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근로계약의 성질

Glox 2022. 7. 30. 20:09

경제학자들은 흔히 근로계약의 법적 성질을 매매라고 본다. 노동력이 필요한 사용자가 노동력을 팔 수 있는 노동자로부터 노동력을 구매해 쓰는 것이다. 구매자는 판매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노동자와 분리된 노동력의 질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파는 사람이 오히려 담보책임, 즉 상품에 이상이 없을 것을 책임져야 한다. 반면 근로계약의 법적 성질을 매매가 아닌 임대차로 보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근로계약이란 사용자가 노동력을 분리해서 떼어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력을 일정 시간 빌려 쓰다가 돌려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무언가를 빌려간 사람이 그것을 잘 쓰고 돌려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안전, 배려의무 같은 것들 말이다.

매매한 물건과 임대한 물건은 다르게 써야 하는 것이 법의 태도다. 매매한 물건은 매수인이 원하는대로 처분할 수 있지만, 임대한 물건은 정해진 용법 대로 사용수익해야 하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한다. 사람과 분리될 수 없는 노동력을 빌려 쓴 다음 잘 돌려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근로시간의 제한과 휴식이다. 괜히 전태일 열사가 '일요일은 쉬게 하라'고 외쳤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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