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학년 1학기 과목 <민사법종합연습> 수업에서 교수님이 민사법 사례문제를 해설하면서 동산 선의취득에 관한 한 소결론을 다음과 같이 검토하셨다.
'OO가 도품, 유실물이 아닌 한 甲에게 선의취득이 인정된다'
내가 사례를 풀면서 내린 소결론과 다르기 때문에(실질적 결과는 같다) 교수님의 검토를 듣자마자 의문이 생겼다. 교수님의 검토는 문제의 동산이 도품 또는 유실물에 해당한다면 '선의취득이 부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산의 선의취득을 규정하는 민법 제249조를 보자.
민법
제249조(선의취득)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조문의 구조를 보면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면 점유를 하게 된 때에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 '점유한 경우' '즉시'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선의취득이 사례의 종국적 쟁점이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사례에서도 나왔지만 민법 제250조의 도품, 유실에 대한 특례와 결합하면서 사례의 풀이 전개 과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민법
제250조(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
전조의 경우에 그 동산이 도품이나 유실물인 때에는 피해자 또는 유실자는 도난 또는 유실한 날로부터 2년내에 그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도품이나 유실물이 금전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249조 선의취득은 동산을 양수한 사람이 그 동산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양수했을 때 양수인을 보호해주는 제도이다. 동산은 부동산과 달리 등기 등으로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동산을 들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소유자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점유에 상당한 공신력을 주는 방법으로 선의취득이 있다. 그러나 원 소유자가 동산을 도둑에게 뺏기거나 잃어버린 경우에도 선의취득을 인정하면 원 소유자가 너무 불리하므로 민법 제250조 도품, 유실물에 대한 특례를 두어 원 소유자가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선의취득과 도품, 유실물 특례 두 조항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선의취득 요건을 만족하면 동산의 양수인은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그 동산이 도품 또는 유실물일 때에는 2년 내에 원 소유자가 이를 되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이 한 문장에 도달하는 데 있어 두 가지 해석법이 존재한다.
1. 선의취득 요건을 만족하면 동산 양수인은 점유하게 된 때에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그 동산이 도품 또는 유실물일 때에는 원 소유자가 2년간 반환청구권을 갖는다.
2. 동산이 도품 또는 유실물일 때에는 선의취득 요건을 만족해도 2년이 경과한 후에야 원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고 동산 양수인이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1번에 따르면 민법 제249조에 따라 동산 양수인이 점유 시에 동산 소유권을 취득한다. 다만 그 동산이 도품 또는 유실물일 때에는 원 소유자에게 2년간 반환청구권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도품 등이어도 선의취득 자체는 인정된다. 2년간 원 소유자에게 민법 제250조에 기한 반환청구권이 있을 뿐이다.
반면 2번에 따르면 동산이 도품 또는 유실물인 경우 동산 양수인이 점유해도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 여전히 원 소유자의 소유이고 다만 소유권에 기한 반환의 행사 기간을 2년으로 두고 이 기간이 경과하면 동산 양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한다.
나는 1번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그래서 위 사례문제의 소결론 '甲에게 OO의 선의취득이 인정된다. 다만 도품, 유실물에 해당하여 도품, 유실물 특례가 적용되는지 문제된다.'로 적었다. 당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기본서로 사용하는 수험서를 보니 취득시기와 효과에 관한 명확한 내용이 없었다. 너무 당연하단 듯이 알고 있었던 거라 충격이 컸다. 교수님에게 여쭤보니 학설대립이 있는 부분이고 명확한 판례는 없다고 하셨다. 249조와250조의 관계에 관한 얘기를 조금 하셨는데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의 낯선 얘기여서 논거는 명확히 기억이 안 나서 아쉽다.
개인 생각
입법론적 타당성은 둘째 치고 현재 민법 제249, 250조를 해석하면 1번 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위에도 표시했듯이 민법 제249조는 '~ 동산을 점유한 경우, ~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라고 규정하지 않는가. 선의취득 요건들이 만족되면 점유한 때 즉시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또한 민법 제250조에서는 도품 등의 경우 원 소유자의 반환청구에 관해서 '원 소유자'라고 하지 않고 '피해자 또는 유실자'라고 하고 있다. 도품 등일 경우 선의취득을 부정해서 아직 원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해석한다면 '원 소유자'라고 규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다른 권리도 아닌 소유권의 제한 기간을 두는 것도 어색하다.
원래부터 1번 견해여서 그런지 1번 견해를 지지하는 논거는 쉽게 생각해냈지만 2번 견해를 뒷받침하는 논거는 쉽게 떠올리지 못하겠다. 동산 선의취득제도가 거래 안전을 위해 무권리자로부터 선의 무과실로 동산을 양수한 양수인을 보호하는 것이 취지라고 한다면 그 동산이 도품이거나 유실물일 경우까지 양수인을 보호해야 할 타당성은 적다고 할 수 있다. 도품 등이 문제 없이 거래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거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니까. 다만 꼭 2번 견해와 같이 해석해야 보호가 더 잘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원 소유자가 소유권을 잃지 않고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 소유자에게 더 강한 권리를 주는 것이긴 하지만 선의취득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2년에 불과한데 말이다.
더욱더 사견으로 간다면, 동산 선의취득 제도 때문에 민법 제246조 상의 동산 시효취득은 유명무실해졌는데, 아무리 선의 무과실 등이라 해도 점유한 즉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원 소유자에게 너무 불리한 제도라고 볼 여지가 있다. 동산 시효취득 제도와의 불균형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입법론적인 문제이고, 조문 해석상으로는 양수해서 점유하는 즉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사례형 문제의 결론에서는 구별할 실익이 거의 없는데, '도품 등일 경우 도난, 유실일로부터 2년 내에는 반환 청구 가능하고, 2년 지나면 반환 청구 불가능하다'라는 똑같은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실제 소송이라면 제250조에 기한 반환청구권과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권으로 분명히 청구원인 이하가 다를텐데 어떻게 이 부분에 명확한 내용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만큼 희귀한 일이라 사례가 없는 것일까.
'로스쿨생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5회 변시 공법 기록형의 드립 (0) | 2023.05.01 |
---|---|
대중의 관심과 법치주의 (0) | 2023.04.28 |
경찰 불송치 결정과 이의신청 시기 (0) | 2023.04.11 |
직장폐쇄 임금지급의무 면제 효과의 법적 근거 (1) | 2023.04.09 |
[판사유감] 서평 (0) | 2023.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