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바다 위에 퍼질 때, 하늘 위로 작은 불꽃이 선을 그렸다가 커다란 꽃처럼 변한다. 펑 하고 터지는 소리, 푸른 번개와 붉은 국화가 뒤섞인 듯한 빛줄기, 그 아래에서 귓속으로 파고드는 잔잔한 파도 소리까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어린 시절 눈을 반짝이며 보던 기억이 밀려든다.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 바닷가로 놀러갔을 때 낭만처럼 느껴지는 풍경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916460001460
파라솔 등장… 전국 해수욕장 개장 준비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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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전국 해수욕장들이 개장하기 시작했고, 역대급 더위였던 2018년 같은 무더위가 지속되며 사람들이 바닷가로 피서를 갈 것이다. 그리고 낭만의 이미지처럼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해변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불꽃놀이를 하는 일이 많아 그것이 낭만의 이미지로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폭죽과 불꽃놀이는 금지되어 있다.
해수욕장에서의 불꽃놀이 금지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해수욕장법)
제22조(해수욕장에서의 준수사항)
① 누구든지 해수욕장에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8. 백사장에서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제2조제3항제3호아목 장난감용 꽃불로 놀이를 하는 행위. 다만, 관리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현재 해수욕장법상 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장남감용 꽃불,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문구점 같은 곳에서 사는 폭죽이라고 부르는 것들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30대 이상인 사람들은 낯설 수도 있는데, 그럴만한게 해수욕장법은 2014년에 제정되어 불꽃놀이를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바닷가에서의 폭죽이 금지되지 않았고 놀러가면 흔히 하는 놀이였다.
하지만 여러 문제로 인하여 해변 불꽃놀이가 금지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탄피 쓰레기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 문제와 부상 문제였다.
https://mbiz.heraldcorp.com/article/3237696
“해수욕장에 탄피가 8000개나 버려졌다고?” 이 시커먼 쓰레기의 정체 [지구, 뭐래?] - 헤럴드경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미세먼지, 대기오염 걱정하면서 불꽃놀이는 하잖아요. 환경 생각하면 이제는 인위적인 낭만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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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닷가에서 비치코밍을 하면 볼꽃놀이의 잔해인 폭죽 탄피가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한 비치코밍에서는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한번에 8000개 가까운 탄피를 주웠다고 한다. 이건 그나마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서 발견된 것이지, 상당수는 바다로 흘러갔을 것이다. 폭죽의 탄피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이런 탄피 쓰레기들이 바다로 유입되면 결국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탄피를 먹이인줄 알고 삼키는 해양생물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업다. 폭죽 터질 때의 탄피뿐만 아니라 손잡이와 몸체도 그대로 모래사장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 한순간 낭만을 위해 즐기고는 그 뒤처리는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https://www.kdsn.co.kr/news/article.html?no=26940
여름 '폭죽' 사용, 즐겁지만 위험한 안전사고 주의필요 - 한국재난안전뉴스
한국재난안전뉴스 유예지 기자 | 휴가철이나 행사철 폭죽을 터뜨려 기분을 내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된 안전사고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사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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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폭죽을 즐기다 다치는 사고도 빈번하다. 무려 2004년 보고서에서부터 여름철 바닷가에서 폭죽을 터뜨리다가 부상을 입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 안전성을 검토하기도 하였으며(장난감 꽃불류 안전실태 조사결과), 소비자원에 따르면 폭죽 중 상당수가 중국산이어서 안전성에 관한 검증이 미비하여 위험도가 높다고 한다. 손에 쥐고 있는 폭죽이 터져서 손에 화상을 입기도 하고, 날아간 불꽃이 사람을 맞춰 다치기도 한다.
해수욕장법
제47조(과태료)
③ 제22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런 주요한 이유들 때문인지 2014년 해수욕장법이 제정되며 해수욕장 백사장에서의 불꽃놀이는 전면 금지되었고 위반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시행령에 따른 부과기준상 1회 단속시에는 5만원 부과).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40708.22002002048
지자체에서도 해수욕장 불꽃놀이를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 대표 해수욕장인 광안리해수욕장에서만 2023년 3242회나 단속하였다고 한다.
해변에서 폭죽을 파는 것은?
