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사라져가는 사람들

Glox 2023. 8. 31. 23:01

내 기억이 시작되는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경상북도 봉화군이란 곳에서 자랐다. 우리나라 사람 중 상당수가 이름을 들어본 적 없을 것 같다. 경북 북부의 작은 군이니까. 거대한 도시인 서울에서 지낸지가 10여년이 되어 이 도시가 익숙해진 지금 생각해보면 믿기지 않지만 그 작은 도시도 어린 나에게는 충분히 큰 세계였다. 읍내 시가지는 서울의 한 동보다도 작지만 낮은 건물들 하나하나에는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읍내를 관통하는 작은 강 주변엔 저녁이면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반에 열 몇명씩 같이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고 분식집에는 줄을 기다려 꼬치를 사먹기도 했다. 자전거를타고 시자기 바깥으로 나가면 산을 지나는 도로를 따라 작은 주택들 옆을 지나기도 했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끝없이 가보기도 했다. 어린 나에게 충분히 큰 세계였던 봉화군의 인구가 3만명을 조금 넘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연 13,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내가 기억하는 그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남김없이 사라지는 일이 3년이면 반복된다. 요즘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봉화군도 소멸문제로는 이미 위험도 최상이다. 점점 줄어들던 인구가 3만명밑으로 내려가니 마니로 공무원들이 머리를 싸맨다. 그런데 그만큼의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3년이면 사라진다. 자살로. 작은 지자체가 2,3년이면 하나씩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 섬뜩한 통계를 다룬 글을 처음 봤떤 건 수험공부 외에도 이것저것 찾아보던 로스쿨 1학년 때였다. 그런데 그 책은 범죄현상을 다룬 책이었다. 그런데도 자살을 책의 한 장으로 다루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범죄가 아니지만 그 현상에 대한 접근은 범죄를 분석하고 대책을 새우는 것과 유사하단 뜻이리라. 방치하면 안 되고,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며,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등등. 사라질까 두려운 내 고향만큼의 사람들이 타의적인 이유도 아닌 자살로 금방 사라지고 있다는 섬뜩한 생각 이후 사람들에게 일상에서의 행복을 주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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