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사건사고

음원 사재기의 법적 분석

Glox 2022. 1. 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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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영탁 소속사 대표, 음원 사재기 인정… "잠시 이성 잃었다"

가수 영탁 소속사 대표가 '음원 사재기'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일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사재기 혐의 수사 끝에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로 이재규 대표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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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관련 이야기를 들은 게 학부 한창 재학 중일 때니 벌써 2018년 그 즈음정도부터는 확실히 들었던 것 같다. 그 때 큰 이슈도 되고 대응책에 관한 얘기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현실적으로 법으로서 간단히 해결될 것 같진 않았다. 결국 생태계의 자정작용과 소비자들의 감시가 중요하지 않았을까.

학부 때 이후 로스쿨 진학하고 나서 다시 한 번 기사로 관련 얘기를 접하고 나니 그 때는 잘 알지 못하고 넘어갔던 법적 규율에 관해 궁금해지기도 했다. 2학년 들어오고 나서 친한 로스쿨 동기가 문화산업법 학회 관련 얘기를 많이 해서 문화산업법 관련 관심도 있었다. 문화산업 영역은 법적 규율이 익숙치 않은 영역이다. 수험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민법, 형법 등의 기본법이 직접 적용되기보다는 그 분야를 규율하는 특별법들이 매우 많아 특수한 개념들이 적용되어 그 분야의 생태계를 상세히 알지 못하면 이해하는 것부터 어렵다. 또한 문화예술은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법의 언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일수록 개념부터 잡고 내가 아는 법리로 천천히 분석을 시도해봐야 하는 것 같다.


음원 사재기  vs.  스트리밍 총공(차트 줄세우기)
이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원 사재기의 개념과 혼동될 수 있는 개념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실제로 음원 사재기 이슈가 있었을 때 인터넷 댓글 중에서는 팬덤에서 스밍 돌리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말이 있었으니 말이다.

음원 사재기는 가수/기획사가 음원 사재기 브로커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사재기 업체가 가계정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스트리밍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재기로 인해 음원 순위 상승 이익을 얻는 주체인 가수/기획사가 브로커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지시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에 나온 음원 사재기 방식은 가수/기획사가 브로커에게 대금을 지급하면 브로커는 음원 서비스 업체 일반 이용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수하거나 가계정을 생성해서 매크로를 이용해 그 계정들로 특정 가수의 음원을 반복 재생하고 스트리밍 기록을 상승시키는 방식이다. 즉 차트 상으로는 다수가 그 음악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다수는 없다.

반면 스트리밍 총공은 특정 가수의 팬덤이 여론을 모아 특정 시기에 특정 가수의 음원을 스트리밍해서 차트 순위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여론의 결집이 있고, 스트리밍을 할 뿐 실제로 음악을 듣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각 사용자들이 자신의 아이디로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다. 

 

 

음원 사재기 구조도
스트리밍 총공 구조도



스트리밍 총공 역시 차트 교란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인기차트는 대중들이 일반적인 음원 소비를 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그 인기를 나타내는 것이지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스트리밍 횟수 채우기만을 위한 경우를 상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트 교란이라는 도덕적 문제와는 별개로 관련 법률 및 이용 약관 상으로는 허용되어 있는, 일종의 편법에 불과하다. 그러나 음원 사재기는 이를 규율하는 법이 있다. 선거로 치면 스트리밍 총공은 박사모, 문빠 등 팬덤정치이고 음원 사재기는 부정선거라는 비유가 기억에 남는다.