해수욕장에서 폭죽을 즐기는 사람들도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폭죽을 사오진 않는다. 대부분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면서 놀다가 근처에서 폭죽을 사서 불꽃놀이를 즐길 것이다.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불꽃놀이가 금지되어 있다면, 그 근처에서 폭죽을 파는 것도 불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애매한 영역에 있다.
해수욕장법
제22조(해수욕장에서의 준수사항)
① 누구든지 해수욕장에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상행위 또는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상행위
폭죽을 파는 것은 상행위에 해당한다. 그래서 해수욕장에서 폭죽 파는 것은 폭죽 터뜨리는 것처럼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바닷가에서 폭죽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문제가 되는 이 법은 해수욕장에 관한 해수욕장법인데, 모든 바닷가가 해수욕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수욕장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해수욕장”이란 천연 또는 인공으로 조성되어 물놀이ㆍ일광욕ㆍ모래찜질ㆍ스포츠 등 레저활동이 이루어지는 수역 및 육역으로서 제6조에 따라 지정ㆍ고시된 구역을 말한다.
법은 강제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대상은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바닷가를 통틀어서 해수욕장이라고 하지만 해수욕장은 어디까지나 물놀이를 하기 좋은 일부 바닷가 중 국가가 지정한 곳만을 의미하며, 해수부가 고시하는 2024년 해수욕장 지정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해수욕장은 286개소에 불과하다. 즉 해수욕장이 아닌 바다는 해수욕장의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나아가, 해수욕장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해도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 근처가 모두 해수욕장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해수욕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보통 바다와 백사장, 해송이 있는 주요 구역이 있고 그 앞을 지나가는 2차선 자동차 도로고 있고 그 도로 건너편에 식당이나 상점가들이 있다.
이런 길 건너 바닷가 상점들은 해수욕장과 코닿을 거리에 있지만 해수욕장의 일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해수욕장 근처에 있을 뿐인 동네 가게들하고 똑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해수욕장에서의 상행위 금지는 백사장과 근처 산책로 등에서 자리를 깔고 상행위 하는 것은 확실히 금지하지만 이런 바닷가 상점들의 상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그 가게들에서 폭죽을 파는 것도 금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법의 엄밀함에 관하여는 불꽃놀이도 일부 적용이 있는데, 상행위 금지와 같은 이유로 해수욕장이 아닌 바닷가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건 금지가 아니다. 또, 불꽃놀이 금지는 해수욕장보다 더 범위를 줄여서 ‘백사장’에서의 불꽃놀이를 금지하고 있어서 백사장이 아닌 해수욕장 내의 산책로 등에서는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해수욕장 내에서 폭죽을 파는 것은 상행위 금지로 금지되어 있지만,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바닷가 상점에서 폭죽을 파는 것은 금지되지 않아 사람들은 ‘파니까 해도 되는 거겠지’ 하면서 폭죽을 사서 불꽃놀이를 하게 된다.
폭죽 판매도 금지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부터는 사견의 영역이다. 많은 단체들이 해수욕장 백사장에서의 불꽃놀이는 불법인데 그 근처에서 폭죽을 파는 것은 합법인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폭죽 판매(적어도 해수욕장 근처에서라도)도 불법화한다면 이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과잉금지원칙을 걱정할 수 있는 회색지대의 영역으로 보여 조심스럽다.
해수욕장 내 불꽃놀이로 인하여 우려되는 문제(폐기물 및 안전 문제)의 위험성은 해수욕장 내에서 불꽃을 터뜨리는 순간(+치우지 않고 가는 순간) 현실화된다. 그런데 폭죽을 판매하는 것은 불꽃을 터뜨리는 것과는 달리 즉시적 위험성을 수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미 문제 방지를 위한 직접적인 위험을 규제하고 있음에도(불꽃놀이 금지) 위험의 인과관계가 간접적인 관계에 불과한 판매 행위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잉 규제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물론 규제하면 해수욕장 불꽃놀이로 인한 문제를 더 확실히 방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규제함에 있어서 가능한 개인의 자유를 덜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의 원칙이다. 폭죽이 판매되는 즉시 심각한 문제를 낳는 것이면 모를까, 결국 잘 쓰면(뒷정리 및 안전하게 사용) 문제가 상당히 감소할 수 있는데 선제적으로 판매 금지라는 직업의 자유 제한은 상당히 과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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