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제46조(직장폐쇄의 요건)
①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②사용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직장폐쇄를 할 경우에는 미리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하여야 한다.
노조법 제46조는 사용자측의 직장폐쇄의 시기적 요건만을 다루고 있을 뿐 그 효과와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직장폐쇄에 따른 구체적인 적용 양상들은 해석론에 맡겨져 있다. 작년 노동법 2(집단적 노사관계법)을 수강하면서 직장폐쇄에 관한 공부를 하던 중 의문점이 있었다. 직장폐쇄는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항하기 위하여 사용자측에서 직장폐쇄 하여 근로자에게 임금지급을 하지 않는 행위이다. 그런데 직장폐쇄가 사업장 전체에 대해 전면적으로 행해진다면 쟁의행위와 상관없는 근로자에게도 직장폐쇄의 대상이 되거나 효력이 미치는 것일까? 만약 그 근로자들에게도 직장폐쇄가 적용된다면 그들에게는 불합리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는 근로자들은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근로를 제공하기를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직장폐쇄로 근로를 하지 못하고 임금도 받지 못한다면 첫째로는 책임의 주체가 아닌 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며 둘째로는 갑자기 임금을 잃게 된 근로자들은 쟁의행위 중인 노동조합에게 적대적이게 될 수 있는만큼 노노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수업 교수님께 사용자가 직장폐쇄가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상대방 노동조합에게만 적용되는 것인지 근로자 전체에게 적용되는 것인지 질문드렸는데 교수님은 다음 수업 시간에 견해 대립이 있으며 명확한 판례는 없다고 알려주셨다. 결국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는 비조합원에게는 직장폐쇄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판례의 입장
직장폐쇄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판례는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다34331 판결이다. 앞서 말했듯이 직장폐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해석론에 맡겨져 있으며 이 판결에서 직장폐쇄의 정당성에 관하여 대항성, 방어성의 요건을 명시하면서 직장폐쇄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들을 명확히 하였다. 시험문제에서도 직장폐쇄와 관련된 내용을 쓸 때면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중요한 법리이다.
이 판례에서는 '그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을 때 비로소 사용자는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대상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불의무를 면한다.'고 하여 직장폐쇄의 대상 근로자가 고정된 것은 아니되, 직장폐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혹은 될 수 없는 근로자의 범위를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결국 이 판례는 직장폐쇄의 대상 범위를 명확히 설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명확한 판례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판례에서의 논거를 살펴야 하는데 이 판례는 직장폐쇄의 인정 근거로서 '형평의 원칙'을,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으로 '대항성'과 '방어성'을 두고 있다. 따라서 직장폐쇄의 대상 범위 역시 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비조합원을 상대로 대항하기?
현행 노동조합법 상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며(노조법 제37조 제2항), 조합원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근로자는 1) 쟁의행위 참가 노동조합원, 2) 쟁의행위 불참 노동조합원, 3) 비조합원으로 나눌 수 있다.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방어적 행위라면 1), 2)에 해당하는 노동조합원에 대해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쟁의행위에 불참한 노동조합원이라 해도 그것은 노동조합 내부의 파업전략 상 참여여부의 차이일 뿐, 집단적 노사관계인 쟁의행위에서 사용자와 해당 노동조합원이 그 당사자이고 쟁의행위 불참 노동조합원은 그 노동조합과 일체, 연대 관계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쟁의행위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 비조합원이다. 직장폐쇄가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항하고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그 쟁의행위를 수행하는 주체가 아닌 비조합원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 타당한가? 그림으로 그려보면 직관적으로 어색하다.
그림처럼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것이라면 대항행위의 화살표는 쟁의행위가 시작된 방향으로 겨누어져야 한다. 대항해야 할 원인을 만들지 않은 사람은 대항의 대상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나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교섭을 위해 쟁의행위에 나선 노동조합원과는 달리 비조합원들은 쟁의행위의 의사가 있는지 불분명하며, 정상적으로 조업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기 희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직장폐쇄의 대상이 되어 임금지급을 받지 못한다면 비조합원들은 타의에 의해 임금을 상실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본인들 스스로 그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럴 때 그들의 원망은 최초의 원인인 쟁의행위를 시작한 노동조합을 향할 가능성이 높은데, 근로자 간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의 제도가 과연 적절한 정책 방향인지 의문스럽다.
쟁의행위의 목적
노사관계가 평화로워서 매번 협상을 통해 단체교섭이 잘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양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노동조합법이 쟁의행위를 인정하는 이유는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서로에게 출혈을 감수하며 압박을 주어 교섭에 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근로자는 임금 상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근로 제공을 거부하여 생산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시켜 사용자측에게 경제적 타격을 입게 만든다. 사용자로서는 사업 운영을 정상화시키고 경제적 손실상태를 종료하기 위해 교섭에 응하게 되거나 교섭에서 좀 더 양보하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측의 쟁의행위인 직장폐쇄도 마찬가지이다. 직장폐쇄로 상대방 노동조합에 대한 임금지급 및 쟁의행위 근로자들의 직장점거를 중단시켜 압박을 가해 근로자측 역시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한다. 즉 쟁의행위는 당사자에게 교섭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부담을 지우는 효과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비조합원에 대한 직장폐쇄는 이러한 쟁의행위의 목적인 교섭 유도에 기여할 수가 없다. 쟁의행위 수행 노동조합은 비조합원에 대한 직장폐쇄가 행해져도 추가적인 압력을 받는 것이 없다. 사용자측은 직장폐쇄의 효과로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까지 면제받기 때문에 쟁의해위로 발생한 부담이 경감된다. 따라서 이 직장폐쇄로 인해 한 쪽은 교섭에 적극적으로 응할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고, 한 쪽은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이 직장폐쇄는 오히려 교섭에 나서도록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쟁의행위는 노동분쟁 상태를 일찍 종결시키기 위한 수단인데 오히려 분쟁을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면 쟁의행위의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비조합원이 직장폐쇄의 대상이 될 경우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형평의 원칙
앞서 판례에서 밝혔듯 직장폐쇄는 형평의 원칙 상 주어지는 것이다. 그 형평의 원칙이란 노동분쟁 상태에 있는 노사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적용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쟁의행위 수행자가 아닌 비조합원이 과연 노동분쟁 상태의 당사자 지위에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 할 것이지만 쟁의행위에 별도로 참가하지 않는 한 당장은 사용자측의 노동분쟁 상대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가 비조합원에 대하여 직장폐쇄를 할 경우 사용자의 임금지급부담의무는 경감되는 반면 비조합원은 임금상실의 부담을 받게 되는데 사용자의 부담을 원인 제공자가 아닌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더 나아가 판례에서 언급한 '형평의 원칙'에 맞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마치며
나는 직장폐쇄를 쟁의행위를 하는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집중해서 보아 이러한 생각을 했지만, '사용자측의 현저한 손해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직장폐쇄를 분석하여 사용자가 불리하게 져야하는 임금지급의무를 완화할 수 있다면 직장폐쇄의 대상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나는 후자의 경우에도 앞서 말한 것들을 적용해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 적절한 수단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여튼 비조합원이 직장폐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조합원은 이미 노조법 제44조에 의해 임금지급의무가 없으므로 쟁의행위 불참 노동조합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해소하기 위해서만 직장폐쇄가 의미있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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