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는 이 사건은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커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https://v.daum.net/v/20250609075110976
[단독] 경찰, '예능 대부' 이경규 약물 운전 혐의 조사
유명 코미디언 이경규 씨가 약물 운전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MBN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이 씨를 조사했습니다. 이 씨는 어제(8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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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이런 기사가 뜨길래 읽어보았다. 기사 내용상 큰 문제는 없어 보여서 넘기고 일하고 있었는데 오후쯤 되니까 꽤 큰 화제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라서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오후까지 언론을 통해 확인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경규씨는 어느 장소(기사마다 약국 또는 실내골프연습장)에서 발렛직원으로부터 차키를 받아 차를 운전하였는데 그것은 발렛직원이 동일 차종인 다른 차와 헷갈려 이경규씨에게 다른 차를 내어준 것이었다.
2) 이경규씨는 곧바로 이를 알아차리지는 못하고 근처 사무실까지 갔다가 이를 알고 돌아왔다.
3) 그 사이 차량 주인은 이를 차량 절도로 신고했다.
4) 차량 절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온 경찰은 이경규씨가 돌아오자 음주 및 약물 반응 조사를 하였는데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있어 추가 조사를 하였다
5) 이경규씨는 곧바로 감기 몸살약 또는 공황장애약(기사마다 다름)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처방받은 것이라고 하였다.
별 일 없으면 이 사실관계가 맞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면 착각에 의한 해프닝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약물 운전"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가고, 단순 착각일 뿐인데 왜 약물 운전 혐의로 조사를 하면서 사람을 마약이라도 한 것 같이 모는 듯한 모습에 경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다.
특히, 정상 처방약도 약물운전 혐의 적용 가능하다는 경찰의 입장에 대해서는 정상 처방약이라는 증거 나와서 분위기 안 좋아지니까 억지로 규정 들이대가며 기싸움한다는 반응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가장 문제는 단순 조사에 불과한 것을 자극적인 기사로 내보낸 기자들이라고 생각하고, 경찰이 약물 복용 여부를 조사한 것이나 정상 처방약도 약물운전 혐의 적용 가능하다는 입장은 나름 참작할 정도라고는 보인다.
특히, 발렛직원이 잘못한 것이라거나 처방받은 약인데 무슨 문제냐는 의견들은 설명할만한 쟁점이라 아래와 같이 정리해본다.
약물 운전이란
음주운전과는 달리 약물 운전이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마약에 취해 광란의 질주를 벌이거나 불법적인 마약을 복용한 경우로 생각할 수 있는데 도로교통법에 관련 내용이 있다.
도로교통법
제45조(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
자동차등(개인형 이동장치는 제외한다)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제44조에 따른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확한 명칭은 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라고 하는데, 무조건 약을 복용하였다고 운전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 규정에 따라 운전이 금지되는 경우는
(과로 상태 or 질병 상태 or 약물 복용 상태 or 그 밖의 사유) +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
이다.
즉 약물 복용은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의 예시이고, 그러한 사유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라면 운전을 하여서는 안 된다. 위 조항의 앞인 도로교통법 제44조는 음주운전인데 거의 구조는 같다. 운전은 그 자체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사고가 나는지와 별개로 그런 위험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위반시 제148조의2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불법 마약을 한 것도 아닌데?"
