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7/0000033692?sid=102
변호사시험 이후로 재판 방청을 많이 다니고 있다. 거의 서면으로 이루어지는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증인신문, 피고인신문을 말로 하기 때문에 지켜보면서 배울 것이 많다. 형사재판 방청에 가보면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는다. 놀라운 것은 그들 중 상당수가 재범이라는 것이다. 초범이 있어야 재범할 수 있으니 분명히 초범 재판도 있어야 할텐데 내가 본 음주운전 재판은 신기하게도 피고인들이 모두 이전에 음주운전을 한 경력이 있었다. 이는 음주운전이 재범률이 높은 범죄이고, 단순한 처벌로는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2023년 10월 음주운전에 대하여 처벌보다는 예방과 재발 방지의 관점으로 접근한 개정이 이루어져 2024년 10월 시행될 예정이다. 바로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제도다.
<아래의 도로교통법은 개정되어 시행 예정인 법이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제도
도로교통법
제80조의2(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
① 제44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경우로 한정한다. 다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한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같다)한 날부터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여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이 자동차등을 운전하려는 경우에는 시ㆍ도경찰청장으로부터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이하 “조건부 운전면허”라 한다. 이하 같다)를 받아야 한다.
②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제82조제2항제1호부터 제9호까지에 따라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대상에게 적용되는 운전면허 결격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부착하며, 운전면허 결격기간이 종료된 다음 날부터 부착기간을 산정한다.
1. 음주운전 방지장치란?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차량에 설치되어, 시동을 걸기 전에 측정장치에 호흡을 불어넣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기준치 이하여야만 시동이 걸리게 하는 장치이다. 음주운전 단속할 때 부는 장치가 차에 달려서 음주 상태에서는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여 음주운전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2. 설치 대상자는?
5년 이내에 2번 음주운전을 해서 면허가 취소된 자가 대상이다. 5년 내 음주운전 재범이고 이를 이유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다시 운전하기 위해서는 조건부 운전면허라는 것을 받아야만 운전할 수 있다. 조건부 운전면허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에게 다시 운전면허를 발급하면서 위에서 말한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조건으로만 음주운전을 발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즉 정 다시 운전하고 싶으면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서 음주운전을 방지한 상태로 차를 운전하라는 것이다. 음주운전 재범자에게는 운전면허를 다시는 발급해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잉금지원칙 문제도 있고, 이런 사람들은 면허가 없어 운전을 할 수 없게 되면 그냥 무면허 운전을 해버리고 그 와중에 무면허 음주운전까지 할 가능성이 높다. 음주운전 예방 장치를 설치한 상태에서 운전할 수 있는 길을 주는 것이 정책적으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3. 다른 차를 운전해 버리면?
도로교통법
제50조의3(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운전자등의 준수사항)
③ 제80조의2에 따라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은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아니하거나 설치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52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의2. 제50조의3제3항을 위반하여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받고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아니하거나 설치기준에 적합하지 아 니하게 설치된 자동차등을 운전한 사람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차가 아닌 다른 차, 제2차나 렌트카를 운전해서 회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도로교통법은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은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 운전을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 처벌규정인 도로교통법 제152조는 무면허 운전에 관한 것으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 운전을 무면허 운전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운전면허는 면허에서 허용하는 차량만 운전하도록 하는 것인데 조건부 운전면허에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은 면허의 허용 차량이 아니므로 당연한 귀결이긴 하다.
4. 다른 사람이 대신 불어주면?
도로교통법
제50조의3(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운전자등의 준수사항)
⑤ 누구든지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을 대신하여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등을 운전할 수 있도록 해당 장치에 호흡을 불어넣거나 다른 부정한 방법으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등에 시동을 거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48조의3(벌칙)
③ 제50조의3제5항을 위반하여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을 대신하여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등을 운전할 수 있도록 해당 장치에 호흡을 불어넣거나 다른 부정한 방법으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등에 시동을 걸어 운전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에 관한 반응으로 호흡 대신 불어주는 대리가 생긴다거나, 옆에서 사람이 불어주면 아무 소용없다는 걱정도 있었다. 사실 해당 행위는 형법의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서 방조범 법리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긴 하지만, 도로교통법은 이러한 경우도 확실히 금지하고 처벌 규정을 두었다. 조건부 운전면허 받은 사람을 대신해서 호흡 측정기를 대신 불어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5. 그 외
그 외에도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운전하려면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하고 등록해야 하는 규정,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해당 장치를 해체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 연 2회 운행기록을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 등 제도의 실효성을 위한 여러 규정들이 있다.
재범률 높은 음주운전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약 43.62%로 나타났다. 그 동안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10여년도 넘게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계속해서 강화되었다. 13년 전인 2011년에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으나, 현행법에 따르면 최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상한선만 해도 거의 2배가 뛰었고 최저 하한선이 생긴 것도 매우 무거운 처벌이다. 가장 낮은 처벌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3%~0.08%인 경우에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며 이 처벌 수위도 약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위 처벌은 인명사고 등을 내지 않고 음주운전만 했을 경우의 처벌이다. 인명사고를 내면 경합범으로 더 가중된다. 음주운전이 나쁜 것과 별개로 사고라는 결과 없이도 처벌되는 걸 생각하면 전체적 형의 균형을 볼 때 처벌이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생각했지만 엄벌보다는 안 걸리는 일 없이 확실히 처벌되고 또 공평하게 처벌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 제도의 도입을 환영할 수 있는 것이 단속과 처벌보다는 실제적인 예방과 방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평소 범죄 예방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책적 접근과 함께 법 개정으로 예방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시동 걸기 전 호흡 측정해서 음주운전 방지한다는 건 내가 어릴 때 발명 노트에 썼던 것인데 이렇게 현실화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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