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말 타면 음주운전?
종종 도로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나 방송이 나온다. 그럴 때면 도로에서 말을 타도 되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오히려 말은 도로에서 타야한다. 도로교통법 13조는 차마의 운전자가 차도로 통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차마는 차+우마(牛馬)인데 우마는 교통 또는 운수에 사용되는 가축이므로 타고 다니는 말은 차도로 통행해야 하는 차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7. “차마”란 다음 각 목의 차와 우마를 말한다.
나. “우마”란 교통이나 운수(運輸)에 사용되는 가축을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술 마시고 말을 타면 음주운전이냐는 얘기도 따라붙곤 하는데, 음주승마는 음주운전이 아니다.(정확히는 현행법 상 처벌받는 음주운전이 아니다. 이는 후술.)
법리적 해석
술 마시고 말을 타는 것(이하 음주승마)가 문제가 되는 음주운전인지는 도로교통법 상 정의 규정과 처벌 조문만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8. “자동차”란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견인되는 자동차도 자동차의 일부로 본다)로서 다음 각 목의 차를 말한다.
가.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다음의 자동차. 다만,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제외한다.
1) 승용자동차
2) 승합자동차
3) 화물자동차
4) 특수자동차
5) 이륜자동차
나.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19. “원동기장치자전거”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차를 말한다.
가.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최고정격출력 11킬로와트 이하)의 이륜자동차
나. 그 밖에 배기량 125시시 이하(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최고정격출력 11킬로와트 이하)의 원동기를 단 차(「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의2에 따른 전기자전거 및 제21호의3에 따른 실외이동로봇은 제외한다)
21. “자동차등”이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말한다.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제45조, 제47조, 제93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148조의2에서 같다),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도로교통법은 제44조에서 음주운전을 금지하면서 제148조의2, 제156조에서 그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44조에서 금지하는 것은 ‘자동차등’이거나(제148조의2에서 처벌), ‘자전거’(제156조에서 처벌)를 운전하는 것 뿐이다.(노면전차는 마이너하니 논의에서 제외해도 무방) 즉 도로교통법이 형사처벌을 규정해가며 금지하고 있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이고 죄형법정주의 상 그 외의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런데 위의 정의규정을 보면 자동차등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거의 같고(단 배기량 큰 오토바이는 이륜자동차로서 자동차에 들어간다), 원동기장치자전거는 대부분 스쿠터이다. 자전거도 우리가 흔히 아는 자전거와 거의 같다.
반면 말은 위에서 보듯이 도로교통법 상 ‘우마’에 속하므로 자동차등도 자전거도 아니다. 따라서 도로교통법은 음주승마를 금지하지 않고 처벌하지도 않고 있다. 술 마시고 말 타고 도로에 나와도 그것 자체만으로는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문언 상의 아이러니
그런데 문언을 따져보면 음주승마는 음주운전이 맞다. 갑자기 위와 모순되는 얘기 같지만 위의 법리적 해석은 정확히 말하자면 ‘금지, 처벌되는 음주운전이 아니다’는 것이다. 술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를 광의의 음주운전, 도로교통법 상 금지, 처벌되는 술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를 협의의 음주운전이라고 가정해보면 음주운전은 광의의 음주운전에는 속하지만 협의의 음주운전에는 속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6. “운전”이란 도로(제27조제6항제3호ㆍ제44조ㆍ제45조ㆍ제54조제1항ㆍ제148조ㆍ제148조의2 및 제156조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도로교통법은 운전의 정의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차마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운전’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차마에 속하는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은 틀림없는 ‘운전’이다. 그러므로 음주승마는 술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이므로 (광의의) 음주운전이 된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은 술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는 것만을 금지, 처벌하고 있으므로 이에 속하지 않는 우마를 운전하는 것은 협의의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음주승마는 (광의의) 음주운전인데 (협의의) 음주운전이 아니다. 이런 문언상 아이러니가 나타나는 것은 운전을 차에 관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문언상의 아이러니는 농담에 불과하다. 광의의 음주운전은 실정법 상 문제될 일 없는 개념이니까.
여담
1. ‘말이 이동결정의 주체라서 혹은 말이 운전하는 것이라서 자동차와 달리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해석도 보곤 하는데 운전에 관한 정의규정에 적혀 있듯이 말을 타고 다니는 것도 ‘운전’에 해당한다. 본문에 써 있듯이 음주승마는 술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에 해당한다. 처벌 대상인 자동차등의 운전이 아닐 뿐이다. 아직 먼 얘기지만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도 운전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술 취한 상태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 처벌되는 음주운전에 포함될 수 있다. 그래도 사람이 전적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행동이 진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음주승마를 금지, 처벌하는 음주운전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2.
https://imnews.imbc.com/replay/2003/nwdesk/article/1969712_30767.html
20년 전 음주승마 사례가 진짜 있었다. 말은 면허 없이도 타고 다닐 수 있고 음주승마 해도 된다.(그 자체로는)
3. 음주승마 자체로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도, 말은 도로교통법 상의 차마에 해당하므로 음주승마 하다가 사람을 치면 교통사고로 처리되어 형사처벌 받을 수 있으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