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해킹 프로그램, 그러니까 게임 핵은 얼핏 생각해도 불법적인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게임을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피해까지 준다. 배틀그라운드만 해도 한창 인기였다가 핵이 판치면서 인기가 팍 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핵 이용자들도 처벌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일반적인 게임 핵 사용에 관한 처벌 사례가 보이지 않으며, 특정한 게임 핵의 경우 처벌될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게임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배포하는 것은 확실히 처벌된다.
게임 핵 판매, 유포는 처벌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①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는 제외한다.
8.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
제4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의2. 제32조제1항제8호를 위반하여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한 자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산업법)에서는 게임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미승인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것만을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외의 금지사항은 대부분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 등 관련이고, 소위 대리랭이라고 불리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즉 게임 핵 프로그램의 사용에 관해서는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게임산업법에 의한 처벌 규정은 없고 다른 법률 또는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되는 가능성이 있다.
게임 핵 이용의 처벌 가능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1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1. 제48조제1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자
12. 제48조제3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한 자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문언적으로만 보면 게임 핵 프로그램 중 일부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 또는 컴퓨터등이용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게임 핵 프로그램이 게임 서버 내 데이터를 직접 뜯어보고 변조할 정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이 있는 위 조문들은 대부분이 정보통신망 자체를 건드릴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도 게임 핵 사용으로 직접 게임 서버에 침입하거나, 디도스처럼 서버를 과부화시키거나 데이터 자체를 건드려야 한다. 형법 상 컴퓨터등이용업무방해죄 역시 허위 정보를 보내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야 한다. 게임 핵 중에는 직접적으로 게임 서버 상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도 있지만 게임을 하는 클라이언트의 화면 내에서 조작을 돕는 것도 있다. 후자의 경우 위 조문들의 문언상으로는 직접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 후술하겠지만 오버워치 에임핵 역시 이와 관련된 쟁점이 있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위 조문들의 적용 가능성만 있다고 보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적용 사례가 안 보인다. 판례검색부터 뉴스기사까지 다 리서치 해보았지만 게임 핵 이용자들에 관하여 위 조문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 단순 게임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고소가 없어서 위 조문 적용이 검토되지 않은 것인지 법리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단순 이용자 관해서는 처벌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밑의 게임산업법 발의 취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입법부든 법조계든 게임 핵 단순 이용은 처벌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게임 핵 이용도 제재하는 법 발의
https://www.lawmaking.go.kr/mob/nsmLmSts/out/2125570/detailR
단순 게임 핵 이용은 처벌 근거가 없다고 여겨진 것인지, 작년 11월 전재수 의원이 단순 게임 핵 이용에도 과태료를 부과하고 게임 핵 배포자의 처벌을 더 강화하는 법을 발의한 적 있다. 게임 핵 관련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게임 핵 이용자에게는 과태료 20만원 부과
2) 게임 핵 배포자 처벌을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개정 취지에서는 게임 핵 이용자들에게 과태료 부과 근거를 마련한다고 밝히고 있어, 기존 법 상으로는 현실적으로 게임 핵 이용자들에게 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 이용자에게도 법적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어서 타당한 개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였고, 총선이 지나 다음 국회로 넘어가면 게임산업법은 개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전히 게임 핵 이용에는 법적인 제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 오버워치 에임핵 판례
https://www.yna.co.kr/view/AKR20201016128500017
2019도2862 판례에서 대법원은 오버워치의 에임핵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상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를 배포한 피고인에 대하여 이 부분에 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중요한 건, 대법원이 게임 핵을 합법 프로그램이라고 선언했다거나 게임 핵을 배포한 사람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위의 게임산업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모두 문제가 되었고, 1심과 2심 모두 게임산업법 위반에 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에서 이 게임산업법 부분은 쟁점이 아니었다. 문제는 게임 핵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상 '악성프로그램'에도 해당하여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적용되냐는 것이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②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보통신망법 상 악성프로그램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즉 게임 상의 데이터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그런데 판례에서 문제된 에임핵은 게임 데이터를 직접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컴퓨터 내에서 작동하면서 게임 상 이미지를 인식하여 사용자의 조작을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결국 게임 핵은 사용자 컴퓨터 내에서 개입한 것일 뿐, 실제 정보통신 시스템 상에서 받아들이는 데이터는 유저가 직접 조작한 것과 다름없었다.
이 판례에 관해 비판이 많았지만 문리적으로 놓고 보면 엄밀한 문언적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게임 핵이 악성프로그램의 정의에는 맞지 않으니 악성프로그램임을 전재로 하는 법 위반은 무죄일 수 있다. 그러나 게임산업법 위반은 게임 핵이 악성프로그램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적용되는 것이었고 결국 유죄었다. 다만 게임계에서 아쉬워한 것은 게임산업법 위반에 비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법정형이 훨씬 높기에 처벌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개정안에서 법정형을 상향한 것이기도 하고.
이 판례는 게임 핵 배포에 관한 판례였기 때문에, 게임 핵이 게임 데이터를 직접 조작하는 형태의 핵이라고 해도 이용자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는 여전히 두고봐야 할 것이다. 악성프로그램에 관한 법 규정은 배포에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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