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사건사고

모수 레스토랑 사기피해 사건

Glox 2025. 4. 9. 22:3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333599?sid=102

 

"안성재 철학 이런거였나"..사기피해에 '입꾹' 닫은 모수서울, 3주째 '노답'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유명세를 탄 안성재 셰프의 '모수 서울'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가 수 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의 식사비용을 날리는 사기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모수 서울이 피해자

n.news.naver.com

 

기사 제목 낚시가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이것도 언론의 보도태도를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나중에 기사 제목을 슬쩍 바꿀지 모르니 기록해둔다. 현재 위 링크의 기사 제목은 " "안성재 철학 이런거였나"..사기피해에 '입꾹' 닫은 모수서울, 3주째 '노답'"이다. 

 


 

사건의 구성

 

저 제목 낚시는 마치 안성재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모수가 소비자들에게 사기로 피해를 준 것 같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기사에 따르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사기범은 모수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통신사 직원이라고 소개하고, 인근에 화재가 일어나 통신망이 끊어지니 임시 번호로 착신 전환 하도록 하였다. 이 때 사기범이 임시 번호라고 제시한 번호는 사기범의 전화번호였다.
2. 모수는 사기범의 말을 믿고 모수의 대표 전화를 사기범의 전화번호로 착신전환하였다.
3. 모수에 예약하기 위해 고객들이 모수에 전화를 걸면 이는 사기범에게 연결되었다.
4. 사기범은 모수직원인 척 하고 선결제를 해야 한다며 자신의 계좌로 식사비를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5. 즉 고객들은 사기범에게 돈을 건네주게 되었고 사기범이 이를 편취하였다.

 

즉, 모수는 사기범의 범행에 가담한 사실은 없고, 사기범에게 속은 것이다. 

 

다만, 자신의 대표전화를 쉽게 착신전환시켜 모수에 전화를 거는 줄 알고 전화 걸었던 고객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게 만드는데 어느 정도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어서 책임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나쁜건 사기범이지 모수도 피해자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를 방조할 경우 그 사람에게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지워 손해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즉, 사기범은 사기로 돈을 편취했으니 직접적인 불법행위자이고 이를 방조한 사람은 공동불법행위자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 모수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신기하게도 이 사안과 거의 같은 사례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모수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소 낮아 보인다.

 

 

 

착신전환 사기 수법

 

사실 모수도 당한 이 사기 수법은 이전부터 있었던 사기 수법이다. 로스쿨 다니면서 사기에 관하여 나름 공부하고 연구할 때 뉴스에서 봤던 수법인데, 이 사건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yeongnam/2022/06/21/AATMZAZDGNFSVPEK5FJN7XQHFY/

 

대기업 번호 착신하고 대금 가로챘다... 경찰도 속은 신종 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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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hosun.com

 

무려 2022년의 기사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사기범은 한 대기업에 통신회사를 사칭하여 회선 문제로 다른 번호(사기범의 전화번호)로 착신전환 시켰고, 이후 그 대기업에 전화를 걸려던 다른 업체의 전화를 사기범이 받아 대금을 자신에게 보내도록 하여 이를 편취하였다.

 

2022년의 기사에서 나온 사기 수법은 지금 모수가 당한 사기 수법과 완전히 똑같다. 원래 사기 수법은 누군가 개발하고 나면 반복해서 사용된다.

 

지금 유명인인 안성재 셰프의 레스토랑인 모수가 당하여 큰 이슈가 되었지만 사기 수법 자체는 이미 있었던 셈이다.

 

 

착신전환 당한 업체의 책임은?

 

그렇다면 착신전환 당한 업체는 사기 피해자들에게 법적인 책임, 즉 민사적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업체도 사기범에게 속은 피해자일 뿐인데 사기 피해자들이 억울하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과 업체가 착신전환을 하였고 사기 피해자들은 당연히 업체인 줄 알고 전화를 걸었던 것이므로 업체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견 모두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모수 사건과 일부 유사한 한 판례에서는 업체의 책임을 부정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22. 11. 30. 선고 2021가합465 판결)

 

<판례의 사실관계>
전북 부안군의 한 미곡처리장(A조합이 운영), 사기범이 한전 직원을 사칭하며 전화를 걸어와 선로 공사로 미곡처리장의 한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없으니 자신이 지정하는 전화번호로 착신전환 하라고 알려주었다. 미곡처리장 직원은 이를 믿고 착신전환 시켜주었다.
그 직후 누군가가 한 쌀 판매사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미곡처리장에 보관 중인 쌀을 매도하겠다며 운송업체로 A조합이 기재되어 있는 계량증명서를 보냈고, 쌀 판매사업자는 그 성명불상자에게 대금을 보냈다.
쌀 판매사업자는 착신전환된 미곡처리장의 전화번호로 전화 한 사실은 있다.

