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사건사고

불법 전단지를 떼면 재물손괴?

Glox 2025. 1. 8. 23:57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909039

 

승강기 내 비인가 게시물 뜯은 여중생 '재물손괴' 송치…적절성 논란

경찰, 용인 아파트 승강기 내 거울에 붙은 게시물 뗀 여중생 송치 경기남부청 "검찰과 협의해 보완수사 조치…적법성 여부 다시 판단" 경찰이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비인

n.news.naver.com

 

 

우선적으로, 불법 전단지를 떼었다는 사실로 재물손괴 송치한 경찰의 처사가 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불법이니까 어떻게 처리해도 된다."는 의견에 관해서는 좀 이야기 할 것이 있다.

 

재물손괴죄의 요건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물파손죄는 없다는 글에서도 말했듯이 기물파손죄라고 자주 말하는 재물손괴는 타인의 재물의 효용을 해하였을 때 성립한다.

 

비록 전단지이긴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재물인 이상, 그것을 떼어내버린다면 그 본래의 효용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하기는 한다. 불법 전단지인데 왜 떼면 안 되냐? 싶기도 하겠지만 법률은 누가 먼저 잘못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대로 할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불법을 저질렀다면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가는 치러야 하지만 그것은 국가의 역할이고 개인이 이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보행자가 무단횡단하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밀어버리면 안 되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무단횡단으로 처벌받는 것은 별도의 일이고, 보행자가 잘못했고 자신의 주행에 방해된다고 해서 밀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공용공간에 불법 전단지가 붙어 있다 해도 이는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여 공간 관리 권한을 가진 관리사무소가 이를 떼고 붙인 사람에게 제재를 주는 것이 원칙이다. 길거리였다면 구청 등 행정청에서 이를 수거하고 과태료 등을 부과하여야 하는 것이다.

 

법은 누가 잘못했는지는 따로 처벌하고, 또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멋대로 파괴하지 않도록 한다. 그래야 싸움이 더 커지지 않고, 공권력이 절차대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기사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전단지기는 관리사무소 허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이라고 하는데, 관리사무소 허가와는 별개로 그 주민 자치 조직은 그 전단지를 붙여 주민들에게 의견을 개진하기 위하였던 것이므로 이를 떼면 당연히 그 목적에 영향이 간다.

 

즉, 불법 전단지라고 해도 공간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는 개인이 이를 떼낸다면 이론적으로는 재물손괴의 구성요건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불법 전단지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그르다.

 

 

하지만 송치는 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라는 말에 강조한 것처럼 경찰이 이를 재물손괴로 송치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지 현재 형법 체계 내에서도 그 경위를 따져본다면 충분히 불송치될만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1. 재물손괴 구성요건 미해당

위에서 이론적으로 재물손괴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이는 가장 보수적인 해석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불법 전단지를 떼는 것이 재물손괴의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재물손괴의 구성요건은 '타인'의 재물이다. 즉 타인 소유여야 하는데 타인의 소유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그 재물을 소유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법 전단지들은 보통 대량으로 뿌려지거나 붙이고 그 전단지 주인이 따로 관리하지도 않는 편이다. 그런 전단지들은 아예 무주물이라고 보아야 하고, 무주물은 타인의 재물성이 없어 재물손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본 사안에서는 광고 등을 위해 뿌려진 전단지가 아니라 아파트 내 조직이 의견 개진을 위해 붙인 거라 이것에 해당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래도 아래와 같은 경우가 있다.

 

2. 정당행위

 

제20조 (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툭툭 치는 행위는 이론적으로는 폭행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 그러나 친구들끼리 툭툭 치는 정도는 사회상규상 있을만한 일이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는다.

 

본 사안으로 적용해보자면, 아파트 내에서 전단지를 붙이는 규칙을 제정한 것은 공용공간이 전단지로 뒤덮혀 어질러지는 것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규칙을 무시하는 일이 많다면 그 규칙이 유명무실해진다. 비록 학생에게 공용공간에 대한 관리권은 없었다 해도 아파트의 주민인 이상 그 규칙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은 인정될 수 있다.

 

또한, 값나가는 물건을 부순 것도 아니고 전단지일 뿐이어서 더욱 참작될 수 있다. 복도에 개인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보통 규칙 위반일텐데 그렇다고 그 물건을 부숴버리면 그건 사회상규에 위배될만한 일이다. 그런데 전단지는 문서일 뿐이고 값나가지도 않는데다가 또 인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아파트 자치 조직과 대립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순수성이 의심될만하지만 이에 대하여 잘 모르는 학생이 규칙에 위배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전단지를 치운 것 또한 형법적으로 처벌될만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관리사무소 허가를 받지 않은 전단지를 뗀 학생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재물손괴의 점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경찰 또한 이를 고려해서 송치하지 않을만 하다고 보이는데 송치까지 한 것은 그다지 타당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떼도 괜찮은 경우

불법 전단지를 뗀다고 해서 무조건 재물손괴가 되는 경우는 아니고, 1) 내 집 문 앞 같은 내 소유 물건이나 공간인 경우 소유권에 기한 보존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행위가 확실히 될 것이고, 2) 스스로가 관리사무소 직원이라든지 아니면 관리사무소의 요청을 받았다면 그 공간의 관리에 관한 권한이 있므로 가능하고, 3) 불법 전단지가 시야가림으로 교통사고 위험, 전기설비 안전침해 등 위험 유발에 대하여 즉시 제거가 필요한 상태라면 긴급피난의 취지에서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결론

 

이 사건에서는 불법전단지였지만, 불법 현수막과 홍보물 문제도 많다. 공무원들이 철거하고 있는데 행정력 낭비가 심하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불법 현수막으로 도배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는지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이 철거하여도 정당행위를 좀 넓게 보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와 직결되는 주장에 관한 현수막과 달리 상업적 광고 표현물은 표현의 자유가 더 제한되는 것이 헌재 입장이기도 하니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