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정책

저작물 법정허락, 제도의 한계

Glox 2023. 1. 8. 23:36
저작권법 제50조(저작재산권자 불명인 저작물의 이용)
①누구든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어도 공표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알 수 없어 그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위원회에 지급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저작물의 법정허락제도가 있다. 저작권자(정확히는 이용허락하는 주체이니 저작재산권자지만 저작권자라고 함)를 찾기 힘들거나 고아 저작물인 경우 특정한 조건 하에서 저작권 사용료를 공탁하고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동의 하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함부로 쓰는 것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잡지식, 상식 관련 컨텐츠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딱 맞는 짤이 있는데 다른 창작물과 다르게 짤은 저작권 관계가 애매하다보니 사용하려다 고민에 빠지는 일이 많다. 이처럼 콘텐츠업계에서 저작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 제도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leesh_2018/222899410780

이상헌 의원이 국감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연간 100여건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다. 2018년 258건, 2019년 108건, 2020년 81건, 2021년 178건에 불과하다.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저조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 제도를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제도인 것이겠지만. 나도 컨텐츠 제작하면서 저작권 관련 책 읽고 조문도 보다가 알게 된 제도이다. 

로스쿨생들에게도 생소하다.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도 모른다. 사실 로스쿨생들은 민법 하느라 바쁘고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교양으로 저작인격권, 재산권 구분 아는 정도이다. 변시까지 너무 대비가 안 되어 있으면 변시 시험과목 외에는 학부 시절 교양과목보다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은 개인의 권리이고 이를 침해하고 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제도가 설계된 나름의 취지와 이유가 있겠지만 제도가 사용되기에는 그 상황에 대한 현실적 한계가 크다.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고 싶고, 그래서 허락도 받고 싶은데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는 대충 1) 저작물은 존재하지만 그 저작자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경우, 2) 저작자는 알고 있지만 그의 소재지도 모르고 연락도 닿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2번 경우에는 어쨌든 저작자는 존재하므로 무단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함부로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단순 개인이 저작권 침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업적으로 사용하거나 단체가 사용하려면 수고스러워도 연락을 시도해보려 할테니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법정허락 제도 이용하기 전에 개인 간 잘 합의를 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1번 경우이다. 권리자가 누군지조차 불명확하다면 허락을 위한 연락 자체를 시도해볼 수 없다. 법정허락 제도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상황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법정허락 제도가 사용되기 힘들다. 권리자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요건 자체가 이미 권리자는 저작물 관리에 손 놓았거나 자신이 저작권자인지조차 모를 확률이 높다. 괜히 고아 저작물(Orphan Works)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즉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해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확률이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이 제도를 사용하는 수고를 겪느니 불법적으로 사용하려는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법정허락 제도를 이용하면 사용자는 분명히 합법적으로 문제없이 이용허락을 받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허락을 받으나 받지 않으나 그 결과는 거의 같다.

게다가 저작권자를 찾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법정허락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데, 그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

 

저작권법 시행령 제18조(상당한 노력의 기준) 
①법 제50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상당한 노력”이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을 말한다. 
1. 법 제55조제3항에 따른 저작권등록부의 열람 또는 그 사본의 교부 신청을 통하여 해당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조회할 것
2.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른 자에게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확인하기 위하여 확정일자 있는 문서를 보냈으나 이를 알 수 없다는 회신을 받거나 문서를 발송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났는데도 회신이 없을 것
 가. 해당 저작물이 속하는 분야의 저작물을 관리하는 저작권신탁관리업자가 있는 경우: 저작권신탁관리업자
 나. 해당 저작물이 속하는 분야의 저작물을 관리하는 저작권신탁관리업자가 없는 경우: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1) 법 제105조제1항 본문에 따라 저작권대리중개업의 신고를 한 자(이하 “저작권대리중개업자”라 한다)
  2) 해당 저작물에 대한 이용을 허락받은 사실이 있는 이용자 중 2명 이상
3.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공고한 날부터 10일이 지났을 것
 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에 따라 보급지역을 전국으로 하여 등록한 일반일간신문
 나. 권리자 찾기 정보시스템
4. 국내의 정보통신망 정보검색도구를 이용하여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검색할 것


조건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저작권자를 알 수 없어서 리스크가 크게 없는 상황과 결합해서 결국에는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유혹을 일으킨다.

개인적인 생각
갓 인터넷이 활성화되던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는 저작권에 관한 의식이 옅었다. 물론 나는 90년대 말에는 이에 관한 기억이 많진 않지만 그 당시 출판된 책에서 당시 사회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노래를 다운받아 듣는 것을 전혀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웹 브라우저가 복제 방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누구나 Ctrl C + V 해서 남의 것을 가져가 올리곤 했다. 얼마나 심했는지 학생들 상대로 저작권 인식에 관한 만화책도 만들어져서 어머니께서 받아왔던 기억도 난다. 그 때에 비하면 저작권 인식은 상당히 달라진 것 같다. 이 제도도 이상적으로 사용되면 저작권 문제의 빈 공간을 보충해줄 수 있는 이상적인 제도일텐데 현실적인 한계로 사용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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