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도로 외 음주운전의 각기 다른 결과

Glox 2025. 10. 10. 20:01


아파트단지 내 도로 혹은 주차장에서 음주운전하면 문제가 될까? 이상한 답변인 것 같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예전에 이 쟁점을 가지고 누가 자신이 불리한 것은 숨기는 해명을 해서 논란이 되었던 것 같은데 찾으려 하니 보이지는 않는다.

여튼 아파트단지 내 도로 혹은 주차장에서 음주운전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1)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은 받는데, 2) 음주운전을 이유로 면허취소/정지 되지는 않는다.

뭔가 이상한 것 같아보이는데,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조문화 법해석상으로는 맞는 결론인데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다.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는 조문이 복잡하고 세밀한 도로교통법 조문을 알아야 한다.

운전은 원칙적으로 도로 위에서 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6. “운전”이란 도로(제27조제6항제3호ㆍ제44조ㆍ제45조ㆍ제54조제1항ㆍ제148조ㆍ제148조의2 및 제156조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도로교통법은 운전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있는데, 운전은 원칙적으로 도로에서 차 같은 것(이전에도 썼지만 우마도 포함되기 때문에 말 타고 다니는 것도 운전이다)을 모는 것이다. 즉 도로가 아닌 곳에서 차를 모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는 충분히 운전이 되겠지만,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운전이 아니다(원칙적으로 아니다. 이유는 곧 설명). 법 이름이 운전법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임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차가 갈 수 있다고 해서 다 도로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정원이 엄청 넓은 대저택에 사는데 대문에서 집 건물까지 차를 타고 정원을 통과하기 위해 길을 뚫어놓았다고 하면 이건 도로라고 할 수 있을까? 길이긴 하지만 법적인 규제를 받아야 할 도로여야 할까? 도로교통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이라고 하고 있다. 우리 집 정원에 있는 길이 교통을 신경써야할 그런 곳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도로교통법 판례 중에서는 도로의 의미를 정하고 도로에 해당하는 유형을 판단하는 판례가 많은데, 검찰실무나 형사재판실무에서 단골 판례들이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에서 " 도로" 라 함은 도로법에 의한 도로, 유료도로법에 의한 도로 그 밖의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 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불특정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을 의미하고,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도6710 판결

 


그러니까 적어도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되려면 길이 닦여있고 차가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반인이나 불특정 다수가 다닐 수 있는 성격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례 논지에 따라 아파트단지 내 또는 대학교 캠퍼스 내 도로,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이 경우에도 차단시설이 있어 출입통제가 있는지, 관리가 되고 있는지 등 따져야 할 요건이 많다.)

그렇다면, 아파트단지 내 도로 또는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닐 확률이 높으므로 도로교통법상 각종 의무도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음주운전은 어디서 하든 처벌된다

도로의 의미 판례로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무면허운전 처벌이다. 왜냐면 무면허운전은 무면허로 운전하는 것인데, 위에 써있듯이 운전은 도로에서 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에 차가 다닐 수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면허 없는 사람이 운전해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런데 음주운전은 다르다.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6. “운전”이란 도로(제27조제6항제3호ㆍ제44조ㆍ제45조ㆍ제54조제1항ㆍ제148조ㆍ제148조의2 및 제156조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제45조, 제47조, 제50조의3, 제93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148조의2에서 같다),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48조의2(벌칙) 
③ 제44조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혈중알코올농도가 0.2퍼센트 이상인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
2. 혈중알코올농도가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인 사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3. 혈중알코올농도가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도로교통법의 운전의 정의를 살펴보면 운전은 도로 위에서 하는 것만을 의미하나, 제44조와 제148조의2의 경우에는 도로 외에서 차를 모는 것도 운전으로 한다고 특별히 정하고 있다. 제44조와 제148조의2가 음주운전 처벌 규정이다.

그러니까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를 모는 것만을 의미하지만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특별히 도로가 아닌 곳에서 차를 모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교통상의 문제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과 관련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이해될만하다.

이는 법률 제10382호, 2010. 7. 23. 일부개정으로 변경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도로 아닌 곳에서의 운전도 포함시키는 규정이 없어서 실제로 도로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하는 것은 처벌받지 않았다. 납득이 가는 개정이긴 한데 제개정 이유에 취지가 적혀있지는 않았다.