 

이에 쌀 판매사업자는 미곡처리장의 직원은 불법행위방조로, A조합은 사용자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법원은 쌀 판매사업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먼저 사기범의 말을 믿고 착신전환해둔 미곡처리장의 직원이 불법행위를 방조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법리를 설시하였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전주지방법원 2022. 11. 30. 선고 2021가합465 판결

 

즉, 민사영역에서의 불법행위의 방조는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착신전환을 통하여 사기범의 불법행위에 도움을 줄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어도 착신전환 시키는 데 과실이 있다면(심지어 속아서 착신전환 시킨 것이라 하여도) 불법행위의 방조가 될 수는 있다. 동시에 과실에 의한 방조를 인정하는데 있어 엄격하게 보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위 사실관계에서 미곡처리장 직원의 과실이 존재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 논거로 1) 미곡처리장은 주로 벼의 수매나 택배 업무에 관한 전화나 일반 민원 전화만 왔던 곳이라 미곡처리장 번호를 착신전환 한 것이 사기범의 행위를 직, 간접적으로 방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2) 조합 소유 쌀이 아닌 일반 농가의 쌀을 보관하거나 판매하는 업무는 해오지도 않았고 미곡처리장의 다른 번호로는 업무 전화가 정상적으로 왔기 때문에 착신전환된 전화로 사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는 못하였고, 3) 기타 손해와의 인과관계도 찾기 어렵고 피해자들 스스로 방지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거는 미곡처리장 직원의 과실보다는 착신전환한 행위와 불법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문제에 가까워 보이지만, 법원이 명확히 과실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도 미곡처리장이 착신전환 후에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사실을 인정하였음에도 과실이 존재한다고 보진 않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과실의 성립 여부를 엄격하게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판례에서 미곡처리장 직원이나 A조합이 책임을 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모수 사건에서는?

 

사기 수법이 꽤나 유사한 판례이기는 하나 모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미곡처리장 사례와는 달리 모수는 대표전화를 착신전환 한 것이므로 이를 관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있고, 통상의 식당에서 전화로 예약하고 선결제 하는 것은 일반적이므로 피해자들 스스로 방지 가능성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신사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은 입장에서 통신사 직원으로 믿고 있는 사람이 착신전환하라고 지정한 전화번호가 사기범의 전화번호라고 예견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모수 자체적으로 예약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착신전환으로 인하여 이러한 사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게 일반적인 과실이라면 모수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사안에서는 모수도 속았고 속은데 큰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전화번호를 착신전환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모수 측에서 이를 통해 사기범행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하였거나 의심해야 할 주의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착신전환 과정에 있어 전화를 건 사람이 진정 KT 직원인지, 착신전환이 사기 등 불법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지하거나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모수 측에서 쉽게 착신전환을 해준 것이 과실로 인정된다고 하여도 그것이 피해자들의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계좌가 개설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모용계좌를 통하여 입출금된 금전에 대하여 금융기관이 언제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판례도 존재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34985 판결). 이 판례는 위에서 말한 불법행위의 방조에 관한 일반론을 설시하면서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개설된 모용계좌가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 이용되는 경위나 태양은 매우 다양함에도 모용계좌를 이용하여 범죄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에 부담시킨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하기까지 하여 과실로 인하여 범죄행위가 발생해도 그로 인한 피해를 당연히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결국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그러면서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하였는데 사실관계에 관한 엄밀한 판단이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다.

 

즉,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KT를 사칭한 사람(당시 사칭인지 알 수는 없었겠지만)의 말을 믿고 대표 번호를 착신전환한 것이 과실로 인정될 수는 있어도, 번호가 착신전환 되는 것만으로 당연히 그것이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한 사기 피해가 모두 착신전환해준 과실로부터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인 상당인과관계도 어느 정도 불명확할 수 있다.

 

결국, 직원이 착신전환 이전에 KT 전화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 기존에 모수 대표전화로 예약을 받아왔는지 여부, 착신전환 후 제대로 착신전환이 된 것인지 확인하였는지 여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며 딱 떨어지게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상당히 명백한 과실이 개입된 것이 아니라면 미곡처리장 사례,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 사에 비추어볼 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조금 낮은 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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