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
민사재판실무 준비하면서 교재에 수록된 최신판례 정리 중이었는데 흥미를 끄는 판시가 있었다. 판시사항 자체는 새로울 것도 없었다. 기존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현재에도 여전히 관습법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한 판례였다. 관습법은 그 관습에 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거나 그 관행 자체가 사라지면 그 관습법의 효력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여전히 관습법으로서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이다. 김재형 대법관은 애초에 그런 관습법이 성립한 적이 없었고 현재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도 없으며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서 그 논거로 법사학적인 근거를 든다. 법사학적 근거를 든 것이 정말 신선하다.
나도 챗GPT로 법철학 하기에서 썼지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전제가 되는 관습이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있었는지는 의문이었다. 오히려 사회경제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 반대의견에서는 법사학적인 근거로 실증적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김재형 대법관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조선고등법원 1916. 9. 29. 판결에서 '대지와 가옥이 동일인 소유에 속하다가 매매 등으로 그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가옥 소유자가 지상권을 취득한다는 것이 조선의 관습법'이라고 판시하면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그 판결 이전 우리 사회에서는 대지와 가옥을 일체로 간주해서 거래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며, 당시 조선사회의 관습조사보고서에서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상응하는 관습이나 관행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을 구분해서 생각하기 어려워한 근대적 과도기에 나타난 사회경제적으로 불합리한 현상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기 위해 법관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서 놀란 것이 챗GPT에서 법철학하기에서 말한 것처럼 실제로 관습은 존재하지 않았고 법률적 논리도 부족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결과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법사학, 비교법, 법현실적으로 깊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여전히 인정된다는 것만 체크하고 넘어갔으면 기억에도 안 남았을 일인데(반대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부정되었다면 특A급 판례로 대서특필되었을테지만) 전합판결이기도 해서 최신판례 정리 겸 판례 검색해보았다가 논리들을 보고 찡한 느낌이 들었다. 로스쿨 생활은 아이러니다. 로1 때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지만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제반 지식이 모자라고, 로3 때는 나름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지만 학문적 사고를 할 시간이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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