도로 외 음주운전은 면허취소 대상은 아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도로 아닌 곳에서의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상 운전이 아니므로 처벌도 받지 않았다가 법 개정으로 특례가 적용되어 처벌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특례는 음주운전의 처벌이라는 형사절차에만 적용되고 면허취소/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에는 적용이 안 되어서 음주운전을 한 것이 인정되고 처벌도 받았는데 면허취소는 받지 않게 되는 일이 생긴다.

 

도로교통법
제93조(운전면허의 취소ㆍ정지)
① 시ㆍ도경찰청장은 운전면허(조건부 운전면허는 포함하고, 연습운전면허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전면허(운전자가 받은 모든 범위의 운전면허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제2호, 제3호, 제3호의2, 제7호, 제8호, 제8호의2, 제9호(정기 적성검사 기간이 지난 경우는 제외한다), 제14호, 제16호, 제17호, 제20호부터 제23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하고(제8호의2에 해당하는 경우 취소하여야 하는 운전면허의 범위는 운전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받은 그 운전면허로 한정한다), 제18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정지하여야 한다. 
1. 제44조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한 경우



운전면허 취소/정지의 근거 규정은 제93조인데, 제1호에서 제4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한 경우를 면허취소/정지 사유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음주운전을 하면 일반적으로는 면허취소/정지 된다.

그런데 다시 운전에 관하여 정의한 규정을 살펴보면 음주운전 처벌 규정인 제44조, 제148조의2의 경우에는 도로 외 운전도 포함한다고 하고 있지만, 면허취소/정지 근거 규정인 제93조는 어딜 봐도 적혀 있지 않다.

즉, 면허취소/정지의 사유인 제93조를 해석할 때에는 원칙대로 돌아가 운전이 여전히 도로 위에서 차를 모는 것만으로 한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단지 내 도로나 주차장에서 음주운전한 경우에는 면허취소/정지의 사유가 되는 운전이 없었던 것이다. 왜냐, 거긴 도로가 아니니까.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이는 단순한 내 해석이 아니라 벌써 10년도 넘은 대법원의 법리이다.

구 도로교통법(2010. 7. 23. 법률 제103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4호는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하여 도로교통법상 ‘운전’에는 도로 외의 곳에서 한 운전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위 규정은 2010. 7. 23. 법률 제10382호로 개정되면서 "운전이라 함은 도로(제44조, 제45조, 제54조 제1항, 제148조 및 제148조의2에 한하여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하여, 음주운전에 관한 금지규정인 같은 법 제44조 및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등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인 같은 법 제148조의2의 ‘운전’에는 도로 외의 곳에서 한 운전도 포함되게 되었다. 이후 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어 조문의 위치가 제2조 제26호로 바뀌면서 "운전이란 도로(제44조, 제45조, 제54조 제1항, 제148조 및 제148조의2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라고 그 표현이 다듬어졌다.
위 괄호의 예외 규정에는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등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가 포함되어 있으나, 행정제재처분인 운전면허 취소·정지의 근거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93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로 외의 곳에서의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 가능하고 운전면허의 취소·정지 처분은 부과할 수 없다.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8두42771 판결

 

 

 



그렇게 달라지는 결과

이 때문에 아파트단지 내 도로나 주차장 등에서 술마시고 운전을 하면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은 받는데 음주운전을 이유로 한 면허취소/정지는 받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해석론상으로는 무리 없는 결론이긴 한데 직관적으로 너무 이상해서 입법상 오류라고 본다. 입법론적으로도 형사처벌이 더 엄격한 것인만큼 형사처벌을 부과하도록 개정하였다면 그 취지에는 행정제재도 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형벌은 최후수단성이 있는데 형벌이 먼저 나오는 셈이지 않은가.

도로 여부를 불문하고 술 마시고 운전한 것은 장래의 위험에 끼치는 해악은 차이가 없어 보여 교통질서 안전을 위한 조치인 면허취소/정지에서 구분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비난의 정도로는 차이가 없으니까 형사처벌도 다 되는 쪽으로 개정되지 않았나.

여튼 사유는 하나인데 처벌은 되고 행정제재는 안 되게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는 않고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아도 그럴 것 같다.


결론

1) 아파트단지 내 도로나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경우가 많다.
2) 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음주운전해도 면허취소/정지가 불가하다. 도로가 아니라 도로교통법상의 운전이 아니다.
3) 면허취소/정지는 안 되어도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은 된다. 형사처벌 관련 조항만 도로가 아니어도 운전에 포함되도록 법을 고쳐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