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고백 공격으로 해고될 수 있다

Glox 2024. 4. 9. 08:46

 

 

 

이전에 쓴 직장 내 괴롭힘 정리와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사랑에 관한 고백과 공격이 어떻게 한 단어를 이루게 되었을까. 공격이란 말이 암시하듯이 좋은 상황에서 쓰는 말은 아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데도 혹은 연애의 감정이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고백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백해서 혼내주자’라는 말처럼 희화화되고 있지만 단어 자체와 용례가 말해주듯이 이는 본질적으로 공격이자 괴롭힘에 가깝다. 풋풋한 행위거나 청춘의 실수 같은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성적 감정이 전혀 없는데도 고백하는 행위는 그 후의 상대방의 수습과 곤란함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7040444?sid=102

 

"유부남 상사가 만나자고"…여성 직장인 11% '원치 않는 구애' 경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남 상사가 사적인 만남을 요구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워 웃으며 참았더니 성추행을 시도하거나 밤에 전화합니다. 제가 거절했다는 이유로 혹독하게 일을 시

n.news.naver.com


특히 직장에서 이런 고백공격이 있으면 그 곤란함은 훨씬 더 크다. 기사에서 보듯 직장에서, 특히 상사가 하급자에게 하는 일방적 구애는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직장이라는 특성 상 당사자를 보지 않는 것이 어렵고 상대방의 업무 상 보복을 당할 수 있어 피해자의 곤란함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는 풋풋한 일 또는 낭만이 아니고 괴롭힘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직장 내에서의 과도한 일방적인 구애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으며, 해고 사유도 될 수 있다.


참조한 판례
수원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2가합10067 판결

사실관계
1) 가해자는 비즈니즈실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기혼 남성이고, 피해자는 비즈니스실 산하 팀장인 미혼 여성으로 직책 상 원고의 하급자였다.

2)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고백하였고,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사 이상으로 상사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가해자는 몇 달 뒤 다시 피해자에게 고백했고 피해자는 다시 거절했다

3) 가해자는 업무용 메시지로 ‘보고싶다’, ‘예뻐서 좋아한다’, ‘좋아해요’라고 보낸다거나, 꽃바구니를 보낸다거나, 피해자에게 ‘지금도 손을 잡고 싶은데 참는다’, ‘차라리 키스를 하고 뺨을 맞고 그만뒀어야 하는데’ 등의 발언을 면전에서 했다.

4) 가해자는 이후에 피해자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5) 피해자는 이 사실을 회사에 신고하였고, 회사는 이에 따라 가해자를 해고하였다.

 

 

 


판례의 판단
판례는 1) 가해자의 행위의 성질, 2) 징계사유 여부, 3) 해고의 정당성 순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은 가해자의 행위가 먼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 또는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가해자의 위와 같은 행위들은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단순히 고백한 것 자체만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반복하는 등의 일련의 행위를 종합하여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았다.

그와 같은 전제에서 가해자의 행위들은 그 회사의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또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가해자가 해고되지 않고 계속 근무하는 것은 피해자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회사가 가해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직장 내 일방적인 구애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징계 사유(최대 해고까지도)로 인정한 이 판례가 나옴으로써 직장 내 문화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특별히 새로운 법리가 등장한 것도 아니고 기존 법리와 법만으로 충분히 도출될 수 있는 결과라고 본다. 이후에 문제가 되었을 경우 유사한 판결도 자주 나올 법하다.

 

 


여담
간만에 법학이 아니라 본 전공인 사회과학의 시선으로 본다면 직장 내의 일방적인 구애는 성적 대상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은 일 하려고 만난 것이고 그 사람들은 직원으로서 모인 거지, 연애 상대로 온 것이 아니다. 직장 내 일방적인 구애는 상대방을 동등한 동료가 아니라 연애 상대로 보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물론 사내연애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서로 이성적 감정이 있고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성적 교류가 있어서 발전해나간다면 문제가 없다. 위에서 말한 ‘일방적’인 요소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고백공격이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데,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혹은 비난의 정도가 덜하는 선에서 상대방을 괴롭힐 방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정 교류 없는 일방적인 구애는 전혀 낭만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된다면 고백공격 같은 말도 사라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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