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404조(채권자대위권) ①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채권자는 그 채권의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는 법원의 허가없이 전항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전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05조(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 ①채권자가 전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전행위 이외의 권리를 행사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②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 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406조(채권자취소권) ①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있은 날로부터 5년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제407조(채권자취소의 효력)
전조의 규정에 의한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효력이 있다
민법 공부에서 어떤 부분이 안 어렵겠냐만 로스쿨 1학년들이 처음으로 아예 멘붕하는 부분이 채권자대위권, 채권자취소권 부분이다. 제3자가 나오고 경우가 복잡해지는 것도 어려운 이유겠지만 이번에 민사법을 종합적으로 복습하다보니 문득 두 제도의 조문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중요성에 비해 적은 조문 수
채권자대위권은 민법 제404, 405조, 채권자취소권은 제406, 407조로 각 제도 당 단 2개의 조문 뿐이다. 적은 조문으로도 간명하게 법률관계를 규율할 수도 있겠지만 각종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 제도의 중요도와 복잡도에 비하면 적다는 느낌이다. 처음 배울 때는 조문도 내용도 일단 배우기 바빴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나름 1학년동안 민법 전체를 한번 공부하고 지금 다시 종합적으로 정리하려니 다른 제도와 비교해봐도 조문 수가 적지 않은가 한다. 멘붕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전과는 다른 막대한 양의 판례가 쏟아지기 때문인데 조문의 부족한 부분을 판례가 해석론으로 보충하기 때문에 복잡한 다수의 판례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판례에서 말하는 채권자대위권의 요건 중 하나인 '채권 보전의 필요성'은 조문에는 없다. 제404조에 '보전하기 위하여'라고 되어 있지만 이는 채권 보전의 필요성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해야 할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일 경우 채무자가 무자력일 것을 요하는데(채권보전의 필요성, 69다1665), 보전 필요성이라는 요건이 없다면 일반 경제 생활 중 자연스레 발생할 수많은 채권자들이 자기 채권 보전 목적이라는 이유로 무자력 위험이 없는 일상 중에도 채무자의 권리를 마음껏 대위행사 하여 부당한 간섭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거래 안전을 위해 이는 필요한 요건이다. 그러나 이 요건이 조문에 따로 없으므로 판례가 '채권 보전의 필요성' 요건을 밝히고 결과적으로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특정채권인 경우를 나누어 보충적으로 해석하는 판례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채권자 취소권의 경우에도 취소에 따른 효과의 성질에 대해 밝히고 있지 않아 판례가 거래의 안전을 위해 채권자와 수익자/전득자 사이에만 상대적으로 효과가 생긴다며(상대적 무효설) 해석을 보충한다. 제407조에서 말하는 취소의 효과는 일반채권자들을 위한 공동담보가 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또한 주관적 요건으로서 알기 어려운 ‘사해의사’도 조문에서는 규정이 없고 단지 판례로서 채무자의 사해의사가 증명되면 수익자의 악의를 추정할 뿐이다.
과연 조문의 문언대로 판례가 구성되고 있는 것일까
즉 제도를 제대로 규율하기 위해 조문으로 규정해야 할 것들이 없다 보니 그에 따라 공백을 판례가 해석해주면서 판례가 복잡해지고, 나아가 현 조문상으로는 도출할 수 있는 결과인지 확신할 수 없는 판례도 있다. 피대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직접 대위채권자에게 이행하도록 청구하고(2004다70024) 채무자와 상계하는 방법, 사해행위 취소로 가액반환을 하는 경우 취소채권자는 직접 자기에게 가액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고(97다58316) 채무자와 상계하는 방법을 통해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책임재산의 보전 및 유지라는 양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고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원상회복’이라는 문구에 기한다면 조문에서 이러한 사실상 우선변제 효과가 도출 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이렇게 조문이 불명확하고 부족한 영향인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채권을 만족하려는 대위채권자와 압류, 가압류로서 강제집행 절차를 밟는 자 간 충돌하는 판례도 있었다.(2015다236547)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한 채무자의 대위채권자와 채무자의 다른 일반채권자로서 피대위채권에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자가 대립한 경우였는데 판례는 대위채권자를 보호하는 쪽이었다. 결국 ‘제3채무자로 하여금 직접 대위채권자에게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었고, 이를 허용해주기 때문인데, 본격적으로 민사집행법 상의 절차를 밟은 자보다 대위채권자의 보호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싶다는 점에서 더더욱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관해 입법적 규율이 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고찰하는 것은 이 정도가 한계이지만 여하튼 조문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권리가 채권자 보호 목적 하에 예외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제한하도록 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그만큼 제도가 구체적으로 규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정도 조문 정도는 추가되어야 할 수도 있다.(민법 체계 전반을 검토해서 생각한 것은 아니고 그냥 아이디어)
채권자대위권
- 채무자가 무자력인 경우에 한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 보전하려는 채권이 특정채권인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
- 채권자는 채권 성질 상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채무자의 권리의 상대방에게 자신에게 직접 급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혹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채권자는 자신에게 직접 급부할 것을 청구할 수 없다.’)
채권자취소권
- 사해행위 취소의 효과는 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다.
-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기 위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 상대방은 이를 알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로 한정되는 것도 있으면 좋겠으나 새 조문으로 넣기에는 애매하고 기존 조문을 수정하기엔 어색해서 놔둠)
채권자대위권과 채권자취소권의 조문 수가 적고, 판례 해석론이 이를 보충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꼭 조문 수가 적어서 판례가 많고 그래서 민법 공부하다가 이 지점에서 멘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론을 펼칠 수 있다. 수험서를 기준으로 그 막대한 판례의 대부분은 채권자취소권에서 ‘사해행위의 판별’ 부분에 많이 모여 있는데, 법문에 공백이 있어 핵심적인 법리를 선언하는 판례를 ‘선례’라 하고 밝혀진 법리를 사안에 적용하여 당부를 판단하는 판례를 ‘재판례’라 한다면, 사해행위의 판별은 재판례들의 모음집에 해당한다. 이러한 당부들은 조문으로는 규정하기에는 너무 구체적인 편이어서 조문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막대한 양의 판례들은 부족한 조문 수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재산을 숨겨보려고 노력한 인간의 역사들 때문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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