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법

[사건과 법] 여명 808 헌법소원 사건

Glox 2024. 8. 11. 22:50



여기 한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자기들의 음료제품에 ‘음주전후’, ‘숙취해소’라는 표시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법령은 이를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참지 않고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 회사가 바로 여명 808을 개발한 주식회사 그래미입니다.


 

헌법재판소 2000. 3. 30.자 99헌마143 전원합의체 결정 
(여명 808 헌법소원 사건)

결정사항
식품이나 식품의 용기·포장에 “음주전후” 또는 “숙취해소”라는 표시를 금지하고 있는 식품등의표시기준(1998. 10. 7. 식품의약품안전청고시 제1998-96호로 제정) 제7조『별지1』식품등의 세부표시기준 1 . 가. 10) 카) 중 “음주전후” 및 “숙취해소” 표시를 금지하는 부분이 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https://youtu.be/X2yhQfgggeg?si=ojTZHV8JDw9gK2Wb

 

그 유명한 여명 808 광고 음악에 “음주전후”, “숙취해소”가 나오는데 이것이 원래 불법이었다고?



대외적으로 발명가라고 불리길 원한다는, 그래미의 남종현 회장은 여명 808을 개발하고 1998. 12. 15. 이를 “숙취해소용 천연차 및 그 제조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다(여명 808이라는 이름도 실험을 808번 반복해서 붙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당시 식약청 고시는 식품에 대하여는 “음주전후, 숙해소 등 음주를 조장하는 내용을 표시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제하고 있었다. 참고로 여명 808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차(Tea)이지 약은 아니다. 808!

그 때문에 그래미 및 남종현 회장(이하 그래미 측)은 여명 808 개발을 위해 숙취해소용 천연차에 관한 특허를 받아놓고도 정작 여명 808에 숙취해소와 같은 표시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그래미 측은 자기들 여명 808에 “음주전후”나 “숙취해소” 같은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한 식약청 고시가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제한되는 기본권

식품에는 음주전후, 숙취해소 등의 표시를 할 수 없게 한 식약청 고시 때문에 그래미 측은 어떠한 기본권을 제한받은 것일까. 

먼저 여명 808은 자기들이 개발한 제품이므로 판매를 위해 어떻게 광고하는지는 여명 808 판매 영업을 위한 자유이고, 어떤 문구를 쓰는지도 개인의 자유이다. 따라서 식약청 고시로 인하여 직업수행의 자유의 일종인 영업의 자유, 광고를 통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또 그래미 측은 “숙취해소용 천연차”에 관한 특허를 받았음에도 정작 그 특허의 명칭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재산권의 일종인 특허권도 제한받게 되었다.

그런데 광고에 쓰일 표현을 제한받음으로써 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게 된 경우 헌법소원으로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상업광고를 제한하는 입법에 대하여는 이른바 완화된 심사라고 하여 상업광고에 관한 기본권은 강하게 보호하고 있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2003헌가3). 2003헌가3 결정은 여명 808 헌법소원 사건 이후이긴 하지만 직업의 자유에 관한 단계이론, 표현의 자유의 보호 취지 등을 고려하면 그 이전에도 상업광고에 대해서는 보호의 정도가 높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래미 측은 이 식약청 고시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아낸다. 808!


기본권 제한과 과잉금지의 원칙



기본권 제한에 관한 위헌 심사에서는 과잉금지원칙(또는 비례의 원칙)이 자주 사용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②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근대 국가의 사상적 배경인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국가는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반대로 국가가 전체적인 기본권 증진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므로 헌법에서는 기본권 제한이 필요하더라도 그 제한을 필요한 만큼만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른 원칙이 과잉금지의 원칙이다. 

과잉금지원칙은 크게 4개의 요건(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요구한다.

즉,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그 제한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어야 하고(수단의 적합성),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기본권 제한을 최소한으로 해야하고(침해의 최소성), 그로 인해 공익이 생겨나도 제한되는 사익과 비교해서 사익이 너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법익의 균형성).



헌법재판소는 식품에 “음주전후”, “숙취해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식약청 고시를 어떻게 보았을까?

일단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보았다. 음주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고시가 그 외에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은 갖추지 못하여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었다고 보았다(수단의 적합성은 명시적인 언급이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먼저 살펴본 것은 고시의 문구였다. 고시는 “음주전후, 숙취해소 등 음주를 조장하는 내용을 표시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음주전후, 숙취해소 같은 표현 좀 들어간다고 음주를 조장하는게 맞냐?”고 태클을 걸었다. 808!

국민들이 과음하는 건 사회 분위기나 사람마다 다른거지 그 문구 넣었다고 음주가 조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이 부분이 수단의 적합성 위반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그 다음으로 숙취해소 같은 문구를 금지시키면 숙취해소하고 싶은 국민들이 그 숙취해소 식품을 찾아먹을 수가 없게 될 뿐더러 회사들이 숙취해소용 식품을 개발할 유인이 없어져 오히려 국민보건에 역행하는 결과가 된다고 보았다.

물론 숙취해소용 식품이 시중에 팔리면 사람들이 그걸 믿고 과음하는 결과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건 소비자의 판단과 책임으로 돌릴 문제지 국가가 그것까지 개입해서 숙취해소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과도하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음주 조장을 막겠다고 기업의 자유를 줄이고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제한하게 만드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그래미 측은 식약청 고시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받아내었고 식품에다 “음주전후”, “숙취해소”라는 문구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한이라도 맺힌 것인지 여명 808 광고에는 “음주전후”, “숙취해소”라는 가사가 들어가 군대 TV에서 열심히 재생되고 있다. 808!

 

 

 

https://www.youtube.com/watch?v=BPvVG46_zWI

 

 

참고로 본인이 군생활 할 때에는 이 여명 808 광고를 들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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