 아직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지만 여전히 출근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업무를 준비하는 편인 것 같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혹시 모를 불이익은 없을지 걱정되기 마련이다.
출근시간보다 미리 와서 일하는 걸 성실하게 보는 문화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걸 성실하다고 보는 것도 존중할 수는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생각 정도를 넘어서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본인이 일찍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일찍 오는 것이고, 출근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사람들을 불성실하다며 뭐라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일텐데.
사실 나는 원래 정해진 시간보다 10분은 일찍 가는 편이다. 정해진 시간에만 도착하면 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다가는 혹시 모를 우연한 사정 때문에 지각할 수 있기 때문에 완충 시간을 두는 것이다. 버스를 놓친다든지 차가 좀 막힌다든지 하는 사소한 사정으로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다닌다. 회사 출근도 마찬가지라서 이 논쟁에 관하여 ‘출근시간까지 회사 도착만 하면 되는 것이 맞지만 그보다 좀 더 일찍 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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