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다층적 해석

Glox 2026. 1. 31. 22:24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위 판결은 판시사항만 보면 산재, 노동 분야의 많은 판결 중 하나로 지나갔겠지만 그 내막을 보면 법적인 개념의 해석에 관하여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실관계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어떤 사람이 운전하여 출장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중앙선 침범을 했다가 사고가 나서 사망했는데, 그 사람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여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업무중 일어난 것은 맞지만, 산재보상법에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시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사망한 것은 중앙선 침범 때문이었고, 중앙선 침범은 틀림없는 범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렇기에 문언상 업무상 재해가 되지 않는 것도 맞다.

 

이 때 1심부터 대법원은 근로자의 편을 들었는데, 그 핵심은 산재보상법에서 말하는 범죄행위가 꼭 형법상 범죄와 같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즉 범죄행위의 개념을 축소해석 한 것이다. 물론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산재보상법에서 범죄행위로 인해 사망 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업무와 상관없는 근로자 개인의 과실로 사망한 경우 이것까지 보상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업무상 운전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자동차의 대중화로 통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교통사고범죄까지 포함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즉, 형법과 산재보상법의 취지와 목적은 다르기에, 각 법에서 말하는 범죄행위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법에서 특별히 정의하지 않는 표현이기에 사전적인 의미와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해석상 당연히 필요하였던 것이고, 한 법이 다른 법에서의 개념을 원용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경우에도 각 법의 취지와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달리 해석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은 노동법의 시작이나 다름없고, 노동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다. 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제시한 위 판례는 상당한 지휘감독을 핵심요소로 보고 있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문제라면 저 개념을 따르게 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노동관계법령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아예 원용해오는 법들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도 명시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에 관하여 정책적으로 논쟁이 많은데, 위 산재보상법 판례와 비슷하게 산업안전보건법도 근로기준법과는 목적이 일치하지는 않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근로자는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일까.

 

직관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위에도 썼지만 산재보상법 판례는 단순히 동일 단어가 문제되었던 것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은 명시적으로 동일한 개념임을 못박은 것이다. 단지 “범죄행위”처럼 별도의 정의는 없이 어떤 단어를 사용했다면, 그 단어는 각 법률의 목적·효과구조에 맞게 자율적으로 의미가 다듬어질 수 있지만, 다른 것도 아닌 정의조항이 다른 법률을 지목하여 그 법의 어떤 개념을 말한다고 정의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그 법의 개념을 그대로 끌어오는 것이 된다. 

 

입법취지상으로도 각 법률마다 다르게 해석하겠다는 취지가 있었다면 굳이 다르게 해석되어야 할 다른 법률의 개념을 끌어올 필요는 전혀 없고 그 법에서 독자적으로 정의하거나, 아니면 정의 없이 문언의 해석에 맡기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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