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Issue Review/사건사고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리 변경 전원합의체 판결

Glox 2023. 5. 16. 19:28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22914?sid=102 

 

대법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노동자 동의 없으면 무효” 새 판례 선언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 반드시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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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건사고가 아니라 노동법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지만 판례 원문은 못 보고 기사만 봤다. 로3 학기 중에 상당히 바빠지는만큼 선택법인 노동법의 판례 원문을 볼 수 있으려나.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대부분의 판례들은 법률신문 등에 게재되지 일간지 헤드라인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5월 11일에 네이버 연합뉴스 헤드라인에 전원합의체 판결이 두 개나 나왔다. 하나는 재사주재자 판결이었고, 하나가 이것이다. 이 날은 작년 노동법(집단적 근로관계법) 가르치셨던 교수님을 찾아뵙는 날이었는데 우연히도 당일에 노동법 관련 전원합의체가 있더라.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해당 판례인 2017다35588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판례다. 원래 사용자가 기존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변경해서 기존보다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의해 근로자 과반수 노동조합,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항상 변경된 취업규칙의 변경이 무효인 것은 아니고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2009다32362) 변경의 효력을 인정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을 폐기하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기존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대신 근로자 동의 받지 않은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예외적으로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는 경우 그 변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사에서는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사용자 측이 진지하게 설득·노력을 했음에도 노동자 측이 합리적 근거 없이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하는 경우를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이라고 본다.

 

의의

작년 노동법 1(개별적 근로관계법) 배울 때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례는 이상하게 느끼던 부분이었다. 강대강 대치인 노사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타협한 결과물인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교수님이 설명하셨을 때도 기존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은 매우 예외적으로 적용되었다고 하니 이번 전원합의체 변경으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기존의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데도 근로자 과반수가 반대하는 경우'라면 사실 '합리적 근거 없이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는 경우'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론과 기준은 바뀌었지만 실질적 변경은 적다고 예상할 수 있다.

 

진짜 의의는 법리적으로 정돈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은 겨우 로스쿨 2학년인 나에게도 그다지 정합성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명문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법과 민법을 보아도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것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유효가 될 수 있다는 조문은 없다. 무엇보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조문에 정면으로 반한다. 너무 명백하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은가. 사회통념상 합리성 같은 단서가 없다.

 

그러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은 실질적은 차이는 적다할지라도 분명한 근거가 있다. 노동법은 사회법이지만 어쨌든 민법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고 민법은 노동법에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그리고 민법에는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이 있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권리라도 남용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집단적 동의권 또한 남용할 경우 그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론적으로 정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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