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이경규 씨의 약물운전에 관하여 글을 썼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마약도 아닌 치료약을 먹고 운전한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이었다가 도로교통법상 약물로 인하여 정상적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걸 어떻게 판단할 수 있냐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그렇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라는 표현은 너무나 추상적이라 조문만 보고서는 어떤 상태일 때는 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만하다.
그래서 저번 글에서는 조문에서 표현이 유사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언급했었는데, 그 조문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까지 갔으니 “정상적으로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진지하게 그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법률의 추상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 구체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법해석학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해석에 관하여 알기도 어렵고 접근하기도 어려워 적어도 구체적 판단 기준은 명확히 제시되어 알려져야 한다고 본다.
이에 문제가 많이 되었던 위험운전치사상죄를 기반으로 하여 정상적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의 의미를 탐구해본다.
명확성이 논란된 위험운전치사상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 11은 위험운전 등 치사상(이하 위험운전치사상죄)를 규정하면서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가중하여 처벌하고 있다.(사람을 상해한 경우에만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되고 단순히 운전만 한 경우라면 이 조항이 아닌 이경규씨가 적용된 도로교통법상 제44조, 45조의 음주운전 또는 약물운전이 적용될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가 혈중 알코올 농도라는 특정한 사실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달리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상태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므로 그 평가는 여러 요소들에 의해 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평가란 주관성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으므로 명확성에 의문이 들만도 하다. 그래서인지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위헌법률심판도 받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중처벌의 근거로 삼고 있는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란 음주로 인하여 운전자가 현실적으로 전방 주시력,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판단력이 흐려짐으로써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할 수 없거나, 자동차의 운전에 필수적인 조향 및 제동장치, 등화장치 등의 기계장치의 조작방법 등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알코올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에 따라 다르므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교통사고에 관하여 운전자의 주취정도 뿐만 아니라 알코올 냄새, 말할 때 혀가 꼬부라졌는지 여부, 똑바로 걸을 수 있는지 여부, 교통사고 전후의 행태 등과 같은 운전자의 상태 및 교통사고의 발생 경위, 교통상황에 대한 주의력·반응속도·운동능력이 저하된 정도, 자동차 운전장치의 조작을 제대로 조절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취의 정도를 명확한 수치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형사처벌요건이 갖추어야 할 명확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8헌가11
헌법재판소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것은 여러 요소들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헌법재판소 판례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것을 여러 종합적인 요소를 이용해서 판단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의미이지 구체적 판단 기준을 개념화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언의 해석
위험운전치사상죄의 문언을 살펴보면 중요한 것은 상태이다.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성립하는 것이지 비정상적인 운전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처음 배울 때도 그랬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마찬가지였는데, 위험운전치사상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인사불성이 되어 광란의 폭주를 하거나, 비틀비틀거려 주변 차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사고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위험운전치사상죄 조항은 비정상적인 운전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명백히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라고 하고 있으므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고 자체는 특별히 비정상적인 운전이 아니어도 성립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한다거나 급가속을 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운전으로 사고가 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안전거리 미확보, 전방주시 태만과 같이 일반적인 운전을 하는 경우에도 과실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여도 운전자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면 충분히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위험운전치사상죄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이라는 표현이 갖는 이미지에 이끌려 사고 자체가 비정상적인 경우를 자연스레 전제하게 되는데, 이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 여부를 판단할 때 운전자의 주행 상태를 필요 이상으로 가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운전자의 주행 상태 및 사고가 비정상적이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에 운전자의 주행 상태 및 사고의 비정상성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요소이다. 그러나 이는 충분조건인 것이지 필요조건이 아니어서 반대의 경우에는 그 판단 근거로서의 가치를 조금 더 낮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고 전 주행이 특별히 이상하지 않았으므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면 문언의 취지 대비 필요 이상으로 가중치를 두었다고 생각한다.(물론 사고 전 주행이 정상적일수록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나 여기서는 그것이 필요조건이 아니므로 한도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행 및 사고의 비정상성만큼이나 사후적으로 확인된 운전자의 상태도 중요한 판단요소로 그 지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 고민하게 된 것은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5519 판결에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판단하면서 “피고인이 사고 직전에 비정상적인 주행을 하였다거나 비정상적인 주행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라고 하여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로 삼았던 것을 보았기 때문인데, 해당 판결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모두 종합하여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결론은 동의하나 저 문구가 핵심이거나 필수여야 하냐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판단 기준
위험운전치사상죄에 관한 하급심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1) 사고 전 주행 상태, 2) 사고 이후 운전자의 상태나 대응, 3) 운전자 체내 음주나 약물의 정도를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타당한 기준이라고 보인다.
다만 저 기준들은 경험적으로 정립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명확치 않은 것 같다. 이에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의 판단 기준을 개념화해보고자 하며, 그 기준들을 1) 원인영향군, 2) 능력결손군, 3) 수행장애군으로 묶어본다.(위에서 하금심들이 제시하는 기준과 달리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야기하는 인과적 순서대로 제시하였다)
원인영향군은 물질 영향의 존재와 영향 그 자체이다. 음주나 약물의 체내 영향 그 자체에 관한 사실을 의미하고,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줄 알코올 농도나 약물농도, 복용 시점 등이 요소가 된다.
능력결손군은 물질 영향에 의해 운전에 필요한 내부 기능(의식, 주의, 판단, 지각능력 등이 결손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고 이후 운전자의 상태를 관찰하여 주의 집중능력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반응시간이 지연되는 등의 상태를 보이는지가 요소가 된다.
수행장애군은 능력결손에 의해 실제로 차량 조작, 교통법규 위반 등 운전 과제 수행의 실패가 외부적으로 드러난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수행장애군은 개념적 필수요소는 아니나 사후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충분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므로 관찰하기 가장 쉬운데 하위 유형으로 세분화하여 경험적으로 판단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조작오류(급가속, 급제동, 지시등 미작동 등), 규칙위반(신호, 정지선 위반 등), 위험대응 실패(급박한 상황에서 회피나 제동의 부재) 등을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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