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 자릿수 주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279078?sid=102
아파트 경매 과정에서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여서 시세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고 샀다는 뉴스가 최근에 다시 '실수로 낙찰된 아파트' 라며 인터넷에 올라왔었다. 먼저 큰 손해를 본 당사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 할 듯하다. 무안군의 아파트임을 생각해보면 투기 목적도 아니고 실거주용일텐데 큰 일을 겪으실듯하다.
저런 실수가 한두번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기사에 따르면 한 해에 입찰가 오기 사건이 20여건은 발생한다고 한다. 경매 입찰 시에 금액을 수기로 써서 내야 하기 때문에 뭔가에 홀린듯 잘못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런 중요한 경우에는 한글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는데 그건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경매 입찰 시 쓰는 입찰가액은 흔히 생각하듯이 숫자만 써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매 입찰 양식인 입찰기일표인데, 입찰 가격을 수기로 쓰기는 하나 숫자만 쓰는 것이 아니고 바로 위에 액수 자릿수가 표시되어 있어서 그에 맞춰서 쓰는 것이다. 숫자로만 쓸 경우 액수가 커지면 자릿수를 헷갈릴 수 있지만, 저 양식대로라면 조금만 살펴봐도 액수를 파악할 수 있다. 기사에서는 0 하나를 더 쓴 것처럼 표시하고 있지만 당연히 0 하나 추가하는 정도의 실수가 아니다. 수기로 써야한다는 표현이 금액을 숫자로 그대로 쓰는 것처럼 연상시켜서 그런듯 한데, 한글로 입찰 가격을 쓴다 해도 현행 양식에 비해서 실수를 줄인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글로 액수를 기입하면 자릿수는 틀리지 않지만 직관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잘못 쓰는 실수를 할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으로 깔끔한 액수라면 편하지만 일억삼천백이십이만원처럼 액수가 구체적이면 오기를 할 가능성도 충분하고.
입찰 가격 오기재를 이유로 경매를 취소할 수 있을까
<민사집행법>
제121조(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 매각허가에 관한 이의는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1.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없을 때
2.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부동산을 매수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때
3. 부동산을 매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최고가매수신고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때
4. 최고가매수신고인, 그 대리인 또는 최고가매수신고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사람이 제108조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때
5. 최저매각가격의 결정, 일괄매각의 결정 또는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때
6. 천재지변, 그 밖에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된 사실 또는 부동산에 관한 중대한 권리관계가 변동된 사실이 경매절차의 진행중에 밝혀진 때
7. 경매절차에 그 밖의 중대한 잘못이 있는 때
제124조(과잉매각되는 경우의 매각불허가)
①여러 개의 부동산을 매각하는 경우에 한 개의 부동산의 매각대금으로 모든 채권자의 채권액과 강제집행비용을 변제하기에 충분하면 다른 부동산의 매각을 허가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101조 제3항 단서에 따른 일괄매각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에 의한 부동산 경매절차에서는 민사집행법 제121조 각 호 및 제124조 제1항에 규정된 사유가 아닌 이상 매각을 불허할 수 없고,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착오로 자신이 본래 기재하려고 한 입찰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기재하였다는 사유는 민사집행법 제121조 각 호 및 제124조 제1항의 어디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그러한 사유로는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0. 2. 16.자 2009마2252 결정
민사집행법에서는 경매의 매각 불허가 신청으로 경매를 되돌릴 수 있는 사유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최고가매수신고인(즉 낙찰자)가 실수로 높은 금액을 써낸 경우는 그 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판례는 실수로 높은 금액을 기재하였다고 해서 이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본다. 경매는 형식적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고, 경매가 취소될 경우 관련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구제방법
<민사집행법>
제113조(매수신청의 보증)
매수신청인은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집행법원이 정하는 금액과 방법에 맞는 보증을 집행관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민사집행규칙>
제63조(기일입찰에서 매수신청의 보증금액)
①기일입찰에서 매수신청의 보증금액은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로 한다.
착오를 이유로 경매를 취소할 수 없으니, 최대한 손해를 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그대로 매수하거나, 보증금을 포기하고 매수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낙찰받았더라도 그 권리를 포기하고 대금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민사집행법 상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매물의 최저매각가격의 10%를 보증금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낙찰 권리를 포기하면 경매 보증금도 포기하게 된다. 그 보증금은 압류되어 차후 경매의 배당금에 포함된다. 기사의 사건에서 최저매각가격은 알 수 없지만 최초 매각 시에는 감정가액이 최저매각가격이 되고 유찰될 경우 그보다 더 낮아지며 보증금은 그 10%이니, 당사자는 16억을 지출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 1억 6천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최대 1,600만원 가량일 것이다. 물론 실수 하나 때문에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겠지만.
기사에서는 입찰가격을 수기로 써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만큼 집에서부터 양식 인쇄한 후 미리 기입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