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생각

AI 사진으로 차 주인 불러내기

Glox 2026. 1. 5. 19:24

 

 

오늘 ‘이상하게 주차한 사람 바로 불러내는 법’이라는 짤을 봤다.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이상하게 주차한 차를 박살내놓은 것처럼 사진을 만들고 이를 보내면 차 주인이 놀라서 튀어올 거고 실제로 부순 것도 아니므로 문제 없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당연히 실제로 부순 것도 아니고, 다른 말 안 하고 사진만 보냈는데 협박이 되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생성형 AI가 대중화 된지도 얼마 안 되어 사례가 있을리는 없는데 협박죄의 기본 법리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다.

협박죄의 협박

 

형법
제283조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형법은 협박의 의미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판례가 이를 자세히 풀고 있는데 협박죄에 있어서의 협박이라 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90도2102)고 본다. 즉 핵심은 해악의 고지이다.

해악을 고지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너에게 해악을 끼치겠다.”라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협박인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해악의 고지는 위에서 보듯이 “앞으로 ~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장래에 관한 것이다. 이 짤의 상황에 관하여 협박죄의 성립을 단언하기가 힘든 이유가 “주차한 차 안 빼면 네 차를 부술거야.”라고 따로 문자를 더 보내는 등의 고지를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차를 부숴버렸다는 고지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차를 부순 AI 사진만을 보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게 해악의 고지가 될 수 있을까?

 


이미 완료된 해악의 고지가 해악의 고지가 될 수 있는지

법률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AI로 생성한 거긴 하나 이미 차를 부수고 나서 그 사진을 보냈다면 그건 이미 완료된 해악을 고지한 것이다. 이건 “네 차를 부술 거야”가 아니라 “네 차를 부쉈어”라는 의미인데 이건 이미 발생한 해악을 가할 것을 고지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협박죄의 보호법익이 “의사결정의 자유”이고 협박죄가 위험범으로 해석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해악의 고지는 통상 피해자에게 “앞으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압박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단지 “이미 어떤 해악이 발생했다”는 과거 사실만을 알리는 데 그치고, 그 고지가 추가적인 해악을 예고하거나 암시한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 그 고지는 원칙적으로 협박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반대로 과거 사실의 고지이지만 그 맥락이 어떤 요구를 하거나 요구에 불응한다면 추가적인 불이익을 시사하는 정황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 전체 맥락은 이미 실행한 해악은 예시로 드는 것이고, 추가적인 장래의 해악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건 해악의 고지가 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직접 차를 부순듯한 사진은 해악의 고지가 될만하다

저 사진을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주차 문제로 인해 갈등을 빚은 사람이 내 차를 망치로 부쉈고, 그걸 나에게 보냈다면 그건 차가 이렇게 되었다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네 차는 일단 망치로 부쉈는데, 빨리 안 오면 네 차를 더 부술 것이다.” 또는 “망치를 들고 네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니까 와라”는 표현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왜냐하면, 차를 부순 결과물을 제시했다는 것은 단순히 차를 부쉈다는 결과의 통지가 아니라 “차를 부수는 정도의 행위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분쟁 상황에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인데, 그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 유사한 해악이 재차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 그냥 분에 못 이겨 차를 부쉈다면 가면 그만이지 그걸 굳이 차 주인에게 보냈다는 건 아직 분쟁 상태가 안 끝났다고 통지하는 것 아닐까. 또 주차 문제 이후 망치로 부순듯한 사진은 주차에 대한 제재 또는 경고로 이해될 만한 것이고 빨리 와서 사과하고 차 가져가지 않으면 유사한 해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조건부 위협이 될만하지 않나 싶다.

실제로 부순 것도 아닌데?

협박죄는 해악의 고지가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 그러니까 AI 티가 너무 나서 받은 사람이 AI인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면 해악의 고지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차 주인을 나오게 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니 그럴듯해 보이는 AI 생성 사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면 실제로 차를 부순듯한 사진이 될테니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해악의 고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AI로 만든 가짜 사진이라고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부쉈다면 재물손괴가 되겠지만 AI 생성이니 재물손괴가 되지 않을 뿐이다.


이상하게 주차한 사람이 잘못 아닌가

이상하게 주차한 사람 잘못이 있으니 차를 부순듯한 사진을 보냈다고 해서 협박죄가 성립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협박죄 관련해서 유명한 판례가 권리행사의 외형을 띠더라도 그 수단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범위를 넘으면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2011도2412).

출차를 위해 차 주인에게 연락하고 이동을 요청할 이해관계는 인정되지만 차를 망치로 파손한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전송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공포를 유발하여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상당성을 현저히 결여한다. 특히 이상하게 주차하여 출차를 방해한다 하더라도 주차장 관리주체에게 이야기하거나 견인을 요청하는 다른 해결수단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차 주인을 위협하는 수단은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우므로 이를 정당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차가 적당히 파손된 사진이라면

짤에서는 망치도 사진에 포함시키는 등 “내가 부쉈다”는 의도가 드러나도록 했는데, “내가 부쉈다”는 건 위에서 본 것처럼 추가적인 위해도 가하겠다는 것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단순히 차가 다른 이유로 이미 파손된 사진을 생성해서 보낸 거라면 위에서 본 것처럼 추가적인 위해를 가하겠다는 해악의 고지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예를 들어 다른 차가 박은 것처럼 차가 파손되어 있는듯한 생성형 AI 사진을 보낸 거라면 이건 차가 파손되어 있는 사실을 통지한 것이 된다. 그러면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망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나?

내가 부쉈다는 사진이 아니라 차가 다른 이유로 파손된 것처럼 보이는 생성형 AI 사진을 보내서 차 주인이 급히 나오게 했다고 하자. 그러면 가짜 사진으로 차 주인을 속인 것인데 이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일단 형법적으로는 직접 저촉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협박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은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으므로 강요죄가 되는 것은 아닐까?

 

형법
제324조
①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요죄에는 기망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는 경우를 예정하고 있지 않다. 조문상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해야 강요죄가 인정되지, 기망으로는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기망이 대표적인 구성요건인 사기죄가 성립하기에는 재산이 문제되는 것도 아니니 형법적으로는 딱히 저촉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형사와 민사는 다르기에 민사적으로는 걸자면야 걸 수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
1) 짤대로 망치로 부순듯한 AI 생성 사진을 보내면 협박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2) AI 생성 사진이라고 해서 면책되지 않는다.(재물손괴를 피할 수 있을 뿐이다)
3) 내가 부순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 부숴진듯한 AI 생성 사진은 형사적으로 문제될 가능성은 낮다.
4) 차 주인이 속았다는 이유로 화나서 고소한다고 해도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