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형사재판실무/검찰실무 후기

Glox 2023. 1. 7. 11:32

22-2학기는 소위 형사학기였다. 2학년 여름방학부터 참 많은 시간을 썼고 집중도 많이 했다. 각 실무 과목에 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블로그가 로스쿨이나 과목 관련 꿀팁을 공유하는 곳도 아니고 나도 체계적으로 두 실무 과목을 준비했다기보다는 이 방법 저 방법 써가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닥치는 대로 준비했기 때문에 준비 노하우나 수험 팁을 적기보다는 정말 소감 후기가 될 것이다.(좋은 노하우들은 지금은 재판연구원이나 검사가 된 분들의 블로그에 많이 있었다. 이 글은 실무 과목을 체험한 로스쿨생의 심리에 좀 더 가깝다.)

 

이런 실무 과목의 특징은 기록형 시험이다. 종래의 법학 시험은 이론적 문제에 답하거나 추상적 사례에서 사실관계가 이미 확정된 법률문제를 푸는 것이었는데, 당연히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기록형 시험은 실제 소송과 유사하게 기록이라 불리는 문서와 증거들을 직접 보면서 스스로 사실관계를 구성해나가며 법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시험방식에서 크게 와닿았던건 꼼꼼함이다. 현실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은 선별되어 있지 않다. 똑같아 보이는 것들 속에 진주가 숨어있다. 100페이지가 넘는 기록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잘 찾아내야 했다. 실무도 역시 그러하겠지.

 

그러나 누가 실무 과목의 가치를 묻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사법을 종합하면서 느낀 형사법 원리의 이해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소위 '형사법 학기'라고 불릴만큼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가 있는 학기는 형사법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리고 단지 많이 공부한 것이 아니라 배운 것들을 한 번에 연결해서 응용한다. 법학은 워낙 양이 많아 분절된 개별 내용의 학습조차 벅차다. 그러니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형사법 과목들도 여러 학기에 나눠서 배우지 않는가. 그러나 실무 과목에서 실제 형사소송 과정에 따라 형사법 지식을 종합하여 적용해보니 실체법과 절차법을 관통하는 유기적 흐름이 느껴지는듯 했다. 1년 반 동안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열심히 배웠는데 이를 통합하고 연결할 수 있는 다리가 생긴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형법총론', '형법각론', '형사소송법' 이들을 각각 배운 후 단순히 그 결과를 합한 것 이상으로 '형사법' 그 자체를 경험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 지식의 양이 아니라 시야와 구조를 볼 수 있는 능력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학기였다고 할까. 보람찼다는 후기의 말미로는 우스운 일이지만 곧 민사재판실무 공부할 생각하니 무섭기 그지없다. 민사법 실무 과목 들을 때 민사 기록 연습해보니 청구를 위해 필요한 힌트의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그 위치를 찾는 것까지 정말 기상천외 했었는데 직접 풀어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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