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김철수 주니어로 이름짓기

Glox 2025. 5. 6. 12:41

 


MCU 시리즈의 인기가 식은지도 몇 년 되었다. 엔드게임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열기였는데, 그 이후 MCU 시리즈는 관심이 뚝 떨어져서 이젠 새 영화가 개봉해도 화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아이언맨이 인기가 많았는데, 아이언맨의 배우는 흔히 로다주라고 불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여기서 ‘주니어(Junior)’는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들의 이름 뒤에 붙이는 호칭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는 그래서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Senior)다.

이처럼 서구권에는 가족간에 이름을 물려주고 주니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좀 더 선대의 이름을 물려받은 경우라면 2세, 3세를 붙이곤 하는 관습이 있다. 현대에는 이 관습을 잘 안 따르거나, 따르더라도 현대적으로 변용한다고 하는데, 여튼 우리나라에는 없는 관습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라 부정확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서구권의 이름은 기존의 인명용 이름들 중에 선택하는 느낌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의 조합으로 이름의 가지수가 무한하기에 기존의 이름들 중에 선택한다기보다는 이름을 ‘짓는다’는 느낌이기에 그러한 관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약 한국인이 서구권 관습처럼 ‘아들에게 이름을 물려주고 싶다’ 라고 생각해서 자녀에게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가능할까?

법령이 직접적으로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이름과 자녀의 이름이 동일해서는 안 된다고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름을 동일하게 지을 수는 없다. 출생신고가 거부당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출생신고의 기재사항) 
① 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② 신고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자녀의 성명ㆍ본ㆍ성별 및 등록기준지
 2. 자녀의 혼인 중 또는 혼인 외의 출생자의 구별
 3. 출생의 연월일시 및 장소
 4. 부모의 성명ㆍ본ㆍ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부 또는 모가 외국인인 때에는 그 성명ㆍ출생연월일ㆍ국적 및 외국인등록번호)
 5. 「민법」 제781조제1항 단서에 따른 협의가 있는 경우 그 사실
 6. 자녀가 복수국적자(複數國籍者)인 경우 그 사실 및 취득한 외국 국적
 ③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가족관계등록법이 자녀의 이름에 대하여 제한하고 있는 건 ‘이름을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짓는 것’ 뿐이다. 그마저도 통상 사용되는 한자(인명용 한자)가 아닌 것으로 이름을 지으면 이를 한자 이름이 아니라 한글로 기록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라(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 제3항) 이름 자체는 지어진다. 따라서 법령상으로는 이름에 대한 특별한 금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법령이 금지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녀에게 이름을 물려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출생신고가 수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자녀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해야하는데, 출생신고 시에는 자녀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 동일하게 자녀의 이름을 지어 출생신고 하는 것은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는다고 예규로써 정해놓았다.

 

이름의 기재문자와 관련된 가족관계등록사무
2. 출생자에 대한 부와 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드러나는 가족과 동일한 이름을 기재한 출생신고의 수리 가부 
 가. 출생자에 대한 부와 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드러나는 사람과 동일한 이름을 기재한 출생신고는 이름을 특정하기 곤란한 것이므로 이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

 


즉 공무원이 수리를 거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름을 물려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 ‘이름의 기재문자와 관련된 가족관계등록사무’는 가족관계등록예규인데, 예규는 법령은 아니고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지침(행정규칙)이다. 법적 효력은 없으므로 법령에서 직접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이 예규를 위반해서 업무 처리를 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이름 물려주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버지가 김철수인데, 이름을 물려주겠다고 아들 이름을 김철수로 하는 것은 안 된다.

 



김철수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어서 로다주처럼 ‘김철수 주니어’라고 이름짓는 것은 아버지와 동일한 이름은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이름의 기재문자와 관련된 가족관계등록사무
4. 이름의 기재문자수의 제한
 가. 이름은 그 사람을 특정하여 주는 공적인 호칭으로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므로 난해(難解)하거나 사용하기에 현저히 불편을 일으키는 것은 쓸 수 없다고 판단되므로 이름자가 5자(성은 포함되지 않는다)를 초과하는 문자를 기재한 출생신고는 이를 수리하지 아니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름은 성을 제외하고 5자까지 지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김철수 주니어’ 중 이름 부분은 ‘철수주니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위 예규상으로도 수리가 된다. 예규에서 위와 같은 경우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도 없다.

하지만 이 또한 공무원이 자녀의 복리라는 측면에서 만류할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매년 개명신청된 이상한 이름들을 보면 철수주니어는 심각한 문제도 아닌 것 같은 이름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수리되는 것을 생각하면 철수주니어도 출생신고가 되지는 않을까.

 

 

결론

부모가 자녀에게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출생신고가 수리되지 않아 불가능하다.

'김철수 주니어'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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