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사람(대학원생을 포함한다)

Glox 2025. 8. 17. 22:33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는 말이 있듯, 대학원생은 그 공부강도와 워라밸, 교수님과의 관계 등에서 엄청난 고생을 해서 사람 미만의 삶을 산다는 밈이 있다. 그런 와중 “사람(대학원생을 포함한다)”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짤이 돌자 그 밈과 잘 맞아서 그동안은 대학원생은 사람도 아니었다는 짤이 있었다. 

주변에 대학원생도 몇 있었고 그들의 고생을 알기에 웃긴 짤이긴 하지만 가끔 진지하게 대학원생이 사람으로도 인정 못 받았냐고 묻는 사람이 있긴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짤은 대학원생을 사람에 포함시켜준다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 포함시킨다는 뜻으로, 대학원생의 근로자성 논쟁의 일환이다.

사람(대학원생을 포함한다)의 의미

저 짤은 2020년 태영호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내용이다(임기만료로 폐기되어 실제로 개정되지는 않았다). 

개정안을 보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를 개정하는데, 그 조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에 관한 조항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태영호 의원의 발의안은 위 문장의 ‘사람’ 뒤에 ‘대학원생’을 포함하겠다는 내용으로, 발의안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다음과 같이 수정된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대학원생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발의안에서는 앞 부분이 길어서 생략하고 “사람(대학원생을 포함한다)”만을 남겨서 마치 대학원생을 사람에 포함시켜주는 것처럼 해석되었다. 하지만 생략된 부분까지 포함하면 발의안의 정확한 내용은 "대학원생을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인 ‘근로자’에 포함시킨다.”라는 뜻이다. 

즉, 해당 발의안의 정확한 내용은 대학원생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포함시키겠다는 규정인 것이다.

대학원생의 근로자성 문제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대학원생이 학생이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는 근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은 원칙적으로는 학생이고, 연구를 위하여 공부하는 신분이다. 그런데 대학원생은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연구도 하고, 수업도 돕고, 학과 행정도 처리하며, 이공계의 경우 교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실질적으로 프로젝트에 노동력을 제공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의 신분은 학생으로서, 그 노동력의 제공은 연구를 위해 부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호받지 못하기에 대학원생들은 최저임금, 연장근로수당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채 과도한 일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2018년 전후로 대학원생의 인권침해, 노동착취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국내에서는 대학원생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출범해 ‘대학원생도 근로자일 수도 있다’는 사회적 이슈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원생이 확실한 근로자인가? 그것은 단언할 수 없는 문제다. 앞서 본 근로자의 정의를 보면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이다. 그런데 대학원생이 임금을 목적으로 대학원생이 된 것인가? 대학원생이 실질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결과가 있기는 하나, 이는 연구 활동의 부수적인 결과이지 근로자로서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도타당한 해석이다.

대학원생은 공부(교육)와 일(노무제공)이 섞여 있고, 일에 따른 돈도 ‘장학금’·‘연구비’·‘조교장학’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지급받는다. 결국 고용노동부 역시 대학원생 조교에 대하여 그 형태가 너무 상이하여 일률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고 행정해석 하기도 하였다. 아마 판례들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근로자 사이의 경계

이 문제는 대학원생이 완전한 학생도 완전한 근로자도 아닌 경계에 존재하는 지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그런데 대학원생의 근로자성에 관하여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수련과 연구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노동 착취나 인권 침해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원생을 일률적으로 근로자에 포함시키는 태영호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통과되지도 않았지만, 그 발의안의 발의 이유를 보면 적어도 그 문제의식은 계속 가져야 한다고 본다.

 

현행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
한편, 대학원 연구생의 근로자 인정과 관련하여 학교 또는 교수가 정하는 시간과 장소에 종속된 상태로 근무하고, 지도교수의 지시를 받아서 근무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음.
또한, 교수가 대학원생을 교육이나 연구와 관계 없는 각종 잡일에 동원하는 등 본연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나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음.
이에 대학원생에게 교육과 연구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대학원생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임(안 제2조제1항제1호, 제76조의2제2항 신설 및 제109조제1항).

 

 

 

 


'로스쿨생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표  (0) 2025.10.03
“위계에 의한”의 오해  (0) 2025.09.06
판례를 왜 따르는가?  (0) 2025.07.29
정상적 운전 곤란 상태의 판단 기준  (0) 2025.07.29
환경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5)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