조문상으로는 마약, 대마 등이 보이고 일반적인 처방 약물은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병원에서 처방 가능한 약물을 복용한 경우에나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 것은 시너나 부탄가스 같은 걸로 일반적인 약품은 아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처방을 받았다고 해서 이 조문이 적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저 조문에서 말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범위가 되게 넓기 때문이다.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에는 필로폰이라고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처럼 마약으로 인식되는 것부터 각종 정신질환에 처방되는 약품까지 매우 많은 종류가 있다. 특히 공황장애에 흔히 처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물질 또한 향정신성의약품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경규씨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알려진 일이고 약도 복용하여 왔으므로 아마 이 관련 물질이 검출된 것은 아닐까 싶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인지 여부는 도로교통법 제45조(대충 약물 운전이라고 한다)의 성립 여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가 구성요건
그러나 그런 약물 복용 사실만으로 곧바로 약물 운전이 되는 건 아니다. 도로교통법은 약물 복용 등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한다고 하고 있지 약물 복용 시 운전을 금지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약물 운전이 성립하지 않는데, 검찰 실무 당시 검사 교수님이 하신 말씀에 따르면 위험운전치사상죄(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경우 성립, 약물 운전과 거의 비슷하다.)는 진짜 심각한 상황 아니면 적용 안 되니까 함부로 공소장 답안에 넣지 말라고 한 기억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딱 봐도 헤롱거리는 상태가 아니면 약을 복용하였고 차를 헷갈리는 정도의 일로는 쉽게 약물 운전이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엔 이경규씨가 당시 약물의 영향으로 운전이 힘들 정도의 상태였는지가 핵심이고, 이는 경찰이 밝힐 사정이다. 기사로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좀 낮아 보이지만. 법률상 규정된 약을 복용하였다면 발렛직원 실수로 차를 헷갈림(유리한 사정) + 꽤 오래 헷갈림(불리한 사정) + 실제 운전 상태(블랙박스 등)을 종합하여 조사하고 그런 상태였는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경찰의 약물 반응 조사
발렛직원의 실수로 차를 헷갈린 것뿐인데 약물 반응 조사를 하고 약물 운전 혐의로 조사하는 것이 억지로 법을 적용하려는 모양새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차량 관련 문제에서 음주 측정 및 약물 반응 조사를 하는 것이 특별히 이상한 절차는 아니고, 조사가 곧 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차량의 절도나 사고가 있으면 일단 운전을 한 사람이 음주상태라거나 약을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고 일단 해볼만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사처럼 차량과 관련한 절도인 경우에도 음주나 약물 상태 여부를 확인해보는 일이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발렛직원이 사정을 설명하였고 이경규씨가 특별히 상태가 이상해보이지 않았다면 굳이 해야겠다고 할 필요는 없는 절차라고도 할 수 있는데, 했다고 해서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오류 가능성이 있다 해도 추가 조사를 하긴 해야한다.
또 규정을 들먹이면서 기싸움한다고 비판받는 경찰의 브리핑 내용도 모두 원론적인 말이다. '입건 전 조사 단계'라는 말이 당연히 입건된다는 말은 아니고 조사 후 문제 없으면 입건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며(오히려 당시 상태가 안 좋아보아 의심된다면 입건 후 조사였을 수 있다.), 정상 처방 여부는 약물 운전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 맞고 이경규씨가 주장하였으니 확인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고, 약물 운전 관련 규정이 존재하는 것도 맞다.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반드시 법을 적용하여 처벌하겠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의 발단이 발렛직원의 실수로 이루어진 것이고 사고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약물 운전"이라는 표현이 마치 마약을 하고 운전한 것 같은 이미지인 반면 사실관계는 이와 달라 억까처럼 보여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한다.
쟁점들
1) 발렛직원이 실수한건데
→ 약물 운전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차량 절도 혐의가 있었다면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2) 정상 처방받은 약인데
→ 사건 당시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정상 처방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약물 운전 금지 조항은 불법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3)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 조문에서 보듯이 사고 여부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면 성립한다.
4) 사정 설명 했는데 왜 의심하면서 마약 조사를 하지?
→ 조사가 곧 처벌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차량 관련 사고에서 음주 및 약물 조사를 하는 것이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
5) 정신과약 먹으면 무조건 운전 금지?
→ 약 복용 사실보다 그로 인하여 정상 운전이 어려운지가 중요하다. 약을 먹어도 심각한 문제가 없으면 약물 운전이 아니고 정상 처방받은 약이라도 그로 인하여 졸리거나 힘이 약해서 운전이 어려우면 도로교통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보통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서 운전하면 안 된다고 설명할 것이다.
6) 아파서 약 먹은 것 뿐인데 왜 '약물 운전'이라고 하지?
→ 조문상 운전 금지 사유로 약물이 있는 거라 약물 운전이라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다른 표현을 고민해봤는데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포괄적인 표현 외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객관적인 명칭보다는 마치 마약하고 운전한 것처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게 문제가 아닐까.
7) 나쁜놈
→ 입건된 것도 아닌 단순 조사에 불과한 것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화한 기자라고 생각한다. 만약 경찰이 흘린 것이라면 그 경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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