법적 문제
1. 음악산업법 위반

 

음악산업법 제26조(음반등의 유통질서 확립 및 지원) 
① 제2조제8호부터 제11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영업을 영위하는 자 또는 음반등의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자 및 저작인접권자(이하 “음반ㆍ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이라 한다)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반ㆍ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이 제작ㆍ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등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된 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구입하게 하는 행위

제34조(벌칙) 
③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의2. 제26조제1항을 위반하여 금지행위를 한 자 또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음악산업법 제26조는 음반ㆍ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이 자신들의 음반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이를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고 있다. 수범자인 음반ㆍ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은 동법 제2조 제8호부터 제11호에 규정된 자들을 포함하는데, 8호는 음반등을 기획제작하는 자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본 음원 사재기의 구조에서 가수/기획사는 충분히 주체가 될 수 있다. 처음의 기사에서도 경찰이 음악산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였다고 하니 음원 사재기에는 음악산업법 위반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법의 적용 가능성과는 별개로 음원 사재기가 밝혀지고 유죄의 결론까지 이르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우선 음원 사재기 행위의 실체가 밝혀지는 것이 어렵다. 이를 사주한 기획사와 브로커 모두 이를 숨길 것이므로 그 내부관계를 밝히기도 어렵고 음원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도 해당 스트리밍이 일반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스트리밍인지 매크로를 이용한 스트리밍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에서는 기획사와 브로커 간의 약정과 대금지급 여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를 주로 밝혀내려 하겠지만 ‘업체에 마케팅 비용으로 지불했다’와 ‘음원 사재기 대금을 지불했다’는 관련 서류를 확실히 입수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밝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밝혀진 이번 사례가 특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밝히는 것 이후에도 법리적인 문제에서 살펴보자면 해당 법규는 ‘부당하게 구입’하는 것만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 역시 외관으로는 알기 어렵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브로커와의 거래관계, 프로그램 사용 내역 등을 적발한다면 ‘부당하게 구입’이라는 목적은 증명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목적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홍보를 위해 비용을 지출했다고 둘러댄다면 마케팅을 많이 해서 스트리밍 양이 올라간 것만으로는 부당한 구입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

+ 개인적인 생각
일단 이 사건이 음악산업법 위반으로 송치되긴 했으나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이 법률이 적용될지 의문인 부분은 있다. 음악산업법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음반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과 ‘부당하게 구입’이라는 두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부당하게 구입 부분은 앞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음반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은 음원 사재기에 관해 유추해석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본 취지는 음반등을 구입해서 판매량을 늘려 ‘XX가수 판매량 10만장 돌파!’ 같은 홍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음원 사재기의 차트 순위 조작은 직접적으로 ‘스트리밍 수’를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차트 순위란 상대적인 것이니까. 과연 문언의 가능한 해석일지 유추해석일지. 문언의 가능한 해석에 충분히 든다고는 보지만 다투자면 다툴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
음악산업법 위반 외에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도 성립하지 않을까. 포털사이트 검색어 조작이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것은 형법 각론 공부할 때 분명히 봤던 내용이었다.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1978 판결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행위 결과 정보처리장치가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는 등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을 것을 요하나,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한 이상, 나아가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위 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포털사이트 운영회사의 통계집계시스템 서버에 허위의 클릭정보를 전송하여 검색순위 결정 과정에서 위와 같이 전송된 허위의 클릭정보가 실제로 통계에 반영됨으로써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실제로 검색순위의 변동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원심 사실관계에 의하면 공소사실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업체 서버에 허위 명령어를 지속적으로 보내 그 결과 사용자들의 실제 검색어 순위와 다른 결과가 표시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는 ‘프로그램 이용’ ‘실제 순위와 다른 결과 표시’라는 점에서 이 사건과도 유사하다. 다만 스트리밍 하는 행위가 허위의 명령어를 보내는 것인지는 확실히 포섭된다고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면 그 스트리밍은 통상적으로 예정된 스트리밍이 아니므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
직접적인 재산거래나 범죄와 달리 이런 영역은 법적 규율이 익숙치 않은 영역이라 먼저 주어진 사실관계를 법적인 언어로 재구성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예전 음원 사재기 논란이 컸을 때 사람들이 결국 이게 범죄가 되는지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로스쿨 진학하고 나서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법적으로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